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모니터/카카오]사회 영역 우등생도 예외없는 '성장통'③사회부문 평가 'A+'에도 근로기준법 위반·동료평가제 여전한 숙제
서하나 기자공개 2021-06-09 08:11:09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 사회(S) 영역에서 가장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태생부터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성장하며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해온 결과다. 카카오의 최종 목표는 내·외부의 인간과 기술, 가치의 연결을 통해 '소셜 임팩트'를 실현하는 데 있다.다만 감독기능을 수행해야 할 윤리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일각의 비판이나 동료평가제 등 인사평가 시스템의 보완 등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한 IT 기업이 대기업 규모로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이다. 카카오만의 답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카카오 사회(S) 영역 우등생된 비결
카카오는 2020년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사회 경영 부문 평가에서 A+를 획득했다. 직전 연도 B+였던 평가를 1년 만에 업계 최고 수준으로 개선했다. 카카오는 올해 첫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약 30페이지 넘는 사회적 가치 관련 활동을 기재하기도 했다.
카카오가 하루아침에 사회(S) 영역에서 우등생에 오른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네이버 대표였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사진)이 서울대 후배 이제범 전 다음카카오 신사업 총괄과 함께 2008년 9월 창업한 다음 아이위랩이 전신이다.
당시 10명 남짓에서 시작해 최근엔 계열사를 제외한 직원 수만 2848명(올해 3월 기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낸 만큼 사회적 이슈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웠다. 그만큼 고민의 깊이도 남달랐다.
카카오 계열사 서비스들도 사회적 이슈와 맞닿아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금융 서비스를 비롯해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커머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헤어샵 등 플랫폼 서비스는 모두 지역 인프라를 기반으로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해온 플랫폼들이다.
카카오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오랜 고민을 '소셜임팩트'란 함축적 단어로 담아냈다. 소셜임팩트는 인간, 기술, 가치의 연결을 통해 사회적 영향력(소셜임팩트)를 실현하겠단 목표다. 이를 위한 소셜임팩트팀을 꾸려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엔 재단법인 카카오임팩트를 설립했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소셜임팩트 창출을 위해서다. 카카오임팩트는 김범수 의장과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등 내부 인사와 나희선 샌드박스 최고운영책임자(COO), 양동수 더함 대표,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 김승섭 고려대학교 교수, 이지선 숙명여대 교수 등 각계각층 인사로 구성됐다.
카카오임팩트는 창의적 생태계 구성과 공익 문화 확산, 혁신프로젝트 발굴이라는 큰 목표 아래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7년 12월 시작된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 일상의 작은 성취를 통해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행동 변화 플랫폼 '카카오프로젝트100' 등이 카카오임팩트를 통해 탄생한 대표적 제도다.
◇취업준비생이 가장 가고 싶은 회사, 사내에 켜진 경고등
카카오는 모든 구성원을 크루(Krew)라고 칭한다. 카카오(Kakao)라는 한 배를 탄 선원(Crew)이자 가보지 않은 길을 함께 항해하는 동료를 상징한다. 구성원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직책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는 수평적 조직 문화도 유명하다. 카카오가 취업 준비생이 가장 가고 싶은 기업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하지만 카카오가 최근 다수의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성남지청은 4월 근로감독 결과 카카오가 일부 직원에게 법정 상한인 주 52시간 이상 근무를 시키고 임산부엔 시간외근무, 일부 직원엔 연장근무 시간을 기록하지 못하도록 강요, 퇴직 직원에게 연장근무 수당 지급을 미룬 점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다.
카카오는 근로감독의 결과에 대해 곧장 수긍하고 사내 다양한 소통채널을 마련해 이를 점차 개선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계자는 "사실 카카오는 지난해 초부터 일년 넘게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어 52시간 근무에 대한 관리 감독이 완벽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사실이 고려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카카오의 동료평가제도도 도마에 올랐다. 올초 한 익명 커뮤니티엔 카카오가 운영 중인 동료평가 시스템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주장의 글이 올라왔다. 카카오의 한 직원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동료평가 항목 중 '당신과 일하기 싫다'라는 항목이 동료 모두에 공개돼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약 5년 전 처음 도입한 360도 다면평가 제도는 상사뿐 아니라 함께 일하는 팀원, 관련 부서의 동료 혹은 고객과 파트너사와 상호평가를 교환하는 제도다. 당시 내부 직원 다수의 공감을 받아 도입됐으나, 평가 결과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직원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여민수 대표가 위원장으로 있는 윤리위원회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카카오 내부의 한 관계자는 "윤리위원회는 직장 내 괴롭힘 등 내부 갈등을 해결하는 기구지만, 실제로 이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3월 직원의 참여로 이뤄진 '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인사평가를 포함한 조직문화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당시 문제가 됐던 인사평가 제도의 개선 방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필요한 부분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당시 김범수 의장 역시 "카카오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할 마음가짐과 의지가 있는 회사라고 믿으며 사내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카카오에서 누군가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절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개선의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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