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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에 낀 삼성]반도체 굴기 vs 최대 소비국…중국의 명암④신흥 중국업체 견제는 기회, 미중 간 패권 다툼 장기화시 삼성에도 타격

김혜란 기자공개 2021-05-28 07:36:21

[편집자주]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자국주의'가 한층 더 맹렬해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삼성도 두 고래의 헤게모니 다툼에 자칫 새우등 터질 수 있는 만큼 경영과 투자 모두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특히 미중 슈퍼파워 게임의 격전장이 된 반도체 산업은 더욱더 민감한 상황이다. 삼성의 미·중 사업현황을 점검하고 이들을 둘러싼 글로벌 시장 환경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5일 15:2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를 만든 건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1996년 미국 오스틴에 D램 생산기지를 건설한 뒤 16년 만인 2012년에서야 중국을 두 번째 해외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낙점했기 때문이다.

중국 진출 시기는 다소 늦었지만 시안 생산법인 SCS(Samsung China Semiconductor)는 빠르게 몸집을 불려나갔다. 시안 공장은 본격 가동을 시작한 2014년 이후 해마다 실적 성장세를 보였고 2019년엔 최초로 매출 5조원을 넘어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인 오스틴공장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매출 규모만 보면 오스틴의 경우 지난 5년간 3조원대 수준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3년간 시안 2라인 증설에 150억달러(약 17조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SCS는 국내 평택, 화상사업장과 함께 낸드 생산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왔고, 삼성전자는 SCS를 거점으로 중국 시장 선점전략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었다.

하지만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삼성전자의 대중국 전략도 중요한 변곡점을 만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지연시키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신흥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기술을 따라잡으려고 전력투구하고 있는데, 격차를 더 벌릴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대중국 수출 봉쇄가 더욱 격화된다면 결국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에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中시안, 16년만에 건설한 두 번째 해외공장...오스틴과 함께 반도체 새 성장엔진

SCS는 삼성전자가 해외에 설립한 유일한 메모리반도체 생산기지다. 미국 오스틴생산법인(SAS, Samsung Austin Semiconductor)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이어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시안 공장 건설은 중국과 삼성전자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2000년대 이후 중국은 낸드를 사용하는 IT기업의 생산거점으로 떠올랐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현지에서 공급하는 것이 물류 비용 절감, 해외 고객사 유치 등 모든 면에서 유리했다.

또 삼성전자는 당시 기존 플래너낸드(Planar NAND)에서 3차원(3D) V-낸드 기술로 전환하는 시점에 있었다. 차세대 낸드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신규 투자를 해야 했는데, 국내에 새 공장을 짓는 것보다 중국으로 나가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당시 중국정부는 시안 등 낙후된 서부 지역 개발을 위해 서부에 투자하는 기업에 공장부지 지원, 세액공제 등을 제공했다.

2012년 삼성전자는 중국에 낸드 공장을 세워 V낸드 전용라인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다. SCS 설립 이후 삼성전자는 두 차례 추가 투자를 단행해 2공장 증설에 나섰다. 아직 증설 작업이 진행 중인데 올해 안에는 완료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선 중국이 미국과 마찬가지로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이유로 삼성전자에 대규모 투자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현재 2공장 증설을 마치고 나면 당분간 추가 투자에 나설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쪽으로 기울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중국이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는 신속하게 투자를 결정하는 게 맞지만 중국에 생산시설을 투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마트폰, 노트북, 서버 등에 반도체를 탑재한 제품을 만들어 이 중 일부는 중국 내에서 소비하지만 상당량을 수출한다"며 "중국도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으면 곤란해지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결국은 자국 산업을 위해서 삼성에 반도체를 계속해서 사다 쓸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안 없는 대중전략...아슬아슬 힘겨운 줄타기 지속할듯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국 전략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 시도는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지만 미·중 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막대한 자금을 반도체 연구·개발(R&D)에 쏟아붓고 있다.

아직 삼성과의 기술 격차가 큰 상황이지만 중국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등에 업고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최첨단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기술에서 절대적 우위를 계속 가져가는 게 유일한 대책이다.

그렇다고 한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는 동맹국인 미국의 대중국 수출봉쇄가 격화되는 상황도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중국이 반도체 굴기 달성에 고전하는 큰 요인 중 하나로 미국의 장비 제재가 꼽히고 있다. 미국이 미국과 일본의 메이저 반도체장비 업체들이 14나노 이하 칩을 만드는 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중국에 못 팔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 제재가 격상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사업도 사정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중국에서 운영 중인 팹(Fab)을 첨단화하기 위해 필요한 장비수입 길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이 오히려 중국의 기술 독립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건 삼성전자의 최대 주력 제품인 메모리반도체다.

삼성전자 전 고위임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팹에 대한 장비 수출도 막을 개연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만약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쁜 상황으로 간다면 미국이 삼성전자에 반도체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20개월의 공사기간을 통해 완성된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전경
2014년부터 본격 가동된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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