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민의 Money-Flix]중국 감독의 눈으로 바라본 미국 자본주의의 어두운 현실 <노매드랜드>두 슈퍼 파워의 긴장 관계가 조속히 해결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21-05-17 10:31:59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7일 10: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인들은 중국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인지 모른다.”웨이지안 샨(Weijian Shan). 중국에서 태어나 문화혁명을 겪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 버클리에서 공부한 후, 세계은행과 JP Morgan에서 일한 인물이다. 이후 뉴브리지 캐피탈(현 TPG 아시아)로 옮겨 제일은행의 인수를 주도했던 그는, 현재 자산규모 40조원의 홍콩 기반 사모펀드인 PAG의 회장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그를 인터뷰한 기사에 위와 같은 제목을 붙였다.
인터뷰 내내 웨이지안은 두 나라간의 긴장 관계가 해소될 기미가 안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과 중국이란 두 개의 진영으로 완전히 분리할 수도 없고, 분리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서로를 너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미국이 얼마나 사회주의적인지 모른다’고 덧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쯤은 미국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노회한 자본주의자 중국인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는 것처럼 전세계 경제는 두 슈퍼 파워의 충돌이 언제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특히나 팬데믹으로부터의 회복을 기대하는 과정에 예기치 않은 경제적 혹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그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의 인재들이 협력하여 만들어낸 영화 한 편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그리고 여우주연상을 휩쓴 <노매드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 <기생충>의 대성공에 이어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에 열광하느라 아쉽게도 그다지 주목을 끌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노매드랜드>는 2017년 출간된 논픽션 르뽀
영화화하기 적합한 소설 형식이 아니었음에도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의 어두운 현실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이 책의 영화화 판권을 사들인 것은 훗날 영화의 제작자이자 주연 배우로 나선 프랜시스 맥도먼드였다. 문제는 유목민의 삶을 사는 중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지극히 미국적이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이야기의 극영화로 만들어낼 감독을 찾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다 2017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로데오 카우보이>(원제
영국 기숙학교를 거쳐 LA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후 미국 대학에서 정치학과 영화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단지 두 편의 영화만을 만든 경험이 전부인 젊은 중국인에게 <노매드랜드>를 맡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프랜시스는 과감하게 클로이에게 영화의 각색, 편집 그리고 감독을 맡겼다.
오히려 중국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이방인으로서 미국을 바라봐온 클로이의 시각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를 더욱 생생하게 그려낼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평단의 호평으로 이어졌다. 순진하게 생각하면 미국과 중국이 하나의 목적을 추구할 때 만들어낼 성공적인 결과물의 예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중국판 봉준호’로 칭송받아 마땅한 클로이에 대한 정보는 중국 내 인터넷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오래 전 인터뷰에서 중국을 비판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노매드랜드〉의 중국 개봉이 취소되고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도 금지되었다. 클로이가 감독하고 마동석이 등장하는 마블 영화 <이터널스>의 중국 개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매드랜드>는 미국과 중국의 간격이 얼마나 벌어져 있는 지와 두 나라의 화해와 협력이 얼마나 쉽지 않은 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로도 매우 적절해 보인다. 한 올의 말총에 매달려 우리 머리 위에 걸려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웨이지안 샨 인터뷰 기사: https://bit.ly/2Qns3xJ
<노매드랜드>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tfmRVC_GADw&t=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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