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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삼성물산 CEO의 책무는 '후임자 육성'단계별 후보군 분리 선발…지난해 총 6명 후보군 3차례 교육

고진영 기자공개 2021-06-09 11:02:16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7일 14: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조직적 역량은 흔히 ‘시스템의 삼성’으로 대변된다. 계열사별로 꾸려진 체계적 경영시스템을 의미하는 말인데 특히 최근 들어 중요해진 부분이 CEO 육성 전략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4세 경영승계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안정적인 지배구조 구축이 가장 큰 책무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이중에서도 삼성물산의 움직임은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다. 그룹의 정점에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할뿐 아니라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어서다. 삼성은 계열사마다 공통적인 CEO 육성 프로세스를 적용 중인데 올해의 경우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명문화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내놓은 2020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상당히 세부적으로 밝혔다. 2019년 보고서까지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포지션의 후보자를 사전에 발굴하고, 경영자 육성 전략에 따라 각 후보자가 다양한 보직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직무 순환 기회를 제공한다’고만 에둘러 기술해왔는데 이번에 비교적 자세해졌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선임하자마자 바로 활동이 가능한 'Ready Now' 후보군과 향후 몇 년 이내로 보임할 수 있는 'Ready Later' 후보군을 분리해서 선발한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 후보군으로 선정되는 고위임원에 대해서는 최고 및 고위경영자 양성과정을 편성해 경영전략, 리더십, 글로벌 종합 경영역량을 집중적으로 키울 수 있게 하고 있다. 어학과정 등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도록 사내 인사 전문조직에서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작년의 경우 삼성물산에서 총 6명의 후보군이 최고 및 고위경영자 양성과정에 이름을 올렸고 3차에 걸쳐 총 3주의 집합교육이 이뤄졌다. 대표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때는 이 'Ready Now 후보군'에서 즉각적으로 후임 CEO를 뽑고, 최종적으로 주주총회에서 해당 후보를 사내이사로 선임한 뒤 이사회 결의로 대표를 선임하게 된다.

이런 CEO 육성책은 삼성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대동소이하게 실시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하는 삼성그룹의 상장 계열사들을 보면, 그간 CEO 승계정책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는지 여부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2020년 보고서를 기점으로 모두 최고경영자 양성과정에 들어간 후보의 수 등을 상세히 공개 중이다.

계열사별로는 삼성중공업이 2018년, 삼성전자가 2019년, 삼성물산을 포함한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I·삼성SDS·제일기획·호텔신라·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2020년 보고서부터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명문화했다. 그룹 차원에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의 역할 확대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이는 지난해 5월 이재용 부회장이 오너일가의 경영 세습을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삼성물산 역시 이사회를 강화하고 오너의 역할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의 변화 기조가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2018년 최치훈 사장이 이사회 의장에 오르면서 '대표이사=의장' 공식을 깼고 올해는 처음으로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ESG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거버넌스위원회를 ESG위원회로 확대개편했다. ESG위원회 위원으로는 사외이사 전원이 위촉됐으며 이사회 의장이 위원장을 겸임한다. 간판 계열사인 삼성전자 역시 2018년 3월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다.

이를 두고 영미 자본주의식 대기업 모델로의 전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2001년 엔론 사태를 계기로 투명성 요구가 거세지면서 지배구조의 중심축이 이사회와 회계, 감사로 옮겨갔다. 대표적으로 인텔이 이 분야에서 선두주자라 꼽힌다. 이미 1998년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인텔 이사회와 CEO의 가장 중요한 책임 중 하나가 후임 CEO를 육성하는 일이다. 인텔의 이사회는 매년 CEO로부터 CEO 승계 계획, 경영진 역량 강화, 기업지배구조 경영원칙 요구사항의 면제 등을 보고받아 논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도 소유와 지배의 분리를 완전하게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CEO 육성 프로세스를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숙제"라며 "앞으로 추가적인 보완이나 개선이 있을지 등을 주목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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