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구상안, 롤모델은 해외에 'BIB' 사례 참고…Z세대 유치·신흥국 공략 등 활용처 숙고
손현지 기자공개 2021-04-15 08:13:57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4일 14: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지주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구상안은 무엇일까. 최근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한국금융연구원과 공동으로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케이스스터디에 나선 가운데 'BIB(Bank In Bank)' 형태의 비즈니스모델이 가장 경쟁력 있는 형태로 평가받고 있다.BIB란 '은행 내에 또 다른 은행'이다. 이를 금융지주사에 적용시키면 기존 은행 자회사로부터 예산, 인력운영 등에서 자율권을 갖는 별도의 조직 형태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즉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에 속하지 않고 금융지주 산하로 편입돼 투뱅크 형태를 이루는 것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와 은행권, 한국금융연구원 등은 함께 논의를 거쳐 금융위원회에 건의할 인터넷전문은행 제안서를 작성 중이다. 금융지주 주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시도에 대한 타당성을 어필하기 위한 보고서로 향후 시장에 미칠 영향과 장단점, 비즈니스모델 등 구상안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빠르면 이달 중으로 금융당국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해외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기존의 인터넷전문은행 비즈니스모델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구상안도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케이스 스터디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은행권 주도 사례가 전무한 만큼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성공, 실패에 대한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로서 은행연합회가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형태는 BIB방식이다. 단순히 지분투자를 통한 참여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다. 얼마나 혁신적인 비대면 서비스를 내놓느냐가 관건인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은행업 규제 환경에서는 ICT혁신 등 금융 소비자들의 혜택도 마련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보고 있는 사례가 이스라엘 르미(Leumi)은행이 만들었던 페퍼(Pepper)다. 페퍼는 2017년 탄생한 이스라엘 최초의 모바일 전용 은행으로 르미은행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아예 새로운 자회사 개념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판매 금융상품 등 전반적인 혁신을 감행했다.
페퍼의 성공요인 중 하나가 BIB 형태 운영이다. 기존 레거시 은행들이 사용하는 뱅킹앱들은 레거시 IT시스템을 토대로 설계하기 보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구축했다. 때문에 페이스북 등 ICT기업들이 제공하는 레이아웃 형식으로 거래내역이나 자산관리 등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 이전에는 없던 AI기술을 기반으로 개인별 맞춤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보다 혁신적이고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BIB의 실패사례도 여럿 있다. 미국의 JP모건체이스가 JP모건(J.P. Morgan Chase)이 야심차게 내놓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핀(Finn)은 출시 1년만에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기존 뱅킹앱과 상품과 서비스 차원에서 별다를게 없다는 평가였다.
영국의 RBS(Royal Bank of Scotland Group) 또한 JP모건과 비슷하게 인터넷전문은행 보(Bo)를 출시했다가 이내 접었다.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그룹 차원에서 사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연합회와 은행권은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용처'에 대한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을 Z세대 유치를 위한 특화채널로 활용하거나 현지 네트워크가 부족한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하는 방안 등 다양하게 고려 중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은 비스의 툴을 다른 금융회사와 핀테크 회사에 제공하는 서비스형 은행, 자산관리(WM) 서비스만 하는 WM 전문은행 등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금융그룹의 신용평가 등 노하우 전수, 활발한 인력 교류 등이 뒷받침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금융권 DT실무진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사업적인 부분으로 보면 새로운 시도지만 DT의 궁극적인 목표와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DT는 은행이란 본체를 디지털화하고 ICT 혁신을 가미해야 하는데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를 따라가기 바쁘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르미은행의 페퍼는 인터넷은행의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이긴 하나 이스라엘의 인구 수를 감안해보면 당연한 결과로 보여진다"며 "사실상 서비스 측면에서만 본다면 국내 은행들의 대표 모바일 플랫폼인 쏠, 스타뱅킹, 올원뱅크에 비해 경쟁력 있다고 여겨지진 않는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또 하나의 디지털전문은행란 '스피드보트' 기능에 그치는데 그쪽으로 힘을 분산시키는 게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카뱅에게는 없는 오프라인 채널의 경쟁력을 높이고 이를 온라인과 적절히 연계시키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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