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분석]현대글로비스, '감사위원 분리선출' 선출...향후 운영은재선임 이사를 후보로 상정, 대주주 기검증…사측 "주주추천 이사 역임 경험 고려"
유수진 기자공개 2021-04-15 08:25:39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2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올해 사외이사진을 대거 교체했다. 기존 이사들의 임기가 만료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현행 상법상 기준(6년)을 초과한 장기 재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 우려를 낳던 이사들이 모두 물러났다. 지배구조 선진화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다.특히 작년 말 국회 문턱을 넘은 분리선출제를 곧바로 적용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뽑았다. 다만 '새 얼굴'이 아닌 임기가 만료된 기존 이사회 멤버를 후보로 올려 선임했다. 정해진 절차를 거친 만큼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리선출제를 도입한 입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이에 대해 "2018년 그룹 최초로 주주추천을 통해 추천된 사외이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독립성을 확보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난달 말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김정훈 사장과 김영선 부사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하고 정진우 스마트이노베이션본부장을 새로 이사회에 합류시켰다. 임기가 1년 남았던 전금배 중국총괄담당(전무)은 일신상의 사유로 사임했다.
사외이사진은 대폭 물갈이가 이뤄졌다. 이동훈·김대기·김준규·길재욱 이사 등 4명의 임기가 동시에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 중 길 이사를 제외한 3명은 상법상 사외이사 재직 최장기간인 6년 이상을 충족해 재선임이 불가능했다.
이사회는 이들이 떠난 빈 자리를 새로운 인물들로 채웠다. 주총에서 윤윤진·이호근·조명현 후보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윤 이사와 이 이사는 감사위원에 선임되는 절차까지 밟았다.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눈에 띄는 건 감사위원 분리선출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번에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있어 반드시 1명 이상을 별도로 뽑아야 했다. 이사회는 기존 이사 중 임기(3년)가 끝난 길재욱 이사를 분리선출 후보로 냈다. 새 얼굴이 아닌 기존 인물을 올린 것이다. 길 이사는 '3%룰'이 적용된 상태에서 의결권 주식 과반의 찬성을 얻어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이 됐다.
이 과정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분리선출 관련 내용이 적힌 상법 제542조의12 2항은 감사위원회 위원 중 1명을 주총 결의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출하도록 규정한다. 그 외에 추가적인 조건은 없다.
다만 국회가 분리선출제를 도입한 입법 취지와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분리선출제는 기존 감사위원 선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기반해 도입이 검토되기 시작됐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3%룰'이 이미 대주주의 검증을 받은 후보에게 적용돼 실효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먼저 선임하고 그 중 감사위원을 뽑는 방식을 따랐다. '3%룰'은 두번째 단계(감사위원 선출시)에만 적용된다. 이를 두고 선행단계인 사외이사 선임시에는 '3%룰'을 따르지 않아 애초에 대주주 입맛에 맞는 인물만 감사위원 후보가 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주주 의사가 지분율 대로 고스란히 반영돼 뽑힌 사외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한다면 독립성 보장이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처음부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표결하는 분리선출제를 도입했다. 경영진 견제와 감시라는 사외이사와 감사위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보유 지분이 3%를 넘어 감사위원 선임시 의결권이 제한(3%룰)되는 주주는 △정의선 회장(23.29%) △Den Norske Amerikalinje AS(11%) △국민연금(8.75%) △정몽구 명예회장(6.71%) △현대자동차(4.88%) △현대차 정몽구 재단(4.46%) 등이다.
길 이사의 경우 3년 전 이미 사외이사에 선임됐던 경험이 있다. 당시 대주주는 보유 지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번엔 처음부터 '3%룰' 적용을 받은 상태에서 표결에 부쳐졌지만 사실상 이미 대주주의 검증을 받은 인물이라는 의미다. 분리선출제 도입 취지가 퇴색됐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만약 이번에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3명 중 1명을 분리선출 후보로 올렸다면 이 같은 지적을 피할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 역시 이번에 분리선출제로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을 뽑았지만 취지에 부합한다. 현대차는 이지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부교수, 기아는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각각 분리선출 후보로 올려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양사에서 이사 재직 경험이 없는 '새 얼굴'이다.
현대글로비스 측은 길 이사가 과거 주주추천을 받아 선임됐던 이사로서 3년간의 이사회 활동 경험을 통해 회사 사정에 정통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주주추천 사외이사를 역임한 경영, 금융 분야 전문가로서 관련 분야의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글로비스는 2018년 초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공모를 통해 예비후보를 선정하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에서 최종 후보를 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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