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선회한 마켓컬리, 상장 순탄할까 4~5조 기업가치 거론…쿠팡 비교 적절한가 의문
강철 기자공개 2021-03-31 13:05:00
이 기사는 2021년 03월 30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마켓컬리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성공적으로 증시에 입성해 80조~90조원의 시가총액을 평가받고 있는 쿠팡의 뒤를 이을지 관심이 쏠린다.시장에선 쿠팡의 시가총액과 지난해 실적을 비교하며 마켓컬리가 4조~5조원의 기업가치를 평가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신선식품만을 취급하는 마켓컬리를 쿠팡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골드만·모간스탠리·JP모간'과 상장 전략 논의
마켓컬리는 이르면 다음달 초 대표 주관사단과 킥오프 미팅을 열고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밑그림을 그릴 예정이다. 지난주 대표 주관사 선정 통보를 받은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JP모간은 현재 킥오프 미팅에서 제시할 상장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주관사단은 미국 증시에서 얼마의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가를 집중 논의할 방침이다. 최근 나스닥에서 80조~90조원의 시가총액을 평가받고 있는 쿠팡을 롤모델로 삼아 밸류에이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4월 세콰이어캐피탈, 힐하우스캐피탈,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을 대상으로 2000억원의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를 단행했다. 투자자는 마켓컬리의 투자 후 기업가치(Post-money Value)를 약 1조원으로 평가했다.
업계에선 마켓컬리가 최소 5조원 이상의 상장 기업가치를 원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지난해 코로나19의 수혜를 입으며 매출액을 2019년 대비 2배 넘게 늘린 만큼 5조원 이상을 평가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컬리는 2020년 매출액 952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신선식품 주문이 대거 증가한 결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 맞먹는 실적을 달성했다. 다만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서 적자 기조는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e-commerce)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 계산 방식을 주로 주가매출비율(PSR)을 적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출 규모가 커진 것은 분명한 호재"라며 "마켓컬리가 매출 증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장 행선지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쿠팡과 달리 신선식품 의존도 높아
쿠팡은 2020년 약 13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현재 시가총액이 작년 매출액 대비 약 5배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5배 멀티플을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액 9523억원에 단순 적용하면 4조~5조원의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켓컬리를 설립한 김슬아 대표가 IB와 자본시장에 능통한 점도 고밸류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창업 전 맥킨지와 골드만삭스를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김범석 쿠팡 대표만큼 미국 현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해외 로드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쿠팡과 비교해 비즈니스의 범위가 좁은 점은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디스카운트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다. 쿠팡은 광범위한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쿠팡이츠라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강화하며 마켓컬리가 지배하고 있는 신선식품 배송 시장을 위협하는 중이다.
반면 마켓컬리는 쿠팡과 달리 아직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김 대표가 최근 "제품 영역 확장보다는 식품에 더 주력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서비스와 제품 카테고리 다변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이를 거론하며 마켓컬리와 쿠팡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국내 유통 공룡을 비롯한 다수의 경쟁사가 나타나고 있는 점은 마켓컬리가 식품만으로 매출액 신장을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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