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존의 무기 '컬래버']'라이벌'은 옛말…포스코와 현대제철, 수소사업 동행②2025년까지 나란히 부생수소 생산량 10배 증가 목표…수소환원제철 기술 '공동' 개발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07 11:21:34
[편집자주]
수직 계열화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ESG 열풍 속에 친환경 그린 모빌리티와 수소 경제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 계열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한 경영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과거의 라이벌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협업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 무기가 된 '컬래버'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2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간 수소 사업 협력 협약은 포스코의 전격 제안으로 이뤄졌다. 협약식이 체결된 곳도 경북 포항 포스코 본사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부생수소를 생산하는 포스코 현장을 직접 찾은 셈이다.협약식에는 수소 사업 총괄 책임자뿐만 아니라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철강사업을 책임지는 인물도 함께했다. 자동차 강판시장에서 '불꽃 경쟁'을 벌였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수소 사업 분야에서는 동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협약식 참석진 면면을 통해 포스코와 현대차의 수소 사업 협력 방향을 가늠해봤다.
◇포스코-현대제철, 철강 생산 책임자 나란히 참석 '눈길'
2월 열린 '수소 사업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식'에는 현대차와 포스코그룹 핵심 경영진이 자리했다. 협력을 제안한 포스코그룹에선 최정우 회장을 비롯해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장, 유병옥 포스코 산업가스수소사업부장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선 정 회장과 공영운 현대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이 참석했다. 철강 사업에서 포스코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현대제철 관계자도 참석했다. 박종성 현대제철 부사장, 최주태 현대제철 연구개발품질본부장(전무) 등이다.
눈에 띄는 건 자동차 강판 분야에서 라이벌 관계에 있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철강사업 책임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사업 영역은 크게 △ 철강 △ 글로벌인프라(비철강) △ 신성장 부문(2차전지소재사업 및 수소사업)으로 구분된다. 수소사업은 신성장부문에 속한다. 수소 사업 협약식에 김학동 철강부문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였다. 박종성 부사장은 당진제철소장으로, 생산 현장의 최고 책임자다.
이는 양사가 생산하는 수소가 아직 그레이 수소 단계라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들 때 발생하는 부산물로 나오는 수소를 말한다. 부생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레이 수소로 분류된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수소나, 탄소저감장치를 이용해 탄소 배출량을 줄인 블루수소보다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2025년까지 부생수소의 생산능력을 현재의 10배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아직 블루수소나 그린수소 생산 계획이 없다. 포스코의 경우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생산을 각각 2030년, 2050년을 목표로 한 장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재 양사가 생산하는 부생수소는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철강 생산 총괄이 협약식에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우 수소 사업은 CEO 직속 조직인 수소사업부에서 총괄한다. 수소사업부는 산하에 △ 산업가스사업실 △ 수소사업실 △ 생산실을 두고 있다. 철강사업부와 수소사업부는 조직 체계상 구분돼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 완벽한 차이니즈 월(정보교류차단)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포스코 관계자는 "사업부는 분리돼 있지만 부생수소가 철강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현장에선 철강과 수소 생산이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 공동 개발, 해외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함께 참여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장과 박종성 현대제철 부사장이 협약식에 나란히 참석한 것은 자동차 강판 분야에선 경쟁자인 두 회사가 수소사업에선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현대제철과 포스코를 더 이상 예전의 라이벌 구도에 가둘 수 만도 없는 상황이다. 양사는 포스코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수소차용 무코팅 금속분리판 소재 'Poss470FC'를 현대차의 ‘넥쏘'에 적용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협업을 진행해왔다.
두 그룹 간 협력이 수소 생산과 활용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수소사업 업무협약에서 양 사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철강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 대신 수소를 쓰는 공법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개발은 협약 체결 이전에도 협업해 오던 분야"라면서 "산업부 국책과제로도 선정돼 있어 철강업계 공동으로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산업으로 분류된다. 잘게 부순 철광석과 석탄을 섞어 고로에서 녹인다. 이 환원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량 발생한다. 석탄환원제철의 대안이 바로 수소환원제철이다. 수소를 환원제로 쓰면 이산화탄소 대신 물이 나온다.
양사의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 협력은 최주태 현대제철 연구개발품질본부장(전무)의 협약식 참석으로 설명된다. 현대제철은 최근 수소 관련 연구 및 사업화를 위해 연구소 산하에 수소기술기획팀과 기획 산하에 수소사업기획팀을 각각 신설했다. 최주태 본부장은 신설팀을 이끈다.
양사가 개별적으로 추진 중인 수소 사업에서도 힘을 모은다. 포스코그룹의 부생수소 생산 능력과 현대차그룹의 연료전지 사업 역량을 합쳐 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사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해외에서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김세훈 현대차 연료전지사업부장(부사장)이 협약식 참석자로 이름을 올린 이유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한다"면서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전기차와 수소차로 전환되면서 포스코와 현대차그룹의 사업적 시너지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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