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23일 07시5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리언트는 2016년 기업공개(IPO) 당시 국내 최초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기반 신약 개발사로 이름을 알렸다. 직접 신약 후보물질 발굴에 뛰어드는 대신 도입한 물질을 임상·개발하는 R&D 컨셉을 적극 홍보했다. 개발 생산성을 높여 제품화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받으며 IPO를 완주했다.올해 상장 5주년을 맞은 큐리언트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막혀 있다. 코스닥 상장규정이 요구하는 분기 매출 '3억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탓에 거래소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큐리언트가 매출 기반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점은 다소 의아하다. 상장사가 되면 그에 부합하는 꼴을 갖추는 일은 기본 중 기본이다. 3개월 동안 3억원의 매출을 내지 못할 만한 여러 사정과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만약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매출을 일으켜 상장 규정을 지켰다면 그 모습은 보기 좋았을까 생각해봤다. 큐리언트와 달리 매출 요건을 갖춘 신약 개발 상장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R&D 과제와는 동떨어진 숫자를 맞추기 위한 매출에 불과하다.
기술이전으로 수익을 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신약 개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Moderna)의 성공 스토리는 수많은 국내 바이오텍 대표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그 모더나도 10년간 제품화에 성공한 파이프라인은 코로나19 백신 단 하나다.
모더나는 작년 3월까지만 해도 누적 결손금이 2조원에 육박했다. 연간 5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지출하면서도 생뚱맞은 부업에 나설 필요는 없었다. 나스닥 시장은 상장사에 일정 수준의 경영 실적을 요구하진 않는다. 덕분에 모더나는 10년 동안 일관되게 mRNA 플랫폼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시가총액 148조원에 달하는 모더나는 올해 2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에서도 모더나와 같은 성공 사례는 언젠가 반드시 나오리라 믿는다. 다만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제조업에 기반한 상장 규정이 바이오텍의 R&D 시계를 뒤로 돌린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임상 개발에 몰두해도 부족할 시간에 매출 구색을 갖추기 위해 사업 아이디어를 짜내야 한다. 큐리언트는 매출을 낼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합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또 다른 한국의 모더나들은 지금 화장품을 팔아야 할지 건강기능식품을 팔아야 할지 매출 고민으로 한창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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