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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한화 합의 배경은...한화종합화학 EBITDA 감소 때문? EBITDA 5000억대→2000억대 급감, 3710억 합의…매각 시도한 2018년 수준에 맞춘듯

박상희 기자공개 2021-06-28 13:06:1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5: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화학 및 방산 4개사를 인수하는 3조원 규모의 빅딜이 2015년 개시된 이후 6년 만에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에 대한 자금회수(엑시트) 길을 열어주기 위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다시 한화 측에서 삼성 측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측이 IPO와 지분 직거래를 두고 고민한 것은 '가격' 차이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6년 전 계약에서 삼성 측이 풋옵션을 행사할 때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을 측정하기로 했는데 한화종합화학의 최근 몇년 간 EBITDA 규모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화종합화학 지분 인수를 경영권 승계와 연결지어야 하는 한화 측에서 결국 최근 2년 간 EBITDA 밸류에이션 감소를 보전하면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합의된 가격은 삼성 측에서 사모펀드에 한화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을 시도했던 201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주당 매입 가격 9만6667원-EBITDA 3710억-EV 4조1083억 합의

2015년 삼성과 한화가 맺은 계약 조건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한화종합화학의 상장시 잔여지분에 대한 매출우선권을 보유한다. 거래종결일 7년 이내에 한화종합화학이 상장하지 않을 경우 잔여지분에 대해 한화 측에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풋옵션 행사가격이다. 풋옵션 행사 시점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직전 사업연도 기준 대상회사의 조정EBITDA에 11.07배를 곱하여 계산한 기업가치(EV) 기준으로 산정하는 주당 가격과 3만3165.6원 중 높은 금액으로 정할 수 있다. 양수인 한화 측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삼성 측에서 한화종합화학의 잔여지분 매각시 한화 측은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다. 한화측의 보유지분 매각시 삼성 측은 동반매각권을, 한화 측은 동반매각 청구권을 보유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는 각각 23일 이사회를 열어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를 9868억원을 들여 전량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날 삼성물산과 삼성SDI는 한화종합화학 지분 전량을 한화에너지와 한화솔루션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6년 전 계약 조건에 따르면 삼성 측은 풋옵션을, 한화 측은 콜옵션을 행사한 것이다. 양도인과 양수인 간 풋옵션과 콜옵션이 상호 행사되려면 가격 협상에서 협의점에 이르러야 한다. 양측은 협의점에 이르지 못해 투 트랙으로 가격 협상과 더불어 IPO를 동시에 추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협상의 걸림돌은 밸류에이션의 핵심인 EBITDA 규모다. 최근 공시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한화종합화학 491만62주(11.55%)를 4730억원에, 한화에너지는 533만3773주(12.55%)를 5138억원에 사들인다. 역산하면 주당 매입가격은 9만6667원이다.

한화종합화학의 총 발행주식 수는 4250만410주다. 한주당 매입가격과 총 발행주식 수를 감안한 한화종합화학의 기업가치(EV)를 약 4조1083억원으로 정한 셈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삼성과 한화 간 밸류에이션 툴인 EV/조정 EBITDA 배수는 11.07배로 고정돼 있다. 단순 EBITDA가 아니라 조정된 EBITDA가 기준이다. 조정 EBITDA는 구조조정과 관련 비용, 비현금 보상 비용 및 채무 상환에 대한 손실을 제외한 EBITDA를 말한다.

한화종합화학의 경우 조정을 거칠 정도의 일회성 비용 지출이 많지 않아 단순 EBITDA를 조정해도 무방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를 역산하면 EBITDA 규모는 약 3710억원 수준이다.

◇가격 산정 기준 풋옵션 행사 직전연도...코로나 타격 EBITDA 급감

문제는 가격 산정 기준이 풋옵션을 행사하기 직전연도의 EBITDA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올해 풋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지난해 말 기준 EBITDA가 기준이 돼야 한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난해 별도기준 EBITDA는 2719억원이다. 한화와 삼성이 합의한 주당가격을 기준으로 역산한 EBITDA 3710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2016년부터 3년 연속 5000억원대를 유지하던 별도기준 EBITDA는 2019년 2445억원으로 감소했다. 연결기준으로는 숫자가 더욱 초라하다. 2018년 7119억원에 이르렀던 EBITDA는 2018년 5565억원에 이어 2019년 2319억원으로, 지난해는 663억원으로 급감했다.

계약서를 철저하게 준수하려면 지난해 EBITDA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니 삼성 측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사모펀드에 매각을 시도했던 2018년 기업가치가 4조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삼성 측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기업가치가 4조원이라고 가정하고 EV/EBITDA 배수 11.7배를 적용한 EBITDA 규모는 약 3613억원이다.

한화와 삼성이 합의한 EBITDA 규모가 3710억원으로 역산된다. 결국 한화 측에서 6년 전 계약을 통해 합의한 직전년도 EBITDA 규모와 상관 없이 삼성 측이 매각을 원했던 2018년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보전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측, 경영권 승계 고려해 2018년 수준 EBITDA 규모에 합의한듯

한화종합화학 인수를 경영권 승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한화 입장에서는 IPO를 통한 엑시트 길을 열어주는 것보다는 삼성 측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에너지가 삼성 측 잔여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화종합화학 지분이 50%를 넘기게 됐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르면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 50% 이상을 쥐고 있거나 과반 이상의 의결권을 확보했다면 연결 재무제표를 작성토록 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한화에너지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는 것이다.

한화종합화학이 한화에너지 종속기업으로 편입되면서 한화종합화학의 자산, 부채 등은 한화에너지 재무제표에 반영되고 매출, 영업이익 등은 손익계산서에 모두 반영된다. 한화솔루션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지분법손익만 반영한다. 결과적으로 한화에너지의 기업가치가 한 단계 레벨업이 되는 셈이다.

한화종합화학이 한화에너지로 편입될 경우 그 수혜는 고스란히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을 비롯한 오너 3세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지배구조가 '한화종합화학→한화에너지→에이치솔루션→김승연 회장 아들 3형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비상장사다. 배당 등을 통해 승계 재원을 확보하고 향후 기업 가치를 더 키워 IPO 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한화 측은 삼성 측 지분 인수 금액은 "한화와 삼성의 협상을 통해 합의된 금액"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015년 빅딜 이후 6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변한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의 실적과 미래 사업에 대한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법하게 산출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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