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주류업 3사3색]코로나가 바꾼 일상, 강호들의 달라진 '생존전략'①지난해 '역성장' 불가피, 수제맥주·해외진출 등 신성장동력 발굴
전효점 기자공개 2021-06-08 07:41:28
[편집자주]
코로나19로 변화된 일상은 주류업계에 큰 위기로 번졌다. 회식 등이 사라지면서 밤 늦도록 유흥업소나 식당에 모여 마시던 한국의 주류문화가 자취를 감췄다. 대신 집에서 혼자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나고 인기 주종이던 '소맥'은 '수제맥주'나 '와인'으로 대체됐다. 주요판로도 식당에서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업계는 이를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사라질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이미 안착한 하나의 트렌드로 보고 있다. 변화된 일상과 문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주류업계의 변신을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4일 10: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름처럼', '카스처럼', '테슬라' 친숙한 주류업계의 별칭들은 주류문화가 얼마나 우리 일상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불어닥치면서 주류문화는 급격하게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사교모임이 최소화 되면서 시장의 트렌드도 바뀌었다. 대신 이른바 '홈술'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카스나 참이슬 대신 수제맥주나 와인을 찾는 소비자들이 빠르게 늘었다.B2B(기업간 거래) 수요에 매출 과반을 의존해 영업하던 주류업계도 시장의 갑작스런 변화에 따라 부정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업소 매출이 줄고 가정용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면서 달라진 주류 문화와 주종에 적응해야 했다. 재무적 타격을 회복하기 위해 사업 효율화나 포트폴리오 재정비를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소비자의 달라진 니즈를 발빠르게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 이 같은 기업들의 변신은 올 들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불시의 일격' 된 코로나19…주류업계 일제히 영향권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칠성음료 등은 국내 주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정통 강호들이다. 한국 주류시장을 이들 3사가 사실상 나눠먹는 형태로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는 이들 강호들마저 휘청이게 했다.
작년 코로나19 발발 초기 이들 기업은 각각 처한 상황이 달랐다. 롯데칠성음료는 코로나19에 앞서 이미 2019년 하반기부터 주류사업부를 중심으로 일본 불매운동의 영향을 받고 있던 상태였다. '처음처럼'을 대표 브랜드로 거느리고 있는 주류사업부를 중심으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오비맥주는 2019년 초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테라의 등장으로 카스를 중심으로 10여년간 수성해오던 시장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맞뜨리면서 역성장을 피할 수 없었다. 강력한 경쟁 제품의 등장으로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시장의 절대적인 규모가 축소된 데 따른 결과다.
하이트진로는 '테라'가 시장에서 열렬한 반응을 얻으면서 10여년째 이어온 맥주 사업 적자의 늪을 탈출하겠다는 각오와 기대감이 한창 부풀던 때였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되면서 하이트진로는 테라 신제품 효과를 예상만큼 극대화할 수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선 간신히 성장세로 돌려놨던 맥주사업부를 중심으로 역성장 우려가 현실화됐다.
결과적으로 주류 3사의 지난해 실적은 모두 기대치를 밑돌았다. 오비맥주는 전년 대비 12.3% 감소한 매출 1조3529억원을 기록하며 2006년 이후 14년만에 역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 줄어든 2945억원을 나타냈다.
롯데칠성음료의 주류사업부 매출은 2019년 6996억원에서 지난해 6097억원으로 13% 줄었다. 영업손실은 2019년 589억원에서 지난해 260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지난해 역사적인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던 맥주 사업부가 4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재전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극에 달하면서 하이트진로 맥주 및 소주 분기 매출 역시 각각 10% 안팎 감소했다.
◇위기를 기회로…3사 '체질 개선·사업재편' 올인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는 지난해 상반기 허리띠 졸라매기와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음료사업부가 먼저 추진해오던 ZBB(Zero Based Budget) 전략을 도입하며 사업구조를 오로지 수익성을 기준으로 다시 짜기 시작했다. 맥주 가동률을 높이고 부대 수입도 벌어들이기 위해 세븐브로이, 더쎄를라잇브루잉 등 수제맥주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위탁 생산 시장에도 진출했다.
오비맥주 역시 양조기술연구소와 이천공장 등 제조인프라를 활용한 맥주 신사업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KBC'란 제호로 아예 수제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를 출시하고 크래프트브랜드를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기업들에게 문호를 활짝 열었다. 타사의 레시피를 그대로 따라 제조만 대행하는 OEM 방식과 달리 수제맥주 개발 과정에도 직접 참여해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것이 차이다. 자회사 ZX벤처스 코리아를 통한 수제맥주 시장 직진출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하이트진로는 맥주와 소주 외에도 와인, 수제맥주, 생수, 위스키까지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그러나 매출의 절대적 비중이 테라와 참이슬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업소용 시장 침체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하이트진로는 히트 신제품 '테진아' 효과로 위기 돌파를 모색했지만 부족하자 이후 수입맥주 포트폴리오와 해외 수출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동시에 하반기 백신 보급에 따른 사회활동 재개로 가시화될 '보복음주'를 겨냥해 지방 영업에 힘쓰고 있다.
3사의 이 같은 노력은 올 들어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확진자수가 줄지 않고 있어 시장 환경은 안갯속이다. 주류업계는 코로나19 영향이 하반기까지 지속할지를 지켜보면서 중장기적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백신이 보급되고 있지만 주류 시장 향방은 누구도 가늠할 수 없다"면서 "코로나19가 음주 문화를 항구적으로 바꿔놓은 가운데 자사도 할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면서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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