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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의 무기 '컬래버']현대차-SK 밀월 시대, 시작은 전기차 배터리③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70%, SK이노베이션 물량…E-GMP '최고 수혜'

박상희 기자공개 2021-04-08 10:12:36

[편집자주]

수직 계열화는 국내 기업들의 성공 방정식이었다. 시대가 변했다. ESG 열풍 속에 친환경 그린 모빌리티와 수소 경제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계열사를 통해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수직 계열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한 경영 전략이 아닐 수도 있다. 과거의 라이벌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협업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기업의 새로운 생존 무기가 된 '컬래버' 현황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4월 05일 17:0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 2위 현대차그룹과 3위 SK그룹은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겹치는 영역이 없다. 자동차 산업에서 수직 계열화를 이룬 현대차그룹과 반도체, 정유화학, 통신 등이 주력인 SK그룹은 라이벌 구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경쟁관계가 형성될 일도, 반대로 사업적으로 협력할 일도 드물었다.

최근 SK와 현대차는 수소사업을 매개로 부쩍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SK와 현대차그룹 주요 경영진이 한자리에 모여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 협력 및 ‘한국판 수소위원회(K-Hydrogen Council)' 설립을 추진하는 등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수소에 앞서 두 그룹이 사업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한 건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현대차는 경쟁사 대비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에 탑재될 1차 물량을 몰아주면서 힘을 실어줬다. E-GMP 1차 물량이 본격 출고되는 올해부터 현대차그룹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70% 이상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에서 시작된 협력관계가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어떻게 만개할 지 주목된다.

◇'후발주자' SK이노에 힘 실어준 현대차, E-GMP 1차 물량 단독 수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경쟁사인 LGES와 삼성SDI와 비교할 때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05년 배터리 상용화 개발을 본격화한 이래 2009년 10월 독일 다임러그룹 미쓰비시후소의 하이브리드 상용차에 장착할 리튬이온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첫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그룹과의 배터리 협업도 이 때 시작됐다. 2010년 7월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첫 순수 고속 전기차 '블루온(Blue-On)' 모델과 기아차 기반의 차기 양산 모델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결정되며 사업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다만 당시는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이전이었다. 대규모 발주와 수주에 기반한 비즈니스 관계로 성장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동산재기(東山再起), 때가 왔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은 아이오닉5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용전기차에 탑재될 1차 물량을 휩쓸었다. 수주 규모는 10조원 수준이었다.

아이오닉6에 탑재될 2차 물량은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의 CATL이 각각 절반씩 낙찰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2차 물량 수주에는 실패했지만 3차 물량 확보에는 성공했다.

현대차그룹은 2023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 플랫폼 E-GMP 3차 물량의 배터리 공급사로 CATL과 SK이노베이션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CATL은 이번에 발주된 3개 차종 가운데 2개 차종의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은 1개 차종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LGES와 글로벌 소송 중인 SK이노베이션, 현대차가 든든한 '뒷배'?

중국 CATL과의 약진과는 별도로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현대차 E-GMP 수주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업체는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10조원 규모의 E-GMP 1차 물량을 단독 수주한데 이어 이번 3차에서도 물량 확보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3차 수주전에서는 SK이노베이션, LGES, 삼성SDI, CATL이 최종 경쟁한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SDI는 3차례에 걸친 수주전에서 한 번도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LGES는 2차 물량을 확보하는데 만족했다.

3차 수주 결과를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LGES의 경우 배터리 폭발 사고 영향이 있었을거란 분석이 나온다. 3차 배터리 발주전에서 아이오닉7의 배터리 공급사 선정이 제외된 것도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서 추진중인 합작법인(JV)에서 아이오닉7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유야 어찌됐든 SK이노베이션이 E-GMP에서 경쟁사 대비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사실이다. 현대차그룹은 베이징자동차그룹, 다임러그룹, 폭스바겐그룹 등과 더불어 SK이노베이션의 톱티어 고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다르게 현대차그룹의 E-GMP는 1차 물량이 규모가 가장 크고 그 다음이 3차, 2차 순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규모가 가장 컸던 1차를 수주한 SK이노베이션이 최대 수혜자"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에서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를, 기아차에서 'EV6'를, 그리고 제네시스에서 'JW'를 각각 출시한다. 이들 모델은 E-GMP 1차 물량에 포함되는데, 모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다. 때문에 올 연말부터 현대차그룹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70% 가량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업계는 밸류 체인 상 부품 공급사 다변화를 가장 중요시한다"면서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인데, 아이오닉은 물론 하이엔드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를 포함해 1차 E-GMP 물량을 SK이노베이션에 몰아준 것으로 미뤄볼 때 현대차그룹과 SK그룹 간 상당한 신뢰관계가 구축됐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LGES와 배터리 소송 중인 SK이노베이션은 최악의 경우 미국 배터리 시장을 완전히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최근 폭스바겐그룹의 '배터리 독립' 선언 사례에서 보듯 유럽 완성차 업체도 배터리 수직 계열화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와중에 현대차그룹이 든든하게 '뒷배'를 지켜주는 양상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대차와의 '밀월 관계'가 형성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품질 및 안전성을 꼽았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은 폭발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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