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기금관리 로드맵 점검]서울보증보험이 화수분? 미매각 자금회수의 딜레마③배당으로만 회수 원칙, RBC 문제로 난항…잔여 대금 6조 어쩌나
김현정 기자공개 2021-07-13 07:33:53
[편집자주]
예금보험공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금융구조조정을 주도한 기관이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지만 공적자금의 회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는 뜻깊은 한 해가 될 전망이다. 상환기금 부채를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만 미션이 끝난 건 아니다. 2027년까지 잔여 공적기금을 모두 회수해야 한다. 예보의 공적자금 회수 로드맵을 들여다보고 실현 가능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9일 11: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 방안은 예금보험공사의 타 출자회사들과 결이 다르다. 배당으로만 수조원을 회수 중이기 때문이다.비상장사인데다 보증보험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 때문에 지분 매각을 통한 회수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매각을 시도하려면 보증보험업의 민간시장 개방 등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일단 금융당국은 지금처럼 '배당'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회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2027년 예보의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 청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다만 잔여 공적자금은 6조원에 이르고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쥐는 배당액은 자꾸만 줄어들고 있다. 보증보험 독점 체제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도 점차 높아지는 중이다. 당국의 배당 고수 정책은 안정적이지 않아 보인다.
◇독점 체제 위 '황금알 낳는 거위'
1898년 11월 한국보증보험과 대한보증보험이 합병해 태어난 서울보증보험은 출범 당시 난파 직전이었다. 애초에 두 전신 보험사가 대우·삼성차·쌍용 등에 선 지급보증이 부실화되면서 정리 차원에서 합친 것이었고 합병 이후로도 한동안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총 지급보증 금액이 143조원, 그중에서 회사채 지급보증 규모만 71조원에 달했다. 말 그대로 자금시장의 거대한 ‘블랙홀’이었다.
서울보증보험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1999년부터 2001년 7월까지 8차례에 걸쳐 총 10조25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이후 뼈를 깎는 자구책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섰다. 당시 88개였던 점포를 반으로 줄이고 1800명의 직원은 56% 감축시켰다. 임금도 30% 삭감했다.
대규모 자금 지원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 독점적 지위까지 보유한 서울보증보험은 빠른 속도로 적자 폭을 줄여나갔다. 2003년에는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순이익(2435억원)을 냈는데 규모가 꽤 컸다. 정상화의 기틀이 마련되자 이듬해부터는 5000억~60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며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냈다.
이에 정부는 공적자금 조기 회수 방안을 설계했고 2006년 1월 첫 회수에 들어갔다. 배당의 근거인 이익잉여금 마련을 위해 서울보증보험 자본금 9조원을 감자해 누적 결손금을 털었다. 5500억원은 유상감자를 실시해 예보에 지급토록 했다. 이는 예보가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회수한 첫 현금이 됐다.
이후 예보는 보유 중인 서울보증보험 우선주부터 상환토록 했다. 총 1조1795억원 규모의 우선주가 2008년~2011년까지 4차례에 나눠 상환됐다. 보통주 93.85%는 현재까지 지분을 그대로 유지 중이다.
2011년 말부터는 결산배당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공적자금 규모가 워낙 커서 애초부터 고배당 정책을 고수했다. 서울보증보험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2014~2016년에는 한 해당 3000억~4000억원의 배당금을 수취했다. 이 시기 배당성향은 75~82%에 이른다. 서울보증보험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회수액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2023년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RBC(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배당 자제에 나선 것이다. 서울보증보험이 2020년 회계연도에 대한 배당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1052억원에 그친다.
◇2027년까지 6조원 남았다...매각카드 언제쯤
문제는 예보의 서울보증보험에 대한 공적자금 회수 채널은 오로지 배당이란 점이다. 다른 출자회사인 우리금융지주나 한화생명의 경우 배당 뿐 아니라 지분 매각을 통해서도 공적자금 회수를 실현해왔다.
보증보험 시장은 1998년 이후 지금껏 서울보증보험 단독 체제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서울보증보험의 지분을 민간에 팔 수 없다. 다른 출자회사처럼 자금 회수 채널을 투 트랙으로 가져갈 수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보증보험 매각설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배당만으로는 회수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1500억원 정도의 배당금을 기준으로는 잔여 공적자금 회수에 40년이 걸린다. 공적자금 상환스케줄이 종료되는 시점은 2027년이다. 남은 공적자금은 6조1123억원. 시간에 비해 규모가 적진 않아 보인다.
서울보증보험의 독점적 지위를 놓고도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신용보증기금, 건설공제조합 등 유사한 보증 업무를 하는 기관이 있지만 보험업권에서는 서울보증보험이 독점사업자에 해당한다. 신용보증분야에서 공급자가 서울보증보험 뿐이어서 보험료 인하 유인도 없을 뿐더러 소비자의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그렇다면 금융위는 서울보증보험의 매각 카드를 과연 꺼내들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아니다’고 말한다. 금융위는 배당을 통해 충분한 금액을 회수한 이후 지분 매각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섣불리 서울보증보험을 매각해버리기에는 매각가액과 남은 공적자금 규모를 비교해봤을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 2016년 서울보증보험 매각 논의가 잠시 이뤄졌을 때 예보가 추산한 기업가치는 2조2000억원이었다. 잔여 공적자금을 감안하면 원금만 해도 손해가 상당하다. 지금껏 세 번의 매각 논의가 소리소문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유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금보험채권상환기금이 2027년 청산되는 만큼 아직 시간이 좀 남아있기 때문에 지금 급하게 매각을 추진해야 하는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라며 "작년 회수율이 떨어졌지만 이슈가 있던 것이고 흐름을 지켜볼 때 배당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규모를 회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공적자금 회수는 국민의 혈세와 관련 있는 것이기에 보증시장 개방보다는 충분한 회수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각을 추진한다면 고려해야할 문제가 많다. 우선적으로 보증보험 시장을 민간 보험업계에 먼저 개방해야 한다. 다만 서울보증보험을 인수하는 한 민간 보험사에게 독점적 지위를 그대로 부여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서울보증보험의 독점구조가 깨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는 서울보증보험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매물을 자처하는 순간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지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서울보증보험 관계자는 “보증보험업이 민간에 개방되면 보증보험사가 한 곳이 생길지, 여러 곳이 생길지 아직 아무 것도 논의된 게 없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이 모든 불확실성이 서울보증보험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리스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보증보험이 매물로 나온다면 꽤 많은 보험사들이 반색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업황 부진으로 새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이행보증보험, 신원보증보험, 할부판매보증보험 등을 판매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손해보험사들은 2006년에 '보증보험 다원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시장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복수의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서울보증보험 매각 얘기가 나왔지만 전혀 사실 무근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만약 시장에 매물이 나온다면 당연 관심을 갖고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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