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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업계 대해부]'사외이사 과반' 오리콤 이사회, 다양성도 챙긴다⑬2013년 감사위 설치 위해 증원, '독립성' 방점…이사진 다양화 움직임 '본격'

유수진 기자공개 2021-06-14 10:24:50

[편집자주]

국내 광고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과거 소속된 그룹사의 내부 물량을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이젠 자발적으로 외부 고객 확보와 신사업 발굴에 앞장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재계의 흐름에 발맞춰 ESG경영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 선 광고회사들의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 주요 인물, 신사업 등을 샅샅이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0일 08: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 오리콤은 이사회 구성에 적잖이 신경을 쓰고 있다. 자산규모 2조원 미만 코스닥 상장사로 관련 규정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지만 자발적으로 독립성과 투명성 강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두산그룹 차원의 선진적 이사회 구축 움직임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이사회 구성원도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두산그룹 상장사들은 과거 사외이사진이 대학교수나 법조인 등 특정 직종에 치중됐던 적이 있다. 오리콤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이번에 금융·구조개혁 전문가 영입으로 변화를 꾀했다. 2012년 독립적인 감사업무 수행을 위해 설치한 감사위원회도 적극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오리콤 이사회는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 등 '5인 체제'로 꾸려져 있다. 사외이사 비중이 60%로 사내이사(40%)보다 높다. 회사 측에선 고영섭·김성대 대표이사만 이사회 멤버로 참여한다. 지금과 같은 이사회 구성이 완성된 건 2013년 3월이다.


당시 오리콤은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를 신설하기 위해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했다. 이전까진 '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2인'이었으나 이때 비율이 3대4로 역전되며 '7인 체제'가 됐다. 이듬해 초 사내·사외이사가 각각 1명씩 임기만료로 물러났지만 새 인물을 들이지 않았다. 이때 만들어진 사내이사 2인, 사외이사 3인 구성이 8년째 이어지고 있다.

국내 광고업계에서 이사회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운 기업은 사실상 오리콤이 유일하다. 업계 선두 제일기획을 포함해 다들 자산규모가 2조원 미만이라 현행법상 4분의 1만 사외이사(상장사 기준)를 두면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일기획과 이노션은 사외이사 비율이 각각 40%, 43%다. 비상장사인 HS애드는 아예 사외이사가 없고 대홍기획도 5명 중 1명(20%) 뿐이다.

오리콤은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비중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 행보에 발을 맞춘 것이다. 다수의 사외이사는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자산규모별 사외이사 의무 비율을 정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오리콤의 경우 고영섭 대표가 2004년부터 1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반드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무려 여섯차례 연임을 했다. 특히 이사회 운영규정에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도록 명시돼 있다. 너무 많은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오리콤이 투명성 강화라는 두산그룹 전체의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사외이사 비중을 높인 걸로 알고 있다"며 "그룹 전반의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산하에 감사위원회도 조직돼 있다. 이 역시 자산규모 2조원 미만이라 설치 의무가 없지만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한 것이다.

감사위는 지배구조 측면에서 상근감사보다 선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성과 독립성 제고를 위해 상법에 규정된 까다로운 요건에 맞춰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3명 이상의 이사로 꾸리되 그 중 최소 3분의2가 사외이사여야 한다. 법정 기준을 충족하는 회계·재무 전문가 1명 이상의 참여도 필수다.

오리콤은 감사위를 전원(3명)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애초에 감사위 조직을 위해 사외이사 수를 늘린 만큼 '전원 사외이사' 기조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현재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이제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김석균 서울공항리무진 대표이사가 감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회계·재무 전문가도 유 이사와 김 이사 두명으로 상법상 기준(1명 이상)을 초과 충족한다.

김 이사는 올 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를 통해 이사회에 진입했다. 대주주가 지분율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사 선임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주총회에서 곧장 선임돼 독립성이 보장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콤의 최대주주는 지분 61.55%를 들고 있는 ㈜두산이다.

김 이사의 합류는 이사회 내 다양성 확대로 이어졌다. 그는 한국산업은행에서 장기 근무하고 현재 서울공항리무진 대표를 지내고 있는 인물이다. 산은 재직 당시 기업금융실 총괄팀장과 M&A실장, 기업금융실장, 기업구조조정실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오리콤 이사회 역시 이 점을 높이 평가해 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는 "오랜 기간 산은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구조개혁 분야에서 높은 이해와 풍부한 경험·지식을 보유한 전문가"라며 "이를 바탕으로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기업가치 개선을 위한 이사회 활동에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추천 사유를 밝혔다.

앞서 두산그룹 상장사들은 사외이사진이 교수와 법조인 등 특정 직업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적이 있다. 김 이사의 전임자였던 박선현 이사 역시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다. 올 3월 주총 전까지 오리콤도 사외이사 3명 모두가 교수 혹은 법조인이었던 셈이다.

최근 재계에서는 이사의 직업이나 국적, 연령대 등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일고 있다. 내년부터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꾸리지 못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야만 이사회가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갑작스러운 리스크 발생시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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