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의 재도약 도전기]현대코퍼레이션, 영업이익률 개선 '딜레마'②보수적 투자기조, 자원개발 매출비중 1.71% 불과
박상희 기자공개 2021-06-15 14:33:25
[편집자주]
수출로 먹고 살던 시절 '무역 첨병'으로 불린 종합상사의 위상은 '과거의 영광'이 됐다. 자원개발, 식량산업, 발전사업 등으로 사업다각화에 나섰지만 몇년째 실적과 수익성은 정체기에 빠져 있다. 와중에 상사를 중심으로 하는 대기업집단이 2곳이나 출범했다. LG상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하는 LX그룹과 현대종합상사를 핵심 계열사로 분리독립한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이 주인공이다. 종합상사의 변신과 비전, 그리고 과제를 종합적으로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규모 상품의 매출 및 매입을 기반으로 하는 종합상사업의 최대 맹점은 매출액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영업이익률이다. 종합상사업체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현대코퍼레이션도 수익 창출력 제고를 위해 자원 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다만 보수적인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투자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근간이 현대코퍼레이션이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소요가 수반되는 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1%를 겨우 넘기는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동시에 재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원개발 등 대규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은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까.
◇'홀로서기' 5년, 정몽혁 회장 영업이익률 끌어올리기 '안간힘'
현대코퍼레이션은 현대코퍼레이션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창출하는 영업이익이 그룹의 근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정몽혁 회장이 현대코퍼레이션 영업이익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조8809억원, 영업이익 33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15%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 직전인 2015년 영업이익률은 0.55% 수준에 그쳤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0.86%, 2017년 0.79%로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8년 1.07%, 2019년 1.02%로 점차 개선되는 추세이지만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종합상사업체 중에서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유일하게 2%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2019년 2.48%, 2020년 2.21%로 2년 연속 2%대 이익률을 올렸다. LG상사는 지난해 1.4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과 SK네트웍스 상사부문은 지난해 각각 0.71%, 0.12%의 영업이익률에 그쳤다. 현대코퍼레이션 영업이익률은 이들 회사보다는 높은 편이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LG상사에는 뒤지는 성적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나 LG상사의 이익률이 높은 배경엔 자원개발이 자리한다. 두 회사는 국내 종합상사 가운데 자원개발 사업에 가장 적극적이다. 사업구조 다각화 및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석탄·석유·가스·비철·팜오일 등 다양한 자원개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계열분리 이후 자원개발 프로젝트 사실상 스톱
현대코퍼레이션도 자원개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현대코퍼레이션이 영위하는 사업은 △ 산업플랜트 △ 차량소재 △철강 △기타(자원개발 등) 등 4개 부문으로 구분된다. 자원개발은 기타부문으로 분류될 정도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차량소재 및 철강 부문의 매출액이 지난해 기준 각각 1조4841억원(매출 비중 51.5%), 1조1461억원(39.8%)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자원개발 등 기타부문 매출은 494억원(1.71%)에 그친다.
이같은 실적은 현대코퍼레이션이 한국 종합상사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던 효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81년 현대코퍼레이션이 호주 드레이튼 유연탄광 프로젝트에 참가한 것이 한국 자원개발의 시초였다.
이후 현대코퍼레이션은 예멘 마리브 석유광구, 오만 LNG, 카타르 LNG, 베트남 11-2 해상가스전, 예멘 LNG 등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 자원개발 사업에 참가했다. 다만 현대코퍼레이션의 자원개발사업은 보수적인 투자기조 때문에 투자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이는 계열분리와 무관치 않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0년 현대코퍼레이션을 인수한 뒤 2011년 계열사와 합작으로 ‘현대자원개발’이라는 자원개발 전문업체를 설립했다. 지분율은 현대중공업 40%, 현대미포조선 35%, 현대오일뱅크 15%, 현대코퍼레이션 10%로 구성됐다. 현대상사의 자원개발 인력이 통째로 현대자원개발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자원개발 설립의 목적은 명확했다.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자원개발 사업의 리스크를 계열사가 나눠서 지겠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자원개발 자금 니즈를 현대코퍼레이션인 혼자서 온전히 부담해야 했다면 현대자원개발 설립으로 주주배정 증자 등을 통해 계열 주주들의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코퍼레이션은 2016년 계열분리 이후 현대자원개발을 흡수합병했다. 또 다시 현대코퍼레이션이 자원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 및 변동성 리스크를 100%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기댈 계열사가 없는 상황에서 현대코퍼레이션이 무리하게 자원개발 사업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 현대코퍼레이션이 흔들리면 그룹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 자원탐사 과정에서의 위험요인, 생산시설의 건설과 이후 운영·생산·판매 과정에서의 위험요인 △ 투자대상 국가의 정치·제도적 위험요인 △사업진행 과정에서의 자금 조달 및 자원의 시장가격변동에 따른 위험요인 등으로 본질적 변동성이 높다. 자원개발은 최종단계인 생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운영수익이 발생하므로 프로젝트 수행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도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실제로 계열분리 이후 현대코퍼레이션이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뛰어든 적은 없었다. 현대코퍼레이션의 현재 자원개발 사업으로는 예멘LNG와 카타르LNG, 오만LNG, 베트남 11-2광구 프로젝트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모두 계열분리 이전에 투자한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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