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DL이앤씨]'연속성' 이어간 이사진 선임…'여성이사' 과제①LG전자 출신 남용·마창민 사내이사 투톱 체제…내부거래위, '거버넌스위'로 탈바꿈
이정완 기자공개 2021-03-10 11:02:38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DL이앤씨는 지난해까지 한몸이던 대림산업의 이사회 구성을 유사하게 이어갔다. 대표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 대림산업 이사진을 재선임하며 연속성 있는 경영 의사결정 체제를 갖췄다. 다만 올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향후 여성 등기임원을 이사회에 포함시켜야 하는 과제도 가지고 있다.DL이앤씨는 과거 대림산업에서 건설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올해 신설됐다. 사내외 이사진도 대림산업 시절과 유사한 구성을 택했다. 다만 대림산업에서 분할된 만큼 이사회 구성원 수가 이전 8명에서 5명으로 축소됐다.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인 체제다.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이기에 상법에 따라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전체 등기임원 중 사내이사인 마창민 대표이사만 새롭게 이사회에 들어왔다. 지난해까지 LG전자 한국모바일그룹장을 맡던 마 대표는 대림산업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영입돼 DL이앤씨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마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를 맡고 있는 임원은 남용 고문이다. 남 고문은 대림산업에 이어 DL이앤씨에서도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2018년부터 이사회 의장을 맡아온 남 고문은 앞으로 3년 더 이사회를 이끌게 됐다. LG전자 부회장 출신인 남 고문은 2013년부터 대림산업에서 일했다.
남 고문은 2018년 대림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오너 일가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 순환출자 구조 등으로 지적을 받을 때 경영 쇄신을 위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된 인물이었다. 건설 전문가가 아니었음에도 글로벌 경영 트렌드 이식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DL이앤씨가 마 대표와 남 고문으로 사내이사 진용을 짜면서 LG전자 출신 20년 선후배가 DL이앤씨 경영을 맡게 됐다. 마 대표는 1968년생으로 미국 메리마운트대 생물학과와 일리노이주립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뒤 존슨앤존슨에서 마케팅 전문가로 일하다 2005년 LG전자에 상무로 영입됐다. 이후 MC사업본부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해왔다.
사외이사진도 대림산업 시절부터 속해있던 인물이다. 법률, 경영, 투자 전문가를 다양하게 배치했다.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다양한 위원회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전문성이 중요하게 고려된다.
이충훈 법률사무소 씨엠 대표변호사는 법률, 박찬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전략, 김일윤 PIA 대표이사는 사업전략 전문가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세 명의 사외이사는 모두 3년 임기를 보장 받았다.
경영과 법률 분야의 사외이사는 다른 상장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배경의 사외이사이나 김일윤 PIA 대표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김 대표는 미국 리만브라더스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부동산 대체투자 전문가로 현재 직접 운용사를 경영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3월부터 디벨로퍼 전략을 강조하는 대림산업 사외이사를 맡아 자체사업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사회 내 위원회 구성도 기존 대림산업 시스템을 이어갔다. 대림산업 이사회 속 위원회는 재무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라면 상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감사위원회도 규정에 맞는 운영 체제를 갖췄다. 감사위원회는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돼야 하고 이 중 3분의 2 이상이 사외이사로 채워져야 한다.
DL이앤씨는 3명의 사외이사가 감사위원을 맡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회 위원 중 1명 이상이 회계·재무전문가여야 하는데 이 조건은 대림산업에서도 감사위원을 맡았던 이충훈 변호사가 충족시킨다. 이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에서 7년 동안 근무하며 금융기관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내 위원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내부거래위원회다. 분할을 계기로 올해부터 내부거래위원회가 거버넌스위원회로 변경됐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9월 기업 분할을 발표하며 "기존 내부거래위원회를 확대 재편하여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거버넌스위원회는 3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된다. DL이앤씨는 "거버넌스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거래에 대한 사항들을 심의·의결하고 이사회의 결의를 요하는 사항 중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사항에 대하여 사전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다만 DL이앤씨는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해야 하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됐다. 남성으로만 구성된 DL이앤씨 이사진에 여성 등기임원이 최소 한 명은 포함돼야 한다.
다만 이 개정안은 작년 8월부터 시행돼 2년의 유예기간이 있다. DL이앤씨도 곧바로 여성 등기임원을 선임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DL이앤씨는 올해 1월 모든 등기임원을 새로 선임해 출범한 만큼 아직 여성 등기임원 선임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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