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하는 미술품 렌탈시장]'비용부담 덜고 감상욕구 채우고'...렌탈시장 열렸다①주기적 교체·낮은 비용, 법인 위주→개인 수요 확대…오픈갤러리 매출액 45% 급증
이민호 기자공개 2021-05-27 13:03:20
[편집자주]
국내 미술품시장이 활황을 띠며 렌탈산업도 본격적인 기지개를 켜고 있다. 작품가격의 3% 수준인 비교적 낮은 월 렌탈료와 주기적 작품 교체를 앞세운 미술품 렌탈산업은 법인을 넘어 개인으로 수요층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렌탈산업 확대를 위해서는 비용구조 개선과 큐레이팅 서비스 확대 등 보완해야할 것들이 많다. 더벨이 미술품 렌탈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개선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4일 16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미술품시장이 활황에 접어들며 렌탈산업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입가보다 저렴한 렌탈료와 주기적 교체의 이점으로 법인뿐 아니라 개인 수요자의 유입도 활발해지고 있다.공공영역에서 출발한 국내 미술품 렌탈산업은 2010년대 중반 들어 민간영역으로까지 확대됐다. 최근에는 대형 유통기업 및 금융권과의 제휴를 통해 수요 저변을 넓히고 있다.
◇낮은 비용으로 감상 욕구 충족…개인 고객 적극적 유입
미술품 렌탈시장의 본질은 감상에 대한 욕구에서 출발한다. 갤러리(화랑)나 경매회사 등이 속한 미술품 유통시장이 소유의 욕구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는 구분된다. 미술품 렌탈시장의 태동에는 온라인 미술품시장의 활성화가 주요했다. 경매회사를 중심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온라인 미술품시장은 수억원을 호가하는 작품이 출품되는 메이저경매와 달리 500만~2000만원대 작품을 내세워 기존 고액자산가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을 컬렉터층으로 유입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미술품 렌탈시장은 크게 두 가지 수요를 공략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먼저 구매 이전 작품을 확인하려는 수요를 충족시킨다. 온라인 미술품시장의 최대 약점으로는 구매 이전에 작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점이 꼽힌다. 최근 경매회사들이 온라인경매 전용 전시장을 오프라인으로 개관하고 있지만 수요를 따라가기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렌탈 서비스를 통하면 구매하려는 미술품의 상태가 양호한지 여부나 선호에 부합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주변 인테리어 등 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렌탈 플랫폼들은 이런 수요를 겨냥해 렌탈 이후 실제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 렌탈료로 지불한 금액 중 일부를 작품 구매 비용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미술품시장 신규진입자의 진입장벽을 낮춰주는 효과도 발생시킨다.
무엇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미술품을 향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술품 향유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소유는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최대 결점이다. 하지만 렌탈의 형태를 취하면 매월 작품가격의 1~3%의 비용으로 원하는 미술품을 향유할 수 있다. 대부분 3개월 주기로 교체가 가능한 점도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미술품 렌탈시장이 초기에 공공기관이나 법인을 타깃 수요자로 성장한 것도 낮은 비용으로 건물 로비나 사무실을 꾸밀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 개인이 렌탈시장의 수요자로 부각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홈인테리어 관심 증가는 개인 수요자의 미술품 렌탈시장 진입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공→민간 영역확장…오픈갤러리 매출액 급증
현대적 의미의 미술품 렌탈산업은 영국 런던에서 2011년 문을 연 라이즈아트(Rise Art)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애초 미술품 렌탈산업은 구매 이전 작품 확인의 목적에서 시작됐다. 라이즈아트는 기존에 일부 대형 갤러리가 지역 컬렉터에게 제공하던 렌탈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을 앞세워 본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체계화했다. 라이즈아트는 광범위한 형태·소재·주제의 작품 1만여점을 전세계 40여개국에 대여해주고 있다.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작가는 600여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미술품 렌탈시장은 공공영역에서 먼저 형성됐다. 정부가 미술품을 직접 구입해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고 작가들의 창작활동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국립현대미술관 산하에 2005년 설립된 미술은행은 국가기관, 지자체, 공·사립 미술관 등 주로 공공기관에 렌탈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2015년부터는 일반법인에까지 확대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미술은행은 총 186점의 작품을 19억5000만원에 구입했으며 198개 기관에 2799점을 대여해 9억7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민간영역은 단색화 열풍으로 국내 미술품시장이 흥했던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미술은행과 달리 미술품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 작가와 계약을 맺는 방식을 취했다. 국내 대표적인 미술품 렌탈업체로는 2013년 설립된 오픈갤러리가 꼽힌다. 오픈갤러리는 시장 선점효과에 힘입어 작가 1300여명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으며 3만70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미술품 렌탈시장의 구체적인 규모는 갤러리나 경매회사가 포함되는 유통시장과 달리 아직 산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오픈갤러리 실적 상승세를 보면 시장 확대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오픈갤러리의 렌탈 서비스 매출액은 2019년 하반기보다 44.8% 늘었고 주문건수는 26.6% 증가했다. 미술품 렌탈시장 성장에 금융투자업계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오픈갤러리가 현재까지 벤처캐피탈(VC) 등을 통해 유치한 투자규모는 90억원을 웃돈다.
단색화 열풍에 따른 시장 확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2017년에 이르러 신규 렌탈업체의 진입이 활발히 전개됐다. 기존에 존재하던 갤러리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전속작가 작품에 대한 렌탈 서비스를 론칭하거나 아트노믹스, BT아트그룹, 아트리에 등 렌탈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생겨났다. 이들 업체는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보유하고 주로 개인을 타깃으로 하는 공통점이 있다.
◇유통·금융기업 제휴 활발…고객저변 공격 확대
대형 유통업체와의 제휴를 통한 고객 저변 확대는 최근 미술품 렌탈업체의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다. 아트노믹스는 ‘갤러리K’라는 미술품 렌탈매장을 일부 롯데백화점, 롯데몰, 롯데아울렛, AK플라자 등에 제휴 입점했다. 오프라인 전시를 동반하는 만큼 유통업체의 고급화 전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이지만 금융권과의 제휴도 진행 중이다. 은행·카드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의 자산관리(WM) 등에 필요한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술품 렌탈도 각광받고 있다. 오픈갤러리가 신한카드와 정기배송 서비스 제휴를 맺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술업계 관계자는 “미술품 매매의 부차적 서비스였던 렌탈이 독립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저렴한 비용으로 미술품을 향유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법인과 개인 모두에서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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