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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와 ESG위원회 [thebell note]

이우찬 기자공개 2021-03-08 11:00:02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5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생님이 한 학생에게 물었다. "네가 열두 마리의 양을 키우고 있는데 한 마리가 담을 뛰어 넘었다면 몇 마리의 양이 남아 있을까?" 학생은 "한 마리도 없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미국 텍사스 만담 중에 나오는 일화라고 한다. 학생의 대답처럼 양 한 마리가 담을 넘었다면 모든 양이 담을 뛰어 넘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 마리가 담을 넘었으니 11마리가 남았다는 대답은 기업을 과거 숫자의 기록인 재무제표만 보고 평면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같다. 다른 가능성은 보지 않는 것이다.

ESG경영 혹은 ESG투자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무제표의 숫자로 드러나지 않는 다른 부분, 즉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다. 기업가치를 단순한 숫자들의 나열로 평면적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 ESG 요소를 적극 고려해 입체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사회적 합의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5위권 철강기업 포스코는 재무적으로 우수한 기업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0.2%, 37.9% 줄어들었으나 부채비율, 차입금 규모 등을 유지하며 재무건전성을 지키는 등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금 유동성은 더 풍부해졌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 재무통으로 손꼽히는 최정우 대표이사 회장이 추구하는 경영 방침과 맞물려 있다. CFO는 미래 투자 계획을 고려한 재무건전성, 유동성 확보를 중시한다. 취임 첫해인 2018년 전년 대비 매출이 6.7%, 영업이익은 16.6% 증가했다. 업계 2위인 현대제철 영업이익이 25%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 2019년과 지난해에도 실적부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이다.

숫자로 보이지 않는 포스코의 ESG는 어떨까. 포스코는 올해 1월 기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평가에서 환경(A), 사회(B), 지배구조(A+) 등급으로 평가를 받았다. 전체 7개 등급 중 2번째인 'A+' 등급의 우수한 지배구조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잇따른 인명사고로 사회부문에서는 비판의 소리를 듣는 것도 사실이다.

포스코는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로 ESG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을 거쳐 확정된다. ESG위원회는 철강기업의 숙명인 환경뿐만 아니라 안전사고 이슈 등을 경영진이 엄중하게 인식하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포스코는 재무적으로 매력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ESG 요소 특히, 안전부문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기업이기도 하다. ESG위원회가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포스코의 안전 울타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비재무적 요소에서도 한 단계 성장을 이끄는 토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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