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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K-택소노미, 상반기 수립 ‘가물가물’ 녹색금융 분류체계, 공청회 일정·방식도 '깜깜'…업계 혼란 야기 우려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24 13:05: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08: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안에 K-택소노미(Taxonomy)를 마련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K-택소노미는 녹색금융 사업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를 뜻한다. 초안이 나오지 않은 것은 물론 공청회 일정이나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올 들어 녹색채권 발행은 유례없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녹색채권의 조달자금 투입기준을 명시한 체계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자칫 발행사와 인증기관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반기 최종안 도출 유력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K-택소노미와 관련해 아직까지 공청회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초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어떤 형식으로 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지 시기나 방식 등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택소노미는 녹색금융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업은 무엇인지 범주와 범위를 정의한 분류체계를 말한다.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무늬만 녹색’)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되는 것으로 녹색채권의 기준이 된다. 예컨대 유럽연합은 녹색채권으로 조달되는 자금의 사용용도가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에 부합해야 한다고 밝힌다.

환경부는 지난해 4월부터 8월까지 K-택소노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올해 6월까지 최종안을 발표하려고 했지만 작업이 더디게 이뤄진 것이다. 상반기까지 초안을 일단 마련한 뒤 하반기 공청회 등을 진행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제조업종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최대 쟁점사항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K-택소노미를 어디까지 구체적으로, 엄격하게 제정할지를 두고 고심이 깊을 것”이라며 “특히 석유화학, 자동차, 정유, 전기전자 등 제조업종은 K-택소노미에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K-택소노미 정립사업을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에 맡겼다. 에코앤파트너스이도씨는 정부와 기업, 금융기관 등에 지속가능발전 관련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임대웅 UNEP Finance Initiative 한국 대표파트너가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 환경부의 K-택소노미 관련 프로젝트와 비공개 포럼 등을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녹색금융의 판단기준을 어디에 둘지, 업계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행사·인증기관, '고의 아닌' 그린워싱 우려

환경부의 K-택소노미를 놓고 녹색채권 발행사와 인증기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인증업계 관계자는 “인증기관이 자체적으로 유럽연합과 CBI(기후채권이니셔티브), ISO(국제표준기구) 등의 택소노미를 분석해 녹색채권 발행 가부를 판단하고 있다”며 “K-택소노미가 발표된다면 자칫 ‘알고보니 녹색채권이 아니었다’는 사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RI채권은 친환경사업이나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조달자금을 쓸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은 SRI채권의 일종이다.

올 들어 원화 SRI채권 인증평가업무를 수주한 기관은 딜로이트안진과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회계법인 한 곳과 신용평가 3사가 있다. K-택소노미가 없다보니 현재 인증기관이 SRI채권 발행 가능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환경부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녹색채권 사전검증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자칫 ‘녹색 아닌 녹색채권’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한편 녹색채권은 2018년 원화 SRI채권 시장이 열린 이래 최대 호황을 맞고 있았다.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에 따르면 올 들어 19일까지 발행된 녹색채권은 모두 4조188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가 1조원에도 못 미친 점을 고려하면 대폭 증가했다.

발행사도 19곳에 이른다. 녹색채권 발행사는 2018년 3곳, 2019년 5곳, 2020년 4곳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ESG와 탄소중립 경영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녹색채권 발행규모도 대폭 확대됐다”며 “다만 K-택소노미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녹색채권 발행량이 늘다보니 자칫 ‘의도치 않은 그린워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발행사와 인증기관 모두에게 잠재적 리스크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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