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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SRI채권 사전·사후 인증일괄 동참 보고서 양식도 변화 예고, 인증수수료 인상 가능성

이지혜 기자공개 2021-03-30 13:10:45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9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의 사후관리가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딜로이트안진도 사전인증과 사후보고 인증을 일괄 수주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사전인증과 사후보고 인증을 일괄 수주하는 기관은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뿐이었는데 딜로이트안진도 동참했다.

SRI채권의 사후관리를 강조하는 기조가 확산되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후보고는 그동안 발행사가 자의적으로 진행해왔기에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후보고 양식을 제시하는 등 이 부분을 눈여겨보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했다.

◇“사후보고가 핵심, 일괄 수주 방침 동참"

이옥수 딜로이트안진 이사가 “SRI채권의 관리체계 검증과 사후보고 인증까지 일괄 수주하는 것을 원칙으로 향후 발행사와 계약할 것”이라고 26일 말했다. SRI채권의 사전검증을 수행한 회계법인 가운데 사후보고 인증까지 일괄수주하는 것은 딜로이트안진이 처음이다.

포트폴리오도 있다. 딜로이트안진은 KDB산업은행이 지난해 발행한 SRI채권의 사후보고를 대상으로 그해 12월 인증을 진행했다. SRI채권의 사후보고를 외부기관에서 인증받은 것은 국내 은행업계에서 KDB산업은행이 처음이다.

SRI채권은 조달한 자금을 모두 소진할 때까지 연 1회 이상 사후보고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발행사가 자체적으로 사후보고를 진행하다보니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발행사마다 양식이 다른 것은 물론 환경개선 효과를 믿기 어렵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지난해 12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내고 발행사가 사후보고를 놓고 외부기관에서 인증을 받도록 권고했다. 또 발행사의 사후보고서 양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관리체계 등 사전인증과 사후보고 인증을 패키지로 묶어서 수주하는 기관은 그동안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뿐이었다. 그러나 SRI채권의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딜로이트안진도 일괄 수주를 추진하기에 적기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특히 사후보고의 인증은 이 이사가 사전검증보다 중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사는 지난해 더벨과 인터뷰에서 “외국에서는 투자자들이 사후보고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SRI채권으로 조달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할지, 잘 쓰였는지, 사회적 효과는 어땠는지 등은 사전검증이 아닌 사후보고에 담겨야 할 내용”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괄 수주 방식의 체계적 사후관리에 매력을 느껴 신용평가사에 SRI채권 인증을 맡기는 발행사도 있다.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이 대표적이다. 두 기관은 딜로이트안진에서 관리체계를 검증 받았지만 최근 인증기관을 각각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로 바꿨다.

◇보고서 양식·인증 수수료 변화 가능성

딜로이트안진의 사전검증과 사후보고 인증보고서 양식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나온데다 올해 2월 이를 준수하기로 환경부와 MOU를 맺은 데 따른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환경부의 녹색채권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사전검증 보고서에도 자금사용목적 등을 기재토록 유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은 발행사의 사후보고 양식으로 자금배분 내역과 함께 환경영향 보고, 환경개선 효과를 구체적 지표로 기재하라고 명시했다. 발행사의 사후보고서가 한층 구체화한 만큼 딜로이트안진의 보고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딜로이트안진은 관리체계 인증 등 사전검증과 사후보고 인증 둘다 보고서 양식이 비슷하다. 사전검증 보고서는 △업무의 범위 △회사의 책임 △독립성과 품질관리 △감사인의 책임 △관리체계의 한계 △수행절차 △결론 △보고서 이용의 제한으로 구성돼 있다. 사후보고 인증보고서는 여기에서 △관리체계의 한계만 빠져있다.

이 이사는 “발행사가 주장하는 문서가 제대로 된 것인지, 회사가 제시하는 환경개선 효과가 사실인지 등을 기재할 것”이라며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이 사후보고 양식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만큼 발행사가 시장이 필요로하는 정보를 제대로 제시했는지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수수료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딜로이트안진 등 회계법인은 종전까지 사전검증 인증수수료로 1500만원을 받아왔다. 여기에 사후보고 인증까지 더해지면 업무 부담이 한층 무거워진다. 업계 관계자는 “공시하는 인증수수료와 실제 받는 금액 간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며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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