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CB 투자한 카뱅, CSS 한계 극복할까 카카오 거래정보 이상 데이터 접목, 가맹점 스코어링시스템 활용 중금리 공략
이장준 기자공개 2021-07-01 07:26:58
이 기사는 2021년 06월 30일 13: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가 한국신용데이터(KCD)와 함께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CB·Credit Bureau) 신설 법인에 투자한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중금리 시장을 공략해 시중은행과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겸영 업무를 하는 카드사와는 '선의의 경쟁'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다.카카오의 거래정보만으로는 타깃 층의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하기 어려웠으리란 해석도 나온다. 3년 안에 중저신용자대출 비중을 30% 이상 맞춰야 하기에 검증된 '대안 정보'를 확보할 필요성이 컸다는 분석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데이터 기반 중금리 시장 혁신법인(중금리혁신법인)은 최근 금융위원회에 개인사업자CB 라이선스 예비 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시 국내 최초 전업 개인사업자CB사가 된다.
총 1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인데 카카오뱅크는 한국신용데이터(42%)에 이어 2대 주주(33%)로 참여한다. SGI서울보증(9%)·KB국민은행(7%)·현대캐피탈(5%)·전북은행(2%)·웰컴저축은행(2%)도 주주로 이름을 올린다.
개인사업자CB는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의 특수성을 반영해 운용하는 CSS를 활용하는 사업이다.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개인사업자의 경우 월 매출이 얼마이고 사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등 데이터가 부족하다. 이 때문에 업력이 짧거나 금융회사 거래가 없어 매출이 충분한데도 대출이 안 나오는 경우도 허다했다. 여기 특화한 스코어링 시스템을 만들어 금융사나 핀테크사 등에 판매하는 B2B 구조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가 개인사업자CB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이종 핀테크사의 신용평가 역량을 결합한 자체 상품 '마이 크레딧(My CREDIT)'을 내세워 시장에 진출했다. KB국민카드 역시 지난해 개인사업자 특화 신용평가 서비스 '크레딧 트리(Credit Tree)'를 선보였다. 이들과는 경쟁 구도가 그려질 전망이다.
중금리혁신법인은 한국신용데이터의 경영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의 결제 데이터를 활용할 방침이다. 전국 약 80만 사업장에서 사용돼 범용성을 인정받은 서비스다.
한국신용데이터 관계자는 "개인사업자CB 전업사를 만드는 건 국내 최초"라며 "법인명에서 알 수 있듯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금리 시장에 진출하려는 주주사들의 뜻이 맞아 모였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특히 2대 주주로 참여한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1조4380억원으로 전체 가계신용대출 가운데 10.2%에 그쳤다. 중금리 시장을 확장하라는 당국의 취지와 달리 고신용자에게 대출이 집중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금융위는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에 대한 대출 비중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다시금 지시했다.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CSS 고도화도 병행하라고 주문했다. 카카오뱅크가 중금리혁신법인에 2대 주주로 참여한 건 이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IPO를 앞두고 시중은행과 차별점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IPO를 주도하는 김광옥 카카오뱅크 부대표가 중·저신용자 대출확대 TF장을 맡고 있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7.3배로 도출하기도 했다. 현재 정통 은행권의 PBR이 0.5배 수준임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한 것이다.
금융 이력 부족자(thin filer)에 특화한 CSS 구축과 대안정보 활용 능력을 입증해야 그만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려면 카카오를 통한 거래 정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금융·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단기간에 중금리대출을 3조원 넘게 늘리려면 단순히 카카오 쇼핑 정보만으로는 타깃으로 하는 고객군의 CSS 구축이 어려울 수 있다"며 "캐시노트가 보유한 가맹점 매출 데이터가 소득을 파악할 수 있는 제일 중요한 정보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개인사업자CB가 메인 업무가 아닌 만큼 중금리혁신법인 등장에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 분위기다. 다만 실제 경쟁력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금리혁신법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데이터를 토대로 스코어링 시스템을 산출하는지를 볼 필요가 있다"며 "가맹점 수나 데이터량 등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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