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발 금호석화 주주가치 제고방안 뜯어보니 미래성장·거버넌스·지속가능 등 3가지 제안...ESG 강화 등은 예상된 수순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05 09:26:31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4일 15시2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소액주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놨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현재 가치가 실적이나 경쟁사에 비해 현저하게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해결책으로 미래성장 경영, 거버넌스 개선, 지속가능 경영 등 3가지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사주 소각, 부실자산 매각, 배당 확대, 신사업 투자 등의 방안을 내놨다.
제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면밀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박 상무 측은 지난 10년 동안 금호석화의 투자건수가 경쟁사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하며 경쟁사로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을 꼽았다. 이들 회사는 각각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르고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상이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일례로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초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한화첨단소재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다. 방산 계열을 빼면 한화그룹의 모든 핵심사업들이 모인 곳으로 태양광과 수소 등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추진하는 첨병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박 상무 측은 또 10년 동안 고무, 수지, 피앤비(BPA)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는데 이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금호석화의 사업부별 매출비중을 살펴보면 2011년 고무 54.8%, 수지 19.2%, 피앤비 19.0%, 정밀화학/에너지/기타7.0%에서 2020년 3분기 고무 36.8%, 수지 23.9%. 피앤비 29.7%, 정밀화학/에너지/기타9.5%로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 우물과 다각화는 사실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요즘에서야 다각화가 정답이라는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지만 한 우물 전략 역시 전문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나쁘게만 볼 수 없고 실제 수십년 동안 한 우물을 파서 경쟁력이 높아진 기업들도 다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2009년 금호그룹과 결별한 직후부터 재무 건전성에 중점을 둔 한 우물 전략을 꾸준히 펼쳐왔다. 이같은 전략은 업황에 따라 득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했지만 재무구조만큼은 꾸준히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호석화의 부채비율은 60%대에 그친다.
박 상무 측이 과감한 신사업 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을 사례로 제시한 점 역시 다소 무리라는 지적이다. 박 상무 측은 “LG화학은 2차전지 사업을 통해 주가수익배수(P/E)가 2010년 13.9배에서 2020년 108.6배로 급성장했다”며 “3~5년 후 P/E배수 20배는 무리한 가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30년 가까이 투자한 뚝심과 인내의 결실로 손꼽힌다. 수익을 내기 시작한 지는 채 2년도 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박 상무 측은 이밖에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기업경영 전반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를 내재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ESG 전담부서를 운영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최근 재계에 ESG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예상된 수순이다. 다만 금호석화 측에서 박 상무의 제안과 무관하게 ESG 경영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박 상무 측은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과도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이번에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2018년 말 금호석화의 3대 주주였던 블랙록이 박 회장에게 자사주를 소각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 회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사시 백기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재계는 금호석화 지분이 6.69%에 불과한 박 회장이 박철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불리해지면 자사주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화의 자사주 비율은 18.35%에 이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때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매각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금호석화가 자사주를 전량 박 회장의 우호세력에 매각할 경우 박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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