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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독립계 GP 해부]한지붕 두가족 KB증권PE, 투트랙 전략 성공할까그로쓰-빅딜 담당 조직 이원화…향후 성과 예의주시

조세훈 기자공개 2021-06-03 07:51:27

[편집자주]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현 기관전용 사모펀드) 시장이 태동한지 17년이 흘렀다. 대체투자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서 운용사의 숫자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대형 금융사들도 사업부 혹은 자회사 형태로 조직을 갖추고 PE 비즈니스에 참여하고 있으나 그 성과에 대한 평가는 독립계 GP에 비해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더벨은 금융·산업계열 GP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풀어야 할 숙제들을 하우스별로 상세히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증권PE는 비독립계 운용사 중 비교적 후발주자다. 리딩뱅크를 강조하는 KB금융지주의 행보와 달리 사모투자분야는 KB증권의 사업부 형태로 남아 상대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현대증권과의 합병을 통해 대형 증권사로 거듭난 KB증권은 이후 본격적으로 사모펀드(PEF) 시장에 뛰어들었다. 성장투자본부를 만들어 적극적인 외부 인력 영입을 통해 투자업무에 박차를 가했다. 트랙레코드가 취약한 점을 고려해 다른 운용사와 손을 맞잡고 기업구조조정, 세컨더리, 기술금융 등 특화된 블라인드펀드 시장에 진출하며 단시간내에 존재감을 나타냈다.

이후 지난해 말 '한 지붕 두 가족' 경쟁 체제를 구축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외부 인사를 영입해 PE사업부를 신설하고 본부로 격상시키면서다. 대기업 위주의 ECM, DCM 업무에 잔뼈가 굵은 김현준 본부장을 좌장으로 앉혔다. 시장에서는 PE사업본부 신설을 대기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투트랙 전략을 노리고 있는 KB증권의 PE사업이 성과로 나타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후발주자의 도전...작지만 강한 팀 구축

KB증권은 2017년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으로 덩치를 키웠다. 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했지만 PE부문은 여전히 취약지점으로 존재했다. 합병 전 양사 모두 PE 조직은 있었지만 존재감이 미미했다.

과거 KB투자증권은 PE사업부를 통해 프로젝트 펀드 일부를 운용하기도 했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IB업계 관계자는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모두 PE 관련 부서가 있었지만 그리 주목받지는 못했다"며 "투자 규모가 워낙 작아 눈에 띄는 하우스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후발주자인 점을 인정하며 공동 운용(GP) 전략을 수립했다. 풍부한 자기자본과 딜 소싱 역량이 있지만 과거 트랙레코드가 부족한 만큼 역량있는 운용사와 맞손을 잡아 블라인드펀드 조성에 나섰다. 규모가 큰 증권사 PE인 만큼 복수의 펀드를 조성하는 방향으로 밑그림을 그렸다. 2018년 초 만들어진 성장투자본부를 신설하고 송원강 당시 상무를 좌장으로 임명했다.

송 본부장은 우선 경쟁이 비교적 적은 세컨더리 블라인드펀드에 주목했다. 세컨더리는 PEF와 창업투자조합, 신기술사업투자조합 등이 이미 투자한 기업의 구주를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PEF인 스톤브릿지캐피탈과 공동으로 2018년 국민연금공단의 첫 세컨더리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총 2400억원 규모로 결성된 이 펀드는 첫 투자처로 전자기기 부품사 솔루엠을 낙점했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산업은행이 보유한 솔루엠 지분 14.12%를 472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온라인 패션 커머스(상거래) 기업 스타일쉐어(100억원), 클라우드 관리기업(MSP) 메가존클라우드 투자(300억원), 소셜 카지노 게임 '클럽베가스' 개발사 베이글코드(200억원)에 투자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구조조정 기업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에도 도전장을 냈다. 이 분야에 잔뼈가 굵은 나우IB캐피탈과 함께 펀드 조성에 나섰다. 성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2019년 7월 국민연금 SS&D(Special Situation and Distressed) 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된 데 이어 한국성장금융으로부터 기업구조혁신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총 2500억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으며 지난해 통신 안테나 제조기업 하이게인안테나에 투자했다.

이밖에 TCB펀드에서도 성과를 냈다. TCB펀드는 TCB(기술신용평가)등급이 상위 5단계 이상인 기업 또는 지적재산권 수익화 등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TS인베스트먼트와 공동으로 TCB펀드 1호(500억원) 결성을 시작으로 대상그룹 계열 벤처캐피털인 UTC인베스트먼트와는 2호(508억원)를 성공적으로 결성했다.

2019년 프로젝트펀드로 해외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야) 기업 프레스티지바이오팜(피비파마)에 408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피비파마는 올 초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현재 시총 1조7000억원을 오가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보호예수 기간이 끝나는 올 상반기에는 유의미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실적이 기대된다.

◇PE사업부 신설후 본부로 격상…활발한 투자활동 예고

KB증권은 올초 PE사업부를 본부로 승격시켰다. 2019년 김현준 상무 영입후 부서로 존재했으나 집행임원인 김 상무의 직급에 걸맞는 조직이 갖춰져야 한다는 내부 논의에 따라 본부로 격상됐다.

PE사업본부에는 투자를 담당하는 PE부와 자문을 맡는 M&A부가 배치됐고 본부 승격으로 인력 충원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PE본부에는 국내 최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칼라일그룹·UTC인베스트먼트 등을 거친 정주용 상무가 영입됐다. 그는 UTC인베스트먼트에서는 PE 투자를 총괄하는 PE운용본부장을 맡았었다. M&A부에는 삼일PwC 출신의 박성준 이사와 장익 부장이 합류했다.


시장의 시선은 PE사업본부 수장을 맡은 김현준 상무에게로 쏠린다. 김 상무는 과거 KB투자증권 재직 당시 주식발행시장(ECM)·기업금융본부 이사를 지내다 2016년 미래에셋대우로 자리를 옮겼다. 주로 채권발행시장(DCM) 업무와 중소·중견기업 ECM 분야를 포함한 기업금융 전반에 걸친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3년 만인 2019년 KB증권 PE사업부장으로 복귀했다.

내부적으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들의 그로쓰 투자를 담당하는 성장투자본부와 별개로 대기업 관련 M&A와 그로인해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PE 딜을 김 상무에게 맡기겠다는 복안이다. PE 투자 전략의 이원화 차원에서 조직을 세팅한 셈이다.

PE사업본부는 이미 두 건의 투자 트렉레코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 1위 볼베어링 강구(Steel ball) 제조사 박원에 투자했다. 에스티리더스프라이빗에쿼티(에스티리더스PE)와 함께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 방식으로 박원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거래는 박원이 발행하는 RCPS(전환상환우선주)를 인수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올 초에는 제약사 투자에 나섰다. PE사업본부 주도로 1000억 규모의 일동제약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KB증권은 프로젝트펀드와 나우IB캐피탈과 함께 운용하는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통해 각각 800억원, 200억원을 투자했다.

일각에서는 PE사업본부의 펀드 사이즈나 딜의 거래 규모가 기대와 달리 다소 작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차츰 투자 범위와 규모를 넓혀나가겠다는 것이 KB증권PE본부의 복안이다.

KB증권 관계자는 "아직은 조직이 갖춰진지 얼마되지 않은 만큼 무리하지 않는 수준에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투자-회수 트렉레코드가 쌓이면 펀드레이징 규모나 딜 사이즈도 차츰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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