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최태원 회장의 본캐와 부캐 [thebell desk]

박상희 차장공개 2021-03-02 13:29:03

이 기사는 2021년 02월 26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방송가는 부 캐릭터 전성시대라 할만하다. 유산슬, 김다비, 린다G 같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다. '본캐'(주 캐릭터) 유재석의 '부캐'(보조 캐릭터) 유산슬이 유재석을 대신해 데뷔 29년 만에 방송연예대상 신인상을 받았을 정도다.

"지금까지는 본캐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부캐가 생긴 앞으로의 상황은 다르다. 본캐와 부캐가 이해충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부캐가 여차 잘못하면 본캐까지 싸잡아 호도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위험부담이 커졌다고도 볼 수 있다."

최근 SK그룹 관계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본캐는 총 자산 225조5260억원, 매출액161조3530억원(2019년 말 공정위 기준) 규모의 재계 3위 SK그룹을 이끄는 최태원 회장이고, 부캐는 대중소기업을 합쳐 18만 회원사를 가진 법정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의미한다.

‘부캐'라 불리는 신조어는 원래 온라인 게임상에서 사용되던 말로 주된 캐릭터 외에 부수적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를 뜻한다. 국내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처음으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최 회장의 상황을 부캐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대한상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과 함께 국내 5대 경제단체로 불린다. 전경련에서 4대그룹이 탈퇴한 뒤 재계 전체를 대변하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로 급부상했다.

최 회장에 거는 재계의 기대는 남다르다. '공정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노동 3법'(노동조합법·공무원노조법·교원노조법 개정안) 등 규제 일변도 경제 정책들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하며 재계의 불만이 높아진 상황이다. 재계는 최 회장이 이끄는 대한상의가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경제단체의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에선 대한상의를 이끄는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 회장은 당초 금융회사에서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기 위해 도입한 ESG 개념을 재계에서 처음으로 기업 경영 방법론으로 활용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줄곧 주창해온 '딥 체인지(deep change)'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의 하나로 ESG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ESG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국내 재계도 이같은 큰 흐름을 등한시 할 수는 없다. 다만 기업마다 처한 상황은 다르다. 더욱이 대한상의는 대기업 중심의 민간단체인 전경련과 달리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법정 단체다. 회원사마다 개별 경제 정책이나 현안에 대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최 회장은 정부 정책에 대한 재계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동시에 회원사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합의점을 도출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밖으로는 재계의 공통된 의견을 수렴해 정부를 비롯한 유관단체에 전달해야 하고 안으로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ESG의 필요성을 설득하고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너로서 SK그룹의 경영도 챙겨야 한다. 때로 이해상충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 회장은 1998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 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로 38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오른 이후 결코 순탄하다고는 할 수 없는 길을 걸어왔다. 외국계 자본의 공격으로 인한 경영권 분쟁도 겪었고 옥고도 두번이나 치렀다. 최 회장의 남다른 경험은 쌓이고 쌓여 결국 연륜이 되고 그만의 자산이 됐을 것이다. 최 회장의 본캐와 부캐 모두 성공 스토리를 쓸 수 있기를 응원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