[한국씨티은행 철수설]이번엔 진짜? 힘 실린 세 가지 이유프레이저 회장, 소매금융 축소 진두지휘…수익성 부진, 디지털 전략 미비
손현지 기자공개 2021-02-23 07:22:31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2일 11: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이 또 제기됐다. 일각에선 그간 2~3년 주기로 거론되던 해묵은 이슈나 다름없기에 별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2014년 6월 국내에서 대규모 점포 통폐합과 희망퇴직으로 처음 철수설이 불거진 뒤 비슷한 사안이 나올 때마다 마치 수식어처럼 철수에 대한 얘기가 따라 붙었다.다만 이번 철수설은 여느 때와 달리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뚜렷한 실체 없이 걷돌던 설이 아닌, 미국 '본사 차원'에서 검토 중이란 근거를 갖고 나온 얘기란 점에서다. 아울러 이전과 다소 다른 상황적 배경도 자리잡고 있다.
우선 이번 사안은 블룸버그통신이 씨티그룹이 한국과 태국, 필리핀,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소매금융 사업을 통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한국 철수설이 가장 최근 불거졌던 3년 전과 '다른 CEO' 체제가 출범하자마자 나온 이야기란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새 CEO가 과거 보여온 행보 자체가 '소매금융 철수' 쪽에 맞춰져 있다.
한국 철수 여부를 결정할 키를 잡은 제인 프레이저 회장은 지난해 9월 씨티그룹 CEO로 선임됐다. 글로벌 소비자금융부문을 맡다가 마이클 코벳 CEO 후임자를 맡게 된 여성 CEO다. 그는 과거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 소매금융·신용카드 부문 매각을 성공시킨 전력을 갖고 있다. 소매금융 사업 축소 전략을 직접 진두지휘한 인사다.
한국 철수설에 힘이 실린 또 다른 이유는 최근 한국씨티은행의 '수익성 저하'가 상당히 심화된 상태란 점에 있다. 글로벌 금융사들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전략적 판단을 하는만큼 최근 악화된 한국 시장 실적 성적표가 고강도 구조조정을 결정한 근거가 됐을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지난해 9월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710억원으로 전년(900억원)에 비해 21% 감소했다. 기업의 이익창출 지표인 ROE도 상승세가 꺾였다. ROE는 기업의 이익창출 지표인데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15년 이후 줄곧 3~4%선을 지키던 ROE는 작년 2분기부터 2%선을 이어오고 있다.
순이익 감소는 소매금융 축소 정책과 연관이 있다. 2017년 박진회 회장 재임 시절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소매금융을 대거 축소하기 시작했다. 2016년만 해도 133개였던 점포를 2017년 44개로 대폭 줄였고 현재는 39개다. 비대면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소매금융 대신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으로 전략을 완전히 틀었다.
그 결과 대출 시장에서의 입지도 좁아졌다. 씨티은행의 한국 대출시장 점유율은 2019년 1.63%(19조4999억원)으로 2017년 1.9%(19조9734억원)에 비해 쪼그라들었다. 소매금융 축소는 점포 운영 비용을 아껴 기업금융 등에 집중하자는 취지였지만 은행업 본질은 간과하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차별화된 '디지털 전략'이 미비한데다 공을 쏟지 않고 있다는 점도 철수 가능성을 보다 높인 근거로 거론된다.
한국 금융 시장은 핀테크 시장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들마다 핀테크나 AI 등 신기술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은 소매금융을 '사양' 산업으로 여기고 비대면으로 고객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디지털 전략에 힘을 싣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 이미 은행들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양상이다.
국내 금융시장을 '기회'로 인식하는 한국SC제일은행의 행보와 사뭇 다르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경우 친 인터넷금융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다.
한국SC제일은행은 올해 국내 출범 예정인 제3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에 6.67% 지분을 투자했다. 해외에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 홍콩에서는 올해 초 디지털은행 '목스'를 설립했으며 대만에서는 라인뱅크에 지분 5%를 투자했다. 소매금융에서 힘을 빼며 디지털도 힘을 쏟지 않는 씨티그룹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SC제일은행 경우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도 뒷받침되고 있다.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은 작년 9월 직접 한국을 방문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와 정연훈 페이코 대표, 이승건 대표 등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직접 본사에 방문해 수장들을 만나고 운영 노하우를 배웠다는 전언이다. SC그룹이 어떤 점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을 지 경영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매각설과 관련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사 차원의 입장 외에 다른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노동조합 관계자 역시 "매각 관련 이슈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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