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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마운트시나이병원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06-21 08:00:4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욕 맨해튼에 마운트시나이병원(Mount Sinai Hospital)이 있다. US뉴스가 2020년에 미국 5000개 병원 중 14위로 선정한 병원이다. 1140병상이다. 이름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유대계다. 1852년에 설립되고 1855년에 개원했다. 8개 병원, 모두 4만2000명이 일하는 마운트시나이 헬스시스템의 중심 병원이다.

병원이 세워질 당시 뉴욕에서는 유대인들이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유대인들에 대한 진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샘슨 심슨(Sampson Simson)이라는 독일계 정통파 유대교인의 주도로 병원이 세워져 심슨은 ‘마운트시나이병원의 아버지’로 불린다. 심슨은 뉴욕 최초의 유대인 변호사들 중 한 사람이다. 변호사 일은 오래하지 않았고 농장을 경영하면서 사회사업에 열중했던 사람이다. 병원 출범을 위해 부지를 기부했다.

초창기 병원의 이름은 솔직담백하게 그냥 유대인병원(The Jews’ Hospital)이었다. 현재의 이름은 1866년에 붙여진 것이다. 남북전쟁 시에 부상병들을 치료했고 1863년에 있었던 맨해튼 징집폭동 때도 역할이 컸는데 그에 따라 유대인 커뮤니티에 국한되지 않고 점차 활동 영역을 넓혀 일반 병원으로 변신했다. 이름을 바꾼 이유다.

1963년에 의대를 설립했다. 의대의 이름은 칼 아이칸(Carl Icahn) 의대다. 주주행동주의의 전설적 인물인 바로 그 아이칸이다. 아이칸은 2012년에 2억 달러 기부약정을 했고 그에 따라 학교에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아이칸은 2004년에도 2500만 달러를 내놓았었다. 아이칸은 뉴욕 태생 유대인이다. 헤지펀드 운영자로서는 악명 높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무자비한 아이칸이지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기로 하는 약정 운동에 동참했다. 뉴욕의 브롱크스에서는 집이 없는 엄마들을 위한 보호시설을 운영하기도 한다. 아이칸이 설립한 재단의 이름이 아동구호펀드(Children's Rescue Fund)다.

글로벌 사모펀드 KKR의 공동창립자 헨리 크라비스도 유대인인데 시나이병원 심혈관 건강센터를 위해 1500만 달러를 내놓았다. 장인이 유대교 랍비인 뢰브(Loews Corporation)의 제임스 티쉬 회장도 병원에 4000만 달러를 기부해 자신의 이름을 딴 암센터가 건립되었다.

마운트시나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또 다른 병원은 LA에 있는 시다스-시나이병원(Cedars-Sinai Medical Center)이다. 1961년에 두 병원(Cedars of Lebanon Hospital과 Mount Sinai Hospital)이 합병해서 탄생했다. 대형 병원들 간의 합병은 매우 드문데 의료계에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1902년과 1918년에 각각 세워졌던 두 병원 다 유대계여서 합병으로 동일한 커뮤니티를 향한 치열한 기금조성 경쟁이 해소되었다. 시다스-시나이는 UCLA대학병원과 함께 미국 서부지역에서 쌍벽을 이루는 병원이다. 2020년 US뉴스는 미국 7위의 병원으로 꼽았다.

이 병원은 위치가 할리우드여서 할리우드의 스타들의 병원이다. 마릴린 먼로가 맹장수술을 받았고 프랭크 시나트라가 심장마비로 타계한 곳이기도 하다. 병원의 소아병연구센터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이 붙어있다. 수백만 달러를 기부했다고 알려진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50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여성심장센터 건립을 위한 2000만 달러 모금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수시로 개최되는 모금 행사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여해서 도움을 준다. 이 병원은 앤디 워홀과 피카소를 포함 기부로 받은 약 4000점의 명화를 소장하고 있다. 그림의 대다수는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도 마운트시나이병원이 있다. 뉴스위크가 글로벌 30위로 선정한 병원이다. 이 병원은 토론토대 의대와 연계되어 있고 건물도 다리와 터널로 토론토대학교 병원과 연결되어 있다. 1923년에 설립되었는데 캐나다 최초의 유대계 병원이다. 유대인 의사들을 위한 병원이었다. 이 병원은 토론토종합병원이 유대교의 식사규율(Kashrut)을 배려하지 못하겠다고 함에 따라 설립된 것이다.

4인의 여성 이민자 독지가들이 기금을 모았고 설립을 도운 러시아계 유대인 간호사 도로시 드워킨(Dorothy Dworkin, 1889~1976)이 초대 원장에 취임했다. 드워킨은 토론토의 저명한 기업인이었던 남편이 사고로 사망한 후 그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종래 해오던 여러 가지 사회사업에도 매진했고 유대인 커뮤니티의 리더가 되었던 인물이다. 2009년에 캐나다 정부에 의해 캐나다의 역사적 인물로 봉해졌다.

한때 미국에는 113개의 유대계 병원이 있었다는 자료가 있다. 지금은 약 20개로 그 수가 줄어들었다. 유대계라 해도 이름만 유대계이고 다른 병원들과 별 차별성이 없다. 유대계와 카톨릭계 병원의 합병도 몇 건 발생했다. 유대계 병원 수의 감소는 기부 감소로 인한 재정난이 가장 큰 이유이고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 차별이 사라진 것도 이유라고 한다. 두 요인은 상호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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