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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대우건설]뉴비전 약속의 의미, '관피아' 그림자 벗었나①작년 초 사외이사진 대거 물갈이…관료 출신 빠지고 분야별 전문인사 충원

고진영 기자공개 2021-03-02 13:31:06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5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풍이 시리면 빈약한 벽이 아쉬운 법이다. 대우건설은 그간 사외이사진 구성에서 전직 관료를 선호하는 기조가 유독 뚜렷했다. 2019년까지 10년간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검찰을 포함한 관료나 정계 출신으로 채웠다. 주인없는 회사로 외부 입김에 흔들리다 보니 방풍막이 절실했다.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다. 3년 전 ‘뉴비전’을 선언하며 경영 인프라 혁신을 약속한 대우건설은 서서히 사외이사진에도 변화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난해 초 이사진을 대거 물갈이 하면서 관료색을 확 뺐다.

대우건설 이사회는 현재 7명으로 꾸려졌다. 대표이사 김형 사장과 CFO 정항기 부사장이 사내이사를 각각 한 자리씩 차지했고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있다. 사외이사진은 이현석, 문린곤, 양명석(양 토마스 명석), 장세진 이사 등 넷이다.

사외이사 중 이현석 이사를 제외하면 전부 작년 초에 새로 선임된 인물들이다. 3년의 임기가 만료된 윤광림 전 이사와 이혁 전 이사, 최규윤 전 이사 등이 2020년 3월로 물러남과 동시에 진용이 새로 짜였다. 당시 퇴임한 이사 셋 가운데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인 윤 전 이사를 제외하면 모두 권력기관에서 주요 이력을 쌓았다.

사법연수원 20기인 이혁 전 이사는 창원지검 진주지청장과 법무부 감찰담당관, 수원지검·인천지검 제1차장검사,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등을 지내고 2015년 2월 퇴임했다. 최규윤 전 이사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증권검사국 부국장, 공시심사실장, 공시감독국장 등을 역임했다.


총 4명 중 2명이 관료 출신이었던 셈인데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사외이사진 명단을 보면 관료 선호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9년 9월 선임돼 활동한지 반년이 채 안됐던 이현석 교수를 제외하면, 10년간 대우건설을 거쳐간 사외이사 13명 가운데 8명이 관료나 정계에 적을 뒀던 인사다. 비율로 따지면 62% 수준이다.

2017년에는 사외이사의 75%, 4명 중 3명을 관료 출신으로 채우기도 했다. 당시 윤광림 전 이사와 최규윤 전 이사, 이혁 전 이사와 함께 우주하 전 이사가 사외이사진을 구성했다. 특히 코스콤 사장을 역임한 우 전 이사를 두고 말이 많았다. 내부에서 ‘보은(報恩) 인사’라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우 전 이사가 22회 행시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부 국장과 국방부 기획조정실 실장, 외교통상부 재경관 등을 거친 대표적 관료 출신인 데다 친박계 의원과의 친분이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직 관료들이 기업 사외이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고위 관료 출신일수록 대관 업무 등에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대세가 바뀌고는 있지만 주총시즌이면 관료 출신이 사외이사 명단에 등장하면서 '관피아(관료+마피아)'니 낙하산 인사니 하는 비판도 연례행사처럼 나왔다.

대우건설 역시 이런 쓴소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는데 작년부터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년 3월 새로 선임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과거 관직에 있었던 인물은 행정공무원 출신인 문린곤 전 감사원 국장 뿐이다. 더욱이 문 이사는 관료 출신이긴 해도 건설산업과 관련해 상당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토목공학 및 기계공학을 전공한 데다 감사원 건축사무관과 건설환경감사국 과장 등을 지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 상근자문으로도 일한 적이 있다.

이밖에 양명석 이사는 해외변호사로 미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국내에서도 대기업 법률고문 등으로 활발히 활동한 경험을 갖춘 점이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삼성증권 법무실장, 삼성토탈 종합화학 법률고문, 하나마이크론 법률고문,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등으로 일한 기업법무 전문가다.

학계에 몸담고 있는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의 경우 재무, 회계와 관련해 자문 역할을 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고, 1976년에는 공인회계사 자격을 얻었다. 이후 약 20년간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동시에 교편을 잡았다. 사회경제구조 확립방안 등을 연구하는 서울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다.

또 2019년 9월 사외이사로 합류한 이현석 교수는 특히 부동산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다고 평가된다.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석사, 미국 코넬대 도시·지역계획 박사 학위가 있고 현재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및 부동산도시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코람코자산신탁 임원으로 근무했을뿐 아니라 이지스자산운용 사외이사도 겸하고 있어 부동산 투자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대우건설 공채로 입사해 과장으로 일한 이력이 있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이런 전문성 강화 기조는 대우건설이 2018년 뉴비전을 발표한 이후 경영구조 혁신에 힘을 쏟고 있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R&D 활동을 통해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하면 직접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시연을 하고 의견을 구하는 등 사외이사가 경영에 매우 활발이 참여하고 있다”며 “이사회 중심 경영체계를 실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사외이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 빈도도 늘리는 추세다. 2016년까지 별다른 교육을 진행하지 않다가 2017년 1건, 2018년 3건, 2019년 1건을 시행했고 작년에는 6건을 실시해 횟수가 대폭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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