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그룹 화학BU(Business Unit)는 최근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으로 매출 6조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친환경사업강화와 자원 선순환 확대, 기후위기 대응, 그린생태계 조성 등을 통해 탄소중립성장을 추진한다고 한다. 경영지원본부의 이름을 ESG경영본부로 개편하기도 했다.#GS그룹의 허태수 회장은 최근 그룹 '친환경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허 회장과 홍순기 ㈜GS 사장, 그리고 각 계열사에서 임명된 최고환경책임자(CGO)들이 뭉친 조직이다. 친환경협의체는 ESG경영 및 친환경 신사업 추진 등에 대한 심의와 의결을 담당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협의체 산하에는 사회공헌을 비롯해 안전·보건·환경 분과와 친환경 신사업 분과 등이 배치될 전망이다.
재계는 ESG 돌풍이다. 특히 환경(E)에 민감한 화학사들과 정유사들은 너도나도 ESG를 외치고 있다. 흔히 '친환경'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기업들도 인지한 것 같다. 롯데의 ESG, GS의 ESG를 포함해 앞다퉈 친환경 전략을 발표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고무적이다.
다만 기업들이 야심차게 발표한 ESG 전략이 오로지 '환경'에만 치우쳤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롯데와 GS는 친환경과 탄소 중립 계획을 마치 ESG 경영과 동의어인 것처럼 표현했다. 그러나 친환경과 ESG는 동의어가 아니다. 친환경은 ESG의 일부분일 뿐이다.
ESG에는 사회(S)와 지배구조(G)도 포함돼있다. 특히 지배구조는 글로벌과 국내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ESG 평가 기관이 ESG 등급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다. 기업들은 탄소중립 등 사업의 핵심가치를 과감히 바꾸면서도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구식'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는 데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롯데와 GS가 발표한 ESG 경영 세부 계획에서도 지배구조 변화에 관한 내용은 단 한 줄도 찾아볼 수 없다.
국내와 글로벌 ESG 평가 기관이 요구하는 올바른 지배구조란 투명하고 독립적인 이사회 경영이다. 경영 욕심이 있는 오너라면 그만큼 책임을 지되, 이사회가 한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이사회 내 권력을 적절히 분배하라는 것이다. 각각 국내 평가 기관(KCGS)과 글로벌 평가 기관(MSCI)으로부터 호평받은 풀무원과 KT&G의 공통점은 원활한 이사회 경영을 위한 구조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점이다.
결국 오너의 용단이 관건이지 않을까. 여전히 오너 기업집단 문화에서 CEO라 할 지라도 경영형 오너에게 지배구조를 바꾸라고 조언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태원 SK 회장은 자발적으로 지주사 의장직을 내려놨다. 이를 토대로 현재 SK는 글로벌 ESG 평가 기관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재벌 문화'라는 명목으로 한국 재계의 발목을 잡았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렇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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