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 국민연금, ESG를 '코스피'에 가둬놨다 [ESG 그린워싱 주의보]④연기금, ESG 위탁자금 벤치마크 '코스피 지수'로 제시…시총 상위사 중심 투자 '한계'
양정우 기자공개 2021-06-28 12:54:23
[편집자주]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국내외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자금 조달의 주체인 기업은 ESG 등급에 사활을 걸고, 투자를 주도하는 운용사는 ESG 요소를 감안해 타깃을 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거대한 물결이 워낙 빠른 속도로 이는 탓에 '위장 ESG'라는 빈틈도 생기고 있다. 더벨이 국내 ESG 시장에서 불거지는 그린워싱(green washing) 우려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08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열한 경쟁 구도가 구축된 국내 자산운용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돌파구로 삼으려는 하우스가 생기고 있다. 일단 ESG펀드의 구색을 맞추려는 업계 스탠스에서 벗어나 공격적 '액션'으로 한 발 앞서 나간다는 구상이다.하지만 이런 진취적 ESG 전략을 내세우려는 운용사도 '큰손' 연기금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기관투자자의 맏형 격인 연기금에서 ESG펀드 위탁운용사를 뽑으면서 비교지수(벤치마크)로 코스피(KOSPI)를 제시하는 탓이다. 사모 상품의 규격을 만들어가는 게 연기금인 터라 과감히 ESG 투자를 벌이는 데 걸림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들어(1월~4월 기준) 연기금이 올린 위탁운용사 모집 공시(13개) 가운데 셋 중 하나는 사회책임형 펀드(4개)를 맡는 운용사를 찾는 공고였다. 엄밀히 따지면 사회책임투자(SRI)와 ESG는 구별되는 콘셉트이나 기관 투자자는 사회책임 유형을 ESG로 혼용해 쓰고 있다. ESG펀드는 공고 비중이 30%에 달할 정도로 대세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이들 연기금이 ESG펀드의 운용을 맡기면서 벤치마크로 코스피 지수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 테마에 맞춰 자유롭게 투자를 벌이되 향후 평가 측정에서는 코스피를 기준으로 삼겠다는 뜻이다.
연기금의 경우 펀드 운용에 대한 평가와 조치가 한층 더 엄격하다. 공모펀드는 벤치마크 수익률과 변동성 격차(active risk)가 벌어지면 낙제점을 인식한 개인 투자자가 하나둘씩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연기금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자 조성된 펀드는 이격이 내부 가이드라인을 초과시 곧바로 회수 절차에 들어선다.
위탁 자금 회수를 당한 운용사는 연기금 사이에서 평판에 낙인이 찍힐 뿐 아니라 정성평가에서 후한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기금이 제시한 벤치마크의 흐름을 고수한다는 전제 아래 보수적 운용에 나선다. 명색이 ESG펀드여도 코스피가 기준으로 제시되면 ESG 우량 기업보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사를 위주로 유니버스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

올들어 국내주식 위탁운용사의 선정에 나선 한국교직원공제회(사회책임투자형)와 우정사업본부(우체국보험, 사회책임형) 등 각종 연기금에서는 코스피를 벤치마크로 삼는 내용의 공고문을 배포했다. 공고 자체에 별도로 벤치마크를 적시하지 않은 연기금도 코스피를 기준점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운용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SG 등급이 우월하지 않은 삼성전자를 담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며 "삼성전자의 시장 비중이 워낙 큰 탓에 삼성전자를 20% 가량 담지 않으면 벤치마크인 코스피의 변동성을 쫓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운용업계에서는 연기금이 먼저 전향적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간판엔 ESG를 내세우면서 운신의 폭을 코스피 지수로 제한하는 게 아니라 운용사가 ESG 투자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실질적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ESG펀드는 벤치마크가 코스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한 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공단(NPS)은 자체적으로 마련한 ESG 툴(tool)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이 기준 역시 결국 코스피 지수와 상관계수가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ESG 투자를 하려는 하우스도 괜히 모난돌이 될까 우려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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