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일드 기로에 선 A-기업]AA급 이슈어의 위기, 현대重 3사 올해도 '안갯속'④실적 침체에 대우조선 M&A 지연…IPO 효과도 '글쎄'
오찬미 기자공개 2021-07-09 13:08:41
[편집자주]
신용등급 'A- '기업은 자본시장 변동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지면 BBB급 기업으로 전락한다. BBB급은 엄연한 투자적격등급이지만 국내에서는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투자자군이 좁게 형성돼 있어 시장 접근성이 가장 떨어진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가장 큰 부침을 겪은 곳은 바로 BBB급의 바로 윗단에 있는 'A-' 기업이다. A급의 끝선에서 BBB급 전락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는 기업을 추려, 코로나19 이후 신용등급 방향성을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업종 내 기업 대부분이 AA급 우량 등급에서 BBB급 목전인 A-로 밀려난 산업이 있다. 조선업이다. 그중에서 조선 계열사를 다수 이끌고 있는 현대중공업지주는 위기에 몰린 대표적 이슈어(Issuer)다.현대중공업지주 밑으로 조선업을 이끄는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때 AA급 이슈어로 존재감이 컸지만 이제 BBB급으로의 강등 위기에 서 있다.
손자회사로 현대중공업이 비슷한 처지이고 현대삼호중공업은 A-와 BBB+로 등급 스플릿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은 먼저 BBB+를 달면서 부정적 업황을 공유했다.
시장 확장을 위해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2년간 성사가 지연돼 불확실성 상태다. 신규 수주 증가로 매출 상승을 기대했지만 강자재 가격 상승 등의 이슈로 수익성 회복도 불투명해졌다.
◇현대重 조선업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 AA급 이슈어의 위기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6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업 불황 장기화 등으로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A급을 지키기 위해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이어왔다. 그러나 여전히 등급은 A-에 머물러 있다.
그룹 내 조선 3사를 이끄는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은 위기감이 더 크다. 2017년 A급에서 A-급으로 강등됨과 동시에 '부정적' 전망까지 달면서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2015년 공모채 발행 이후 2017년에도 회사채 발행을 검토했지만 등급 평정을 취소한 뒤 복귀하지 않았다. 한때 AA+ 이슈어였으나 현재 유효한 신용등급도 없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영향도 미지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상위 그룹의 결합으로 빅3 체제에서 양강구도로 재편되면, 조선업계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그러나 M&A과정에서 재무부담이 확대될 경우 오히려 신용도에는 부정적일 수 있다. 기업 결합 심사 일정이 길어지면서 경영 불확실성도 커졌다. 2019년 인수를 추진했지만 주요 선주사들이 집중되어 있는 EU의 심층심사가 아직 진행중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자회사로 두고 있는 조선 3사 현대중공업(A-), 현대삼호중공업(A-/BBB+), 현대미포조선(BBB+)의 위기감도 마찬가지다. 일찍이 BBB급으로 내려앉은 현대미포조선을 제외하고 모두 A급 끝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자본시장과의 접점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重·현대삼호重·현대미포조선, 수주 회복에도 실적은 침체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올해 공모채 조달을 재개했다. 조달 여건이 좋던 올 2월 현대중공업이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채 시장에 복귀하면서 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1500억원 모집액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7월 6년만에 공모채 시장에서 복귀전을 치뤘다. 오랜 공백기에도 불구하고 209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해 1100억원 조달에 성공했다.
A- 이슈어인 현대중공업은 그룹 내에서는 상황이 가장 낫지만 'A0' 등급으로의 상향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19년 12월 신종자본증권 4300억원의 조기상환 등으로 순차입금이 분할 후인 2019년 2분기 8139억원에서 2021년 1분기 약 2조3158억원으로 증가했다. 선박 건조 물량 증가로 운전자본 부담도 확대돼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IPO를 앞두고 약 1조원의 자본 유입을 기대하고 있으나 모집 자금으로 친환경 선박 등 투자 재원에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실질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투자 자금이 더 늘어나게 되면 등급 강등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상황이다.
가장 먼저 'BBB+'를 단 현대미포조선은 정확한 평가가 어려운 상태다. 'A+, 안정적' 등급을 유지하던 2015년 공모채 시장에서 미매각을 경험한 후 더 이상 발행에 나서지 않았다. 2년물과 3년물 총 2000억원의 자금 조달에 나섰으나 300억원의 주문만이 모집되서 대거 미달이 났다. 2017년 나신평은 'BBB+, 긍정적' 을 부여했고 한신평은 'BBB+, 안정적', 한기평은 'BBB+, 부정적'을 제시해 신평사별로 내놓은 전망 조차 달랐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A-등급에서 BBB+로 강등된 후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가 기존 등급인 'BBB+, 안정적'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신규 평가하면서 채권 등급을 'A-, 안정적'으로 부여해 스플릿이 발생했다.
나신평은 재무상태 개선과 신규 수주 확대에 중점을 둬 A급 평가를 내렸다. 적극적인 자구계획 노력으로 2018년까지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이행해 약 50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한 점과 4000억원의 전환우선주(Pre-IPO) 발행으로 재무부담을 줄인 점 등이 평가됐다.
올해 신규 수주 물량이 회복되면서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주력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은 1조9881억원, 삼호중공업은 1조416억원, 현대미포조선은 6771억원으로 올 1분기 총 3조7168억원을 달성했다. 2019년 1분기와 비교해서도 3000억원 규모가 줄었다.
그러나 한신평과 한기평은 신용등급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신규 수주가 확대되는 추세지만 올해 매출이 부진하고, 수익성도 저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과 2020년 수주실적이 부진했고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발주 심리가 위축되면서 주요 조선사의 신규수주가 2019년 대비 약 20% 감소했다.
신규 수주 진행후 1~2년이 지난 후에야 매출 인식이 되는 까닭에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더 감소했다. 수익성으로 연결될지도 불확실하다. 저조한 수준의 선가와 후판 원자재인 강자재 가격 상승 등 불리한 영업환경이 이어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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