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어가 가장 널리 선택되는 제2외국어였던 필자의 중고생 때만 해도 의사들이 진단과 처방을 독일어로 기록했다. 왜 그러는지 궁금해 했더니 주위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하면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던 것 같다. 독일어 단어는 명사가 매우 길어서 아직 독일어를 배우기 전이었던 필자는 마냥 신기했었다. 그리고 독일이 세계 최고의 의학 수준을 자랑한다는 말도 들었다.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병원은 샤리테(Charité)다. 3000병상이 넘는 규모다. 대중적인 병원이어서 미국 뉴욕의 벨뷰병원과 마찬가지로 2017년부터 인기 병원드라마의 소재다. 벨뷰 소재 ‘뉴암스테르담’이 현대를 배경으로 한 반면 ‘샤리테’ 시즌1은 1888년에서 시작한다. 시즌2는 2차 대전 후반부, 시즌3는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시작했던 1961년에서 시작된다. 독일 제1공영방송(Das Erste)에서 송출되었다. 2010년에는 병원에 대한 다큐도 제작되었다. 제목이 ‘내 마지막 희망’이다. 병원에 대한 책도 많이 씌여졌는데 독일어 위키에는 모두 13권의 책이 소개되어 있다.
샤리테는 1710년에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1세의 칙령으로 베를린에 설립된 병원이다. 당시 동프로이센에 창궐하던 페스트의 확산에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다. 페스트는 베를린을 피해갔지만 병원은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빈민구호용으로 존속되었다. 1810년에 베를린 훔볼트대학이 창건되었고 병원은 1828년부터 훔볼트의대와 연계되었다. US뉴스는 샤리테를 하이델베르크대학, 뮌헨대학 의대와 함께 독일 3대 대학병원으로 꼽는다. 2021년 뉴스위크는 독일 1위, 글로벌 6위로 평가했다. 자회사 포함 약 2만 명이 일한다. 미국의 존스 홉킨스, 한국의 가천대학병원 등과 제휴 관계다.
샤리테는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동베를린의 소련 점령지에 귀속되어 소련군 군병원으로 사용되었다. 동독 정부하에서도 독일의 의학과 의료 수준은 잘 유지되었는데 냉전 시대 체제선전에 활용될 정도였다. 1990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샤리테는 훔볼트대학과 자유베를린대학 양 대학의 대학병원으로 새출발했다. 10명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와 한 명의 화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자체 의학박물관과 3만 권이 넘는 장서를 보유한 환자용 도서관으로도 유명하다.
독일의 대기업들이 감사회와 경영위원회의 복층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샤리테도 공공법인(Körperschaft des öffentlichen Rechts)이기는 하지만 감사회와 경영위원회가 설치되어 병원을 운영한다. 경영위원회는 병원장인 위원장과 진료부원장, 의대학장, 재정·시설부원장 등 4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 병원장은 약리학자인 헤요 크레머 교수다. 전임자는 2008년에서 2019년까지 병원을 이끌었던 신경학자 칼 막스 아인호이플 교수다. 18인으로 구성된 감사회 의장은 베를린 시장이 맡는다.
샤리테는 ESG 차원에서 한가지 중요한 경험을 했다. 병원의 시설관리업무는 CFM이라는 이름의 독립된 영리 유한회사가 수행하는데 샤리테는 2006년에 51대49로 외부의 한 민간기업과 합작하면서 이 회사를 만들어 업무를 직원들과 함께 분리했었다. 직원들은 베를린시 소속이었다가 민간기업 직원 신분으로 전환되었다. 그후 2000명이 넘는 CFM 직원들의 처우와 근로 여건 문제가 종종 물의를 일으켰고 임금협상 과정에서 파업으로 연결되기도 했다. 즉, 샤리테는 자회사 레벨에서 심각한 ESG 문제를 안게 되었다. 2019년 결국 샤리테가 지분을 100%로 조정해 회사를 되찾아왔고 최근 사민당-녹색당 연합정부인 베를린시는 여전히 독립법인인 CFM 소속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시 소속으로 복귀시키기로 결정했다.
모든 병원에서 의료진 아닌 일반직 직원들이 다수 일한다. 원무, 경영지원, 운영지원, 홍보, 시설관리, 조달, 병실관리, 조리, 경비 등 다양하다. 정규직, 비정규직, 외주 등 계약도 여러 형태가 있을 것이다. 이 인력 또한 병원의 정상적인 운영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처우와 근로 여건 문제는 의료진의 그것에 비해 결코 덜 중요하지 않다. ESG 이념을 적용하면 병원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역할에 상응하는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고 병원 경영진은 그에 필요한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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