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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뱅 설립 눈독 들이는 금융지주, 명분 어디에 기존 사업자 아쉬운 중금리 실적, 소비자 효용 확대 어필할 듯

이장준 기자공개 2021-04-19 07:18:23

이 기사는 2021년 04월 15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금융지주가 자체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일부에서는 보수적인 금융권에 '메기'를 투입해 혁신을 끌어내겠다는 본래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한다. 결국 시장 진입에 명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3년 전 당국은 은행업의 경쟁이 불충분해 소형, 전문화된 은행의 신규 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은행권에서는 경쟁자가 많을수록 소비자 효용도 커진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사업자들의 아쉬운 중금리대출 실적도 파고들만 한 구석으로 풀이된다.

◇은행업 경쟁도 엇갈린 평가, 신규진입 가능성 여지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하고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협회 차원에서 의견을 취합하고 논리를 보강해 당국에 건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실제 진입 여부를 추후 은행업 경쟁도 평가를 통해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앞서 2018년 외부 전문가 11명으로 꾸려진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평가위)는 은행업에 대한 경쟁도 평가를 진행했다. 총 3차례 회의를 거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해 은행업의 경쟁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당시 정량 지표를 보면 경쟁시장과 다소 집중된 시장의 애매한 경계선상에 있다. 시장 집중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HHI지수는 1233~1357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심사 기준으로는 '다소 집중된 시장', 미국 법무부 합병 심사 기준으로는 '집중되지 않은 시장'에 해당한다.

다만 보조분석을 보면 경쟁요인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평가위는 상위 6개사의 비용효율성 지표인 이익경비율(CIR)이 악화하고 있어 자극이 필요하고, ROE 등 수익성이 당시 개선돼 경쟁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혁신을 선도하거나 기존 은행 시스템을 보완할 소형, 전문화된 은행에 신규 인가는 고려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단기적으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신규인가를, 중장기적으로는 은행업 인가 단위의 세분화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토스뱅크(가칭)가 작년 금융위 예비인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본인가를 신청했고 하반기 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출처=금융위원회

올해도 금융권은 경쟁도 평가를 앞두고 있다. 앞서 2월 보험업이 가장 먼저 진행했고 신용평가업이 대기 중인 상황이다. 은행업은 하반기에 진행할 계획이다.

당국은 은행업의 경우 환경·규제 등 현황 및 인가, 업무범위 등 규제 개선 필요성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자 출현 영향과 디지털시대 성장 동인 등을 주로 들여다볼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중금리대출, 중저신용자 대출 실적 등 시장 참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추가 진입 허용 필요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당국이 외국의 인허가 정책, 규제 현황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힌 점도 금융지주들이 기대를 걸어볼 만한 대목이다.

◇'혁신' 금융권 밖에서 이뤄져야 vs 경쟁자 많아야

금융지주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아직 기존 사업자가 자리도 못 잡은 와중에 추가 인가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중에서는 카카오뱅크만이 유일하게 흑자 전환에 성공해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증자 이슈로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다 최근 들어서야 비로소 영업 재개에 나섰고 토스뱅크는 아직 출범도 못 했다.

더군다나 기존 금융권에서 혁신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테크기업을 기반에 둔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권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를 전면에 내세워 UI/UX 부문에 혁신을 가져왔다. 히트를 친 모임통장 상품의 성공 비결도 시중은행과 달리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케이뱅크는 범KT그룹의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형을 만들었다. 금융거래정보에 통신정보를 융합하고 보증보험을 끼지 않은 새로운 모델로 상품을 최초로 도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 자체가 기존 금융 플레이어가 아닌 ICT 플레이어가 판을 헤집고 다니는 메기효과를 기대한 것"이라며 "금융사가 별도로 작은 회사를 만들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혁신이 꼭 테크기업, 핀테크를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활성화하라는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도 여기 힘을 더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 확대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허용한 궁극적인 취지는 경쟁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효용을 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와야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지를 넓히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무거운 은행과 달리 가볍고 제약 요건이 작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하면 다양한 실험을 할 기회가 열린다. 오랜 기간 쌓은 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빅테크, 핀테크 기반 인터넷전문은행보다 안정성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법인에서 인력과 시스템을 꾸리면 혁신성도 보여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구체적인 안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아직 언론으로만 접했을 뿐 금융지주나 협회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관련 건의는 받지 못했다"며 "추후 내용을 보고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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