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 Story]'예견된 오버부킹' 현대건설기계, 금리 정상화 기대모집금액 대비 5배 확보, 등급민평 대비 -20bp까지 930억 주문
이지혜 기자공개 2021-04-05 13:26:08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기계가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의 악몽을 떨쳐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와 건설경기에 대한 투자심리 불안으로 대규모 미매각을 냈지만 올해는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이번에 등급민평금리는 물론 개별민평금리와 비교해 조달금리를 대폭 낮췄다.자신감은 높았다. 실적 회복세가 예상되는 데다 그룹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데 따른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대표주관사단을 역대 최대규모로 구성했던 것과 달리 올해는 두 곳으로 선정했다. 더욱이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세 번째로 발행한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이라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수요예측 참여금액 2750억, 금리 ‘정상화’?
현대건설기계가 공모채를 발행하기 위해 1일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금액은 3년 단일물로 500억원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집금액의 5배가 넘는 2750억원의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등급민평금리 대비 -20bp까지 93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개별민평금리 대비 -90bp 정도 수준에 조달금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현대건설기계가 지난해 미매각의 오명을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5월 공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만기구조를 2년물과 3년물로 구성했는데도 모집금액 1500억원에 투자수요 50억원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워낙 불안한 데다 건설경기에 대한 불확실성도 컸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다. 당시 현대건설기계는 어떻게든 투자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공모희망금리밴드로 3년물 기준 최대 3.2%의 금리를 제시했는데 이 때문에 개별민평금리가 치솟았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만 해도 한국자산평가 기준 현대건설기계의 개별민평금리는 등급민평금리 대비 -14bp가량 낮았다. 그러나 수요예측 직후 개별민평금리가 상승하더니 올해 4월 1일 기준 +72bp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번 수요예측에 힘입어 금리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건설기계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공모채를 발행해 개별민평금리가 있는데도 A- 등급민평금리 -30~+70bp를 공모희망금리밴드로 제시했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개별민평금리가 지난해 수요예측 이후 너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를 기준으로 제시하면 투자자가 혼동할 수 있다고 판단해 등급민평금리를 기준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예견됐던 오버부킹?, 지속가능채권으로 발행
현대건설기계의 수요예측 흥행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대표주관사 수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악화했을 당시 현대건설기계는 증권사 6곳을 기용해 대표주관사단을 꾸렸다. 발행규모가 1500억원으로 많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미매각을 대비한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만 맡았다.
건설경기를 향한 투자심리가 개선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 건설사들이 연초부터 공모채 발행에 도전해 오버부킹을 기록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동일업종으로 신용도가 더 낮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2월과 3월 두 차례나 공모채를 발행했는데도 투자수요가 모집금액을 웃돌았다. 이밖에 시장성 조달에 나선 건설사로 SK건설, 롯데건설, 한화건설, 대우건설 등이 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투자자도 리테일이 아닌 대부분 자산운용사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리테일 투자자들은 3%대 이상의 고금리 채권을 선호한다”며 “현대건설기계의 이번 수요예측은 금리대 때문에 오히려 자산운용사들이 주요 투자자군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기계는 이번 공모채를 지속가능채권으로 발행한다. 협력사를 지원하고 친환경 건축물 건설자금을 차환하는 용도로 조달자금을 쓸 예정이다. 딜로이트안진과 나이스신용평가에서 복수 인증을 받아 모두 ‘부합’의견을 받았다.
두 곳 이상의 기관에서 한 종목의 채권을 대상으로 SRI채권 인증을 받은 것은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현대건설기계가 두 번째다.
현대건설기계는 이번 공모채를 4월 8일 발행하기로 했다. 대표주관사 외 인수단으로는 IBK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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