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배' 남양유업 지분가치 어떻게 산정했나 적자탓 실적으론 책정 불가, 정상화 가능성에 방점
박시은 기자공개 2021-05-31 07:34:48
이 기사는 2021년 05월 28일 10: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국내 유제품 기업 남양유업을 전격 인수키로 한 가운데 거래 가격도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가 대비 2배에 달하는 가격의 적정성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른다.이번 거래 대상은 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약 5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한앤컴퍼니는 이 지분의 가치를 3100억원으로 책정했다. 주식매매계약 체결 공시가 발표된 전날(27일) 종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이 3000억원 가량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두배에 달하는 가격으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통상 경영권이 동반된 바이아웃 거래시 프리미엄은 30% 정도 얹어진다. 하지만 이번 남양유업 M&A에서는 무려 100%에 육박하는 프리미엄이 적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조업의 경우 M&A 업계에서 적용하는 기본적인 밸류에이션 기법은 실적을 기반으로 한 에비타멀티플(EV/EBITDA)이지만 남양유업이 작년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에 에비타배수를 활용해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771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상각전이익(에비타) 역시 186억원 가량 마이너스 상태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400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적자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실적을 밑바탕으로 한 가치 산정은 불가능하다.
다만 피어그룹이자 오랜 경쟁사였던 매일유업의 실적과 시가총액을 통해 적정 배수를 미루어 짐작할 수는 있다. 현재 매일유업의 시가총액은 6300억원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66억원 규모 순현금을 반영하면 남양유업의 기업가치(EV)와 100% 지분가치(Equity Value)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지난해 말 기준 연결 EBITDA인 1200억원을 반영해 나눠주면 매일유업의 멀티플 배수는 약 5.25배 가량으로 산출된다.
남양유업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기 전인 2019년 실적에 매일유업의 멀티플을 대입해 보자. 2019년 말 기준 남양유업의 연결 기준 EBITDA는 530억원 여기에 5.25배 멀티플을 적용하면 남양유업의 당시 기업가치는 약 2800억원으로 계산된다.
같은 기간 남양유업의 1700억원 규모 순현금을 반영한 지분가치는 4500억원으로 추산된다. 멀티플을 후하게 쳐주더라도 남양유업의 지분 100%의 가치는 최대 5000억원을 넘지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는 지난해보다 양호했던 2019년 실적을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이기 때문에 현재 가치는 이보다 더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처럼 시장가격 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성사된 상장사 M&A 사례는 또 있다. 2018년 SK네트웍스가 단행한 AJ렌터카 경영권 인수 거래다.
당시 SK네트웍스는 AJ네트웍스가 보유하고 있던 AJ렌터카 지분 50%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거래가 진행된 시기 AJ렌터카의 시가총액은 3000억원 정도였기 때문에 SK네트웍스 역시 시가 대비 두 배 높은 가격을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거래의 경우 SK그룹이 렌터카 사업을 이미 영위하고 있는 전략적투자자(SI)라는 점에서 이번 남양유업 M&A와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SI는 높은 값에 인수하더라도 향후 계열사간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투자금 회수에 대한 부담도 없어 오랜 기간 회사를 키워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한앤컴퍼니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의 경우 수년 내 매각을 고려해야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부터 비교적 낮은 가격에 인수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가 대비 2배의 프리미엄은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사모펀드 특유의 강도높은 경영 효율 전략을 취한다면 이른 시일 안에 남양유업의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고 이는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에 따라 비교적 후한 값에 오너 일가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한앤컴퍼니가 남양유업의 오랜 업력과 제품 경쟁력을 감안할 때 오히려 비싸지 않은 가격에 인수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남양유업은 과거 대리점 갑질과 최근 불가리스 사태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 불매운동이 이어졌고 결과적으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다"며 "매일유업과 함께 국내 유제품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반등의 가능성을 더 높이 평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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