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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LG상사, '계열분리 염두' 선제적 재무관리 통했다④2018년 LG전자 출신 민병일 전무 CFO로 낙점...'홀로서기' 대비 현금성자산 2배로 증가

박상희 기자공개 2021-05-28 10:17:37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6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8년 ㈜LG가 지배구조 상 지주사 밖에 위치하던 LG상사의 지분을 매입했을 때 시장은 LG상사가 마침내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자회사 편입은 LX그룹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서막이었다.

LG그룹이 2018년 11월에 발표한 '2019년도 임원인사' 인사에서 민병일 LG전자 금융담당(사진)을 LG상사로 이동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LG상사가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 되더라도 타격이 없도록 선제적 재무 관리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LG상사의 재무구조는 LG그룹에 편입될 당시보다 훨씬 더 개선된 모습이다.

◇LG그룹 계열사로 편입 이후 민병일 전무에 '재무 관리' 미션

LG그룹의 지난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LG상사는 3명의 승진자를 배출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는 민병일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에너지 관련 신사업 개발을 주도한 이상무 책임과 재무 구조 개선에 기여한 조은형 책임을 각각 상무로 신규 선임했다. 승진자 중에 2명이 재무라인이었다.

LG상사는 민 전무가 재무건전성 강화 및 경영관리체계 고도화를 주도했다고 승진 이유를 설명했다. 민 전무는 1966년생으로 서울대 언어학을 전공했다. 2000년 LG전자에 입사한 뒤 줄곧 재무통으로서 커리어를 쌓았다. LG상사가 L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민 전무는 LG상사의 CFO로 낙점됐다.

LG그룹 인사가 있던 날 LG그룹은 LG상사(자회사 판토스 포함)를 비롯한 5개 계열사를 인적분할해 별도의 지주사를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LX그룹 계열분리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민 전무의 승진은 사실상 새로운 지주사 출범 준비 과정에서 LG상사 CFO로서의 노고를 치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LG상사는 LX그룹의 매출 70% 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실제로 민 전무가 LG상사의 곳간지기를 맡은 이후 재무구조는 이전보다 안정화됐다는 평가다. 2018년말 연결 기준 LG상사의 부채비율은 225.13%, 차입금의존도는 28.4%를 기록했다. 2020년 말 연결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207%, 차입금의존도는 25.7%까지 낮아졌다.

종합상사는 무역금융을 활용해 교역량을 확대하는 업의 특성상 부채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LG상사는 영업현금흐름(NCF)내에서 투자하는 보수적 재무기조를 장기간 유지하며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왔다.

2015년 판토스 인수 이후 재무구조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판토스를 인수하는데만 3147억원이라는 거금을 들였다. 이후에도 당진탱크터미널 유상증자 참여(808억원), 하이로지스틱스 인수(1054억원), 중국 열병합발전소 지분투자(558억원) 등에 약 5500억원의 자금을 썼다. 팜 농장 인수 및 물류 부문의 유형자산 투자(약 1263억원), 인도네시아 팜오일 농장 지분투자(약 741억원) 및 법인세 추징액(약 711억원) 등 대규모 자금소요가 발생했다.

◇전무로 승진·사내이사 재선임...LX그룹 출범 후에도 중용 예상

민 전무는 LG상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재무 관리에 나서면서 동시에 현금성자산을 축척하는데 공을 들였다. LG상사가 LG그룹으로부터 독립할 때를 대비해 여유자금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2018년 말 기준 LG상사의 현금성자산은 3420억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동성은 6900억원 수준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2019년 여의도 트윈타워 매각(1336억원)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2019년에는 법인세 환급금(475억원) 효과도 있었다. 특히 지난해 북경타워 지분을 매각한 것이 주효했다. LG상사는 지분율 25%를 보유하고 있던 북경타워를 3687억원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순차입금이 전년 대비 4012억원 감소하는 효과를 거두면서 동시에 현금성 자산도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재무지표를 관리하고 유동성 확보에 나선 때문일까. LG상사는 LG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 가능성이 공식화 됐음에도 신용등급에 큰 변화가 없었다. 대다수 신용평가사들은 인적분할 결정 시점부터 LX홀딩스 계열사에 대한 LG그룹의 유사시 지원가능성은 약화되기 시작할 것(한국신용평가)으로 봤다.

다만 LG상사가 LG그룹 계열사이던 시절의 신용등급에도 유사시 계열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지 않아 분할 계획이 신용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한국기업평가)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기평은 엘지상사의 120-2회 외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계열 분리 시 신용도와 등급전망 변경 가능성은 자금조달을 책임지는 CFO로서는 최대한 피하고 싶은 악재다.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뀔 경우 조달 비용이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LG상사는 이 같은 악재는 피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민 전무는 지난해 승진에 이어 올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도 재선임됐다. 이사회는 민 전무가 LG전자에서 입증된 재무적 성과와 관리능력을 바탕으로 LG상사의 재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판단해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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