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업계 대해부]실적-배당 따로 움직이는 이노션⑤순이익 감소에도 배당 확대, 별도 배당성향 200% 육박…오너일가 '현금창출구' 여전?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04 09:30:57
[편집자주]
국내 광고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소속된 그룹사의 내부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외부 고객 확보와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재계의 흐름에 발맞춰 ESG경영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광고회사들의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 주요 인물, 신사업 등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이노션)는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IPO) 직전 해인 2014년부터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배당을 확대해왔다. '예외'였던 그때도 축소 아닌 동결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배당규모를 키워 눈길을 끈다.통상 배당 흐름은 당기순이익과 궤를 같이 한다. 하지만 이노션은 다르다. 당기순손익 증감과 무관하게 우상향을 그린다. 기본적으로 주주권리를 중시하는 정책 영향이다. 동시에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반영됐을 거란 시각이 있다. 최대주주인 정성이 고문의 경우 작년 기준 연간 배당금이 근로소득을 4배나 웃돌았다.
이노션은 지난해 주당 18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직전년(2019년) 1500원에서 20% 높인 금액이다. 2014년 상장을 앞두고 배당금을 700원으로 책정한 이래 매년 증액하고 있다. 2019년 한 차례 동결 했다가 이번에 다시 올렸다. 배당금 총액은 36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눈에 띄는 건 실적과 배당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상 기업들은 당기순이익을 배당 기준으로 삼는다. 영업활동의 결과물인 영업이익에 영업외손익을 반영하고 각종 세금을 제한 뒤 남은 당기순이익에 따라 배당 실시 여부와 규모를 정하는 식이다. 특정 배당성향을 정해두고 그에 맞춰 금액을 정하는 곳도 많다.
실적이 악화되면 배당을 줄이기도 한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당기순이익이 급감하자 주당 배당금을 낮췄다. 2015년부터 5년 연속 주당 4000원(보통주 기준)으로 책정해왔지만 작년엔 3000원만 지급했다. 기존에 1000원씩 주던 중간배당을 건너 뛰었다.
당시 현대차는 배당 축소의 이유로 올해 예정돼 있는 대규모 투자를 들었다. 주주환원 정책의 방향성에는 변화가 없지만 '미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재원 확보 측면에서 유연하게 배당정책을 운영해 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노션은 이러한 분위기와 맥을 같이 하지 않는다. 수년간의 배당 추이를 살펴보면 2014년~2017년 3년 연속으로 순이익이 연결·별도 기준 모두 뒷걸음질 쳤지만 반대로 주당 배당금은 증가했다. 2018년 이후도 마찬가지다. 순이익 감소에도 배당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때문에 배당성향은 빠르게 높아졌다. 배당금 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 구하는데 분모 역할을 하는 순이익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작년 배당성향은 연결 기준 57%, 별도 기준 195%까지 치솟았다. 배당 재원인 이익잉여금은 작년 말 기준 6885억원으로 넉넉한 수준이다.
이 같은 행보는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노션은 IR자료 등을 통해 주주환원에 대한 의지를 끊임없이 드러내왔다. '2019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주주에게 소유지분에 따라 배분하고 있다"며 "2015년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배당금을 확대하며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별도로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있지는 않다.
일각에는 이노션의 고배당에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3월 말 기준)은 △정성이 고문(353만9000주·17.69%) △정의선 회장(40만주·2%) △현대차 정몽구재단(180만주·9%) 등이다. 이밖에 △NHPEA IV Highlight Holdings AB(360만주·18%) △국민연금공단(269만6323주·13.48%) △롯데컬처웍스(206만주·10.3%) 등이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고문과 정 회장의 보유주식수에 주당 배당금을 곱해 단순 계산해보면 지난해 각각 64억, 7억원 가량의 배당금을 수령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8년엔 지분율이 27.99%로 84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으나 이듬해 롯데컬처웍스에 10.3%를 넘기며 수익이 줄었다. 하지만 직이 많지 않은 정 고문 입장에서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 지난해 이노션에서 받은 연간 보수는 급여(11억3900만원)에 상여(3억4800만원)를 더해 14억8700만원이었다.
이노션은 상장 전 현대차그룹 오너일가의 현금 창출구 중 하나로 지목받았던 회사이기도 하다. 2005년 출범한 이노션은 2012년까지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 고문, 정 회장 등 세 사람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정 명예회장이 20%, 정 고문·정 회장이 각각 40%씩이다.
처음 배당을 실시한 건 2008년이다. 이때 세 사람 몫으로 현금·주식을 합해 60억원,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동안은 매년 90억원씩 지급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오너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에 그룹 물량을 몰아준 뒤 높은 배당금을 챙기도록 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이들은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도입하며 이노션 지분 정리에 나섰다. 대기업집단 소속으로 오너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사는 20%)이상이고 내부거래가 연 200억원(혹은 총 매출의 12%)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지분 전량을 현대차 정몽구재단에 넘겼고 최대주주였던 정 회장도 보유지분 40% 중 30%를 매각했다. IPO 과정에서 구주매출 형태로 남은 10% 중 8%를 마저 정리했다.
이노션 관계자는 "주주이익 강화를 위해 배당금을 유지하거나 높이고 있다"며 "배당이 실적 증감과도 관계가 있지만 주주들 생각을 더 한다는 측면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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