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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실무·경영 일원화' 조만호 영향력은 건재 '이사회 구성원 확대' 대표이사 용퇴 준비, 강정구·한문일 공동수장 체제

최은진 기자공개 2021-06-09 08:17:07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8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신사의 창업주인 조만호 이사회 의장이 최근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건 실무 중심의 경영진들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각각 상품 및 투자 책임자들을 경영진으로 내세우며 실무와 경영의 일원화를 이뤘다.

조 의장이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지배력 등 영향력이 축소된 건 아니다. 여전히 확고한 최대주주 입지로 권한을 행사하고 주요 의사결정자의 핵심으로 자리한다.

무신사는 7월 1일 신임 대표이사로 강정구 프로덕트 부문장과 한문일 성장전략본부장을 공동 선임키로 했다.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던 조 의장은 이사회 의장으로만 자리하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다.

강정구(좌)·한문일(우) 신임 공동대표

조 의장은 창업주로 지분 6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 입지를 다지고 있다. 창업 이후 줄곧 단독 대표이사로 자리했다. 블로그로 시작한 무신사를 3조원대의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낸 저력이 조 의장에게서 비롯됐다.

이런 가운데 조 의장이 갑작스레 대표이사직을 사임하면서 여러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최근 무신사 광고를 둘러싸고 '성별대결' 프레임이 적용되면서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내려온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의장도 크게 반박하지는 않았다.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무신사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무신사가 급성장 하며 패션테크 시장의 선두주자 입지를 다진 상황에서 불거진 여러 논란은 심적 부담감이 됐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업계는 조 의장의 사임을 단순히 책임 통감 때문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준비된 사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더 비대해진 무신사를 키워나가기 위해 역할의 재분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이다.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인물에 대한 면면을 살펴볼 때 조 의장이 경영진으로서 실무에서 손을 떼고 의사결정자 중 한사람으로만 남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는 평가다.

강 신임 대표의 경우 프로덕트 부문장으로 무신사 스토어의 개발 및 기획, 플랫폼 기술 고도화 등 무신사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반적인 기술업무를 총괄했다. 실질적으로 무신사를 움직이는 주요업무의 책임자였던 셈이다.

2017년 입사한 후 2년만인 2019년부터 사내이사로 자리하며 주요 의사결정권까지 꿰찼다. 수년간 사내이사가 조 의장과 한창수 총괄이사, 강 신임 대표 단 셋 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 신임 대표의 입지는 일찌감치 탄탄했다고 볼 수 있다.

한 신임 대표의 경우에는 성장전략부문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CFO와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무신사가 추진한 다양한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을 도맡았다. 최근 29CM 및 스타일쉐어 인수 등에도 그가 전면에 나섰다. 조 의장이 숫자보다는 트렌드나 패션에 전문성을 갖추고 있었던 만큼 한 신임 대표가 투자건을 전담하다시피했다. 2018년 입사한 그는 올 초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주요 의사결정자가 됐다.

따라서 업계는 조 의장의 대표직 사임과 후속인사는 실무와 경영의 일원화 차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실무진들이 직접 경영진으로서 주요 전략을 세우고 이에 대한 책임까지 질 수 있는 구도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올 초 무신사의 이사회 구성원에 내부 임원을 대거 선임하며 의사결정자를 대폭 늘리는 절차를 추진했던 것으로 보아 조 의장의 대표 사임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사회에 참여하는 사내이사가 3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6명으로 늘었다. 조단위 회사로 성장하고 기업공개(IPO) 등을 추진해야 하는 과업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더 많은 경영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무신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비전 등을 세우는 역할에만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실무에서 물러났다고 영향력이 축소된 건 아니다. 최대주주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자로 단단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조 의장이 보유한 지분율은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65% 안팎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여러 투자사들이 투자를 진행했지만 여전히 조 의장에게 쏠리는 영향력이 분명하다.

최근 조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1000억원어치를 임직원들에게 배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현재 무신사의 기업가치가 3조~4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3% 내외의 지분율에 불과하다. 조 의장의 확실한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는 수준인 셈이다.

따라서 조 의장의 사임이 표면적으로는 최근 불거진 여러 논란에 대한 책임차원의 사임으로 평가되지만 무신사를 더욱 키우고 전문화 된 경영시스템을 안착시키는 차원의 전략이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에 대한 책임에서는 한발 물러서고 숨은 지배자로서만 존재하겠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쿠팡이나 카카오, 네이버 등 유수의 플랫폼 기업들이 추구하는 경영방침과 같은 전략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여러가지 논란들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만호 대표가 물러나게 됐고 이메일을 통해서도 그에 대한 부분을 밝힌 바 있다"며 "후임으로 개발 및 기획을 총괄하는 강정구 대표와 투자유치 등을 담당하는 한문일 대표가 선임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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