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Watch]'삼성 투자유치' 에프에스티, EUV 펠리클 출시 속도유상증자로 430억 조달, 올해 1분기 시제품 나올 듯
조영갑 기자공개 2021-03-05 12:16:18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3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제조용 펠리클(전구체)를 개발·생산하는 '에프에스티'가 삼성전자의 지분 투자를 유치하면서 강력한 우군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상당 수준으로 개발이 완료된 EUV(극자외선) 펠리클의 양산 시기를 대폭 앞당긴다는 목표다. 올해 상반기 내 시제품의 출시가 예상된다.반도체 제조용 펠리클은 마스크(틀) 표면을 대기 중 분자나 오염원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얇은 박막이다. 웨이퍼 포토 공정상에서 웨이퍼 이미지를 보호, 반도체 제품의 수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신에츠(Shin-Etsu)화학, 미쓰이(Mitsui)화학 등 일본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소재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프에스티는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신주 153만주를 발행한다. 주당 발행가액은 2만8240원이다. 이번 유증을 통해 에프에스티는 43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에프에스티는 유증 목적과 관련해 "신제품을 개발하고 양산 준비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삼성전자와의 협업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에프에스티 지분 7%를 확보해 장명식 회장과 시엠테크놀로지에 이어 3대주주로 올라선다. 삼성전자는 확보한 지분에 대해 1년간 보호예수를 확약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보호예수기간 만료 이후에도 장기간 에프에스티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추가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협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VC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등극을 위해 극자외선 공정에서 대만의 TSMC와 격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극미세 공정에 특화된 차세대 펠리클 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에프에스티가 그동안 구축해 온 펠리클 제조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에스티는 삼성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상반기 내 EUV용 펠리클 시제품을 출시하고, 고객사(삼성전자)의 QA(품질인증)를 거쳐 빠른 속도로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1분기 내 출시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리콘카바이드(SiC)를 소재로 한 13.5nm(나노미터) 파장 적용 EUV 펠리클이 거론된다. 출시되면 국내 최초 EUV 펠리클 생산거점이 된다.
하지만 phase1(초도공급) 이상의 양산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UV 펠리클의 경우 EUV 노광기 환경 내 공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노광기의 공정 테스트 역시 수반돼야 한다. 현재 노광장비를 보유한 한양대와 공동으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에 EUV 노광기를 공급하는 네덜란드 ASML의 공정 스펙을 충족해야 EUV 파운드리에 정식 진입할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프에스티가 공급하고 있는 ArF(불화아르곤) 펠리클이 개당 수백만원인 데 반해 EUV용 펠리클은 개당 2000만원 이상의 고가이기 때문에 양산진입에 성공하면 에프에스티의 실적이 큰 폭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프에스티는 삼성전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을 토대로 양산 개발에 속도를 올리는 동시에 EUV 관련 제품군 '풀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에프에스티는 유증 대금 300억원을 시설투자, 130억원을 운영비용으로 배정했다. 펠리클 뿐만 아니라 관련 장비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업사이드 포텐셜'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다. 삼성전자와 한배를 탄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에프에스티 관계사 ㈜이솔이 개발하는 EUV용 마스크 검사 리뷰장비에도 힘이 쏠릴 전망이다. 마스크 검사 리뷰장비는 공정상 마스크의 회로를 측정하고, 파티클(결함), 정렬(Align)을 검사하는 장비다. 이솔은 장 회장의 장남인 장경빈 씨가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회사로 알려졌다. 에프에스티가 27.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장비의 개발이 완료되고 반도체 고객사로 정식 납품이 시작되면 회사의 가치가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에프에스티는 펠리클의 출시 및 개발 일정에 대해 말을 아꼈다. 에프에스티 관계자는 "아직 EUV 펠리클 시제품이 나온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생산 스케줄을 밝힐 수 없다"면서 "다만 기존보다 연구 시설이 강화됐기 때문에 펠리클의 공정 테스트를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솔은 관계사이기 때문에 에프에스티와 자금의 출처도 다르고, 연구개발 사항도 별도로 진행된다"고 선을 그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