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3월 02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 지표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제약업계에선 다소 예외적인 분위기다. ESG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제약사들이 대다수인 탓에 일부 기업이 튀어 보일 정도다. ESG위원회를 설립하고 각종 계획을 내세우는 타 업종들과 상당한 온도차가 느껴진다.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평가한 2020년 ESG 평가결과를 보면 통합 등급으로 A+를 받은 제약사는 한 곳도 없다. A등급을 받은 기업은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두 곳 뿐이다. 두 기업 모두 사회(S) 항목에서만 A+를 받고 환경(E)과 지배구조(G)에서는 모두 B+를 받았다. 환경과 지배구조에서 A+를 받은 제약사는 전무했다.
환경 부문은 제약사들이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당장 사업의 방향성을 재정비해야 하는 정유나 석유화학 업종 등과 비교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민감성이 낮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제약사들이 영위하는 사업 자체가 '사회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고도 강조한다. 비즈니스 자체가 수익 창출과 함께 인류 건강에 이바지하는 것인 만큼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배구조 영역은 어떤가. 상대적으로 노력할 필요성이 적었던 환경, 사회 항목과 달리 '구식 지배구조'를 이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대다수 제약사는 창업주 중심의 오너 경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수십년간 굳어진 오너 중심 체제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사외이사 확대나 감사위원회 설치 등이 평가 잣대가 될 수 있지만 자산규모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 또는 감사위 설치가 의무가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자산 1000억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20년 가까이 같은 사외이사나 감사를 고수하는 제약사도 존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해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알려진 유한양행의 지배구조 등급도 B+다. 지난해 별도기준 자산 2조원을 넘기면서 올해 처음으로 감사위원회 설치에 나선다. 사외이사 비중은 30%다. 매출 상위 제약사인 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등도 감사위원회 대신 내부감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제약사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A등급을 받은 동아쏘시오홀딩스의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자산총액 2조원 미만으로 감사위 설치 의무가 없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와 함께 감사위를 갖추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고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도록 유지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R&D, 신약개발 등의 기술 우선순위는 당연한 덕목이다. 하지만 장단기적으로 투자유치와 해외진출 등을 감안한다면 국내외 ESG의 바람을 마냥 거스를 수도 없다. 지배구조 개선만으로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 ESG 경영에 대한 제약업계의 적극적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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