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정의선 회장의 'The Moment' [thebell desk]

김용관 부국장 겸 산업1부장공개 2021-03-11 11:05:53

이 기사는 2021년 03월 09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교통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타이거가 제네시스 GV80을?’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아마 타이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사고였다.

미국 PGA 대회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Genesis Invitational)의 호스트로서 GV80을 제공받았다는 소식에 의문은 풀렸지만 사고 경위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대차 관계자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적잖이 놀랐을 것이다. 차체 앞부분은 전파했지만 그나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는 점은 위안이다.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은 제네시스(GENESIS)는 2007년 12월 공식적으로 선보였다. 현재 출시되고 있는 3세대 G80의 초기 모델이다. 당초 현대차의 '럭셔리 브랜드' 출범 계획은 2004년 BH 프로젝트를 통해 시작됐다.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을 개발해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와 경쟁한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무리라는 판단 아래 BH 프로젝트는 유보됐다. 이후 10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대수가 800만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톱5에 안착하는 성과를 이루게 된다.

성공을 자신한 현대차그룹은 2015년 결국 제네시스를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로 독립시켰다. 현대차그룹의 성장세와는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는 저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5년간 제네시스의 활약은 눈부셨다. 중형 럭셔리 세단 G80에 불과했던 라인업은 스포츠형 쿠페 G70, 대형 럭셔리 세단 G90을 비롯해 럭셔리 SUV인 GV80, GV70으로 확대했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라인업을 완성한 모습이다.

BMW M 출신 알버트 비어만의 개발 능력, 럭셔리의 끝판왕 벤틀리의 디자인을 책임졌던 루크 동커볼케의 디자인, 람보르기니 브랜드 담당 출신인 만프레드 피츠제럴드의 마케팅 전략 등 정의선 회장의 적극적인 인재 영입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과제였다.

가격대도 독일 프리미엄 모델과 비슷한 수준을 형성하며 저가 차량이라는 세간의 이미지를 확실히 깨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G80의 가격은 4만8725~6만8675달러 수준이다. 신형 G80의 엔트리모델 가격은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와 엇비슷한 수준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도 제네시스의 북미 시장 판대량은 크게 떨어지는게 현실이다. 2019년 북미시장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 중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SUV인 GV80과 신형 G80 출시 지연으로 고급차 브랜드 중 판매량이 가장 적었다.

판매량은 곧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된다. 브랜드 컨설팅그룹인 인터브랜드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순위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36위에 올랐다. 매년 상승 추세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는 순위권 밖이다.

이런 와중에 타이거 우즈의 교통 사고가 발생했다. 에어백이 제대로 터졌고 실내는 그나마 멀쩡했다는 점에서 사고 원인과 상관없이 현대차 입장에선 엄청난 홍보 효과를 거뒀다.

성능과 상품성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지는 탓에 관심 밖이었던 제네시스가 한순간에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한해 2조~3조원이 넘는 막대한 광고마케팅비를 쏟아붓는 현대차 입장에서 이만큼 극적인 광고를 만들수 있을까.

옛말에 운칠기삼이라고 했다. 그런 점에서 정 회장은 억세게 운이 좋은 사나이다. 골프 황제의 교통 사고는 '타이거 우즈 = GV80'이라는 결정적 순간(the moment)을 만들어냈다. 미래차 개발을 위한 막대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성공은 절대적이다. 이제 별을 잡는 것은 순전히 정 회장의 몫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