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10: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비상장사로서는 드물게 자발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고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업계 최초로 탄소 제로(Net Zero)를 선언하며 반도체 업계의 ESG 아젠다를 주도하고 있다. ESG 평가 등급을 받지 않는 비상장사지만, 상장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적극적인 ESG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전략이 있어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SK실트론이 ESG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와 함께 전략을 짜고 실제 실행까지 담당하는 ESG추진실을 구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원화·체계화된 ESG 전략 체계는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ESG위원회와 ESG추진실이 출범한 건 올해 초다. 그 이전까지 ESG조직이라고 할만한 곳은 SV(사회적 가치) 추진실이었지만 조직 규모도 작았고 전통적인 ESG 개념인 사회 공헌 쪽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점차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필두로 그룹 차원에서 ESG 경영에 대한 스터디를 진행하면서 SK실트론도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할 필요성을 느꼈고, SV추진실도 이에 걸맞게 진화했다.

SK그룹 가운데서도 발 빨랐다. 지주사인 SK㈜가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한 건 3월 말이다. SK실트론은 그보다 한두 달 전에 ESG위원회-ESG추진실 체계를 완성했다.

ESG위원회는 장용호 SK실트론 대표이사 사장이 직접 이끄는 컨트롤타워격 기구다. 장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진영민 경영지원부문장(CFO)와 ESG추진실장인 이영석 부사장 등 핵심임원이 포함돼 있다. 각 사업부의 임원들까지 총 9명이 참여하는 회의체다. 주요 의사결정권자들이 모두 모인 회의라고 볼 수 있다.

SK실트론 측은 "ESG 위원회는 SK실트론의 지속가능 성장 관련 주요 이슈 발생 시 비정기적으로 개최하되 최소 1회 반기 개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무를 책임지는 건 ESG추진실이다. 장 대표 직속 기구인 ESG추진실에서 짠 전략과 실행계획은 이사회 멤버이자 ESG위원장인 장 대표에게 보고된다.

ESG위원회는 ESG추진실이 보고한 내용을 검토해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은 ESG위원장을 거쳐 이사회 보고·승인으로 이어진다. 장 대표는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등과 소통하고 논의하며 그룹과 전체적인 색깔을 맞춰나간다.

모든 의사결정의 최고 책임자인 장 대표를 빼고 보면 ESG 전략의 키맨은 이영석 부사장이다. 이 부사장은 ESG 추진실의 실장으로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전 분야의 정책과 전략을 짜고 관리하는 중책을 맡고 있다.

이 부사장은 SK텔레콤과 SK㈜ 홍보실을 거쳐 2019년 1월 SK실트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부사장이 SK실트론에 합류한 해에는 행복디자인지원실이란 이름의 부서가 있었는데, ESG추진실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구성원의 행복'을 내세운 행복전략실과 SV추진실로 분리됐다.

SV추진실을 ESG 관련 기획과 전략을 짜고 실행할 전담 부서로 새롭게 확대 개편한 게 ESG추진실이다. 부서 이름을 바꾸면서 조직 규모도 2배 가까이 키웠다. 현재 ESG추진실 인원은 12명이다. SV추진실장을 맡았던 이 부사장이 그대로 ESG추진실장으로 조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SV 추진실에서 여러 ESG 관련 실무를 총괄했던 핵심 인물이다. 지난해 12월 SK그룹과 함께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선언한 것이나 지난 1월 초 업계 최초로 전 제품에 대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인증을 획득한 것 등은 모두 SV추진실에서 실행한 일이다.

ESG추진실은 E나 S 말고도 지배구조(G) 분야 개선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였다. 별도 조직인 '거버넌스(Governance)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두고 지배구조개선안을 고민하고 있다. 혁신TF 역시 ESG위원회와 ESG추진실과 동시에 출범했다.

혁신TF는 ESG위원장을 필두로 ESG 추진실과 행복전략실, 기업문화실, 경영진단팀, 재무관리실(법무팀) 임원이 참여하고 있다. 비용이 드는 사외이사 영입을 추진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과감한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단 점이 눈에 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추후 기업공개(IPO) 기반도 다질 수 있다. 사외이사 선임이 상장 전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한국거래소는 기업지배구조 투명성 확보를 위해 상장 전 사외이사 선임을 완료하는 것을 권고하고 질적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SK실트론 측은 "내부적으로 스터디를 하면서 ESG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그룹 전반에 형성됐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SK실트론은 국내 기업은 물론 그룹 내부에서도 앞서서 보다 수준 높은 ESG 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