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12일 09: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가 2만여 명이 줄어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출생자 수가 27만여 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으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1인 세대가 급증하며 세대수는 사상 최다를 기록했고, 6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4분의 1 수준에 달해 고령화가 심화됐다.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도 심해졌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정부 전망(2016년)보다 9년 일찍 온 충격파는 경제 모든 영역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미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난 2018년(3746만명)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중이다.
2015년 기준 전체 인구 대비 생산가능인구 비율(73.2%)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이대로라면 2067년에는 이 비율이 최하위로 추락한다고 한다. 생산할 사람이 줄면 국내총생산(GDP)은 쪼그라들고 경제는 활력을 잃게 된다. 세금 낼 사람이 줄어드는 만큼 세금으로 충당하는 복지 시스템도 지속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사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더욱 심해지지 않았나 싶다. 각국의 최근 출산율 데이터는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팬데믹 기간에 출산율이 현저히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올해 1월 스페인과 프랑스의 출산율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각각 20%, 13% 감소했다. 그보다 좀 더 일찍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2월 출생률이 2019년 수준을 22%나 하회했다.
영국의 데이터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회계법인 PwC는 올해 8%의 하락을 추정한다. 중국에서도 유사한 변화가 나타나 지난해 출생률은 2019년 수준보다 15% 낮다. 미국에서는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 사이에 캘리포니아의 출산율이 10% 떨어졌다.
사람들은 경제와 금융이 불확실한 시기에 삶에서 큰 변화가 예상되는 이벤트를 미룰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출생아 수는 2009년과 2010년 모두 3%씩 감소했다. 만일 전세계적 출산율 하락이 팬데믹 때문이라면,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를 미룬 것으로만 이해한다면 경제 회복기에 출산율은 다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출산 보류로 해석할 수 있는 단기적 문제일까. 일자리가 줄어들고 집값은 감히 쳐다볼 수 없게 오른 상태에서 팬데믹으로 상황이 더욱 꼬인 것이라면 이 경제적 여파는 영구적 변화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선진국에서 출산율 하락은 이미 장기 추세를 보여 왔다. 많은 국가에서 출산율이 2%대에 머물고 있다고 걱정하는데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에서는 현재 0.84명으로 떨어졌다.
기대 수명이 향상되는 반면 출생률이 감소하는 환경은 부동산, 특히 주거시설 시장에서 노년층 인구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라 관광객이 급감한 뉴욕에서는 향후 뉴욕시 호텔 7개 중 3개가 노인 거주공간(senior housing)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독립적으로 살면서도 공동체에 속하고 싶은 고령층을 위한 주택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주택이 한국에는 거의 없는 것 같다. 청년 주택처럼 명확한 의미를 담은 명칭이 없고 인허가 기준, 해당 법규 등도 막연할 뿐이다.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서구 몇몇 국가에는 고령층이 타깃인 시니어하우징, 은퇴빌리지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부동산 펀드가 적지 않고 리츠도 다수 상장돼 있다. 이런 상품은 노하우를 통해 양질의 주거 환경을 제공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해 개인 투자자에게 환영 받고 있다. 은퇴자인 내가 가입한 상품이 소유한 주택에 살면서 직접 내는 임대료가 투자 수익으로 돌아온다면 이런 선순환이 또 어디 있을까.
퇴직 이후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든 사람에게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소득을 제공하는 부동산 상품이 이제 한국에도 소개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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