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 시프트]'분쟁 종결' 이디티, M&A 잔혹사 끊을까①2년간 대주주 7차례 변경, 이화그룹 이탈 '새 출발 수순'
박창현 기자공개 2021-08-04 07:50:45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2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잦은 대주주 교체로 몸살을 앓던 이디티(현 휴센텍)가 길고 길었던 인수합병(M&A)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주주와 최고경영자 간에 분쟁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지배주주가 새 피를 수혈하면서 안정화 기반이 닦였기 때문이다. 새 주인 측은 사업 목적을 정비하고 이사진도 꾸리는 등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이디티는 최근 2년간 M&A 광풍에 시달렸다. 그 시작은 2019년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한컴그룹이 경영권 지분을 팔면서 새로운 주주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후에 주가 급락과 투자자 이탈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수 차례 최대주주가 변경됐고 혼란기를 겪어야 했다.
미래에프앤지를 시작으로 라카이코리아, 엘아이 등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그 기간은 길어야 수개월에 불과했다. 그동안 사명도 한컴유니맥스, 리퓨어유니맥스, 유니맥스글로벌로 계속해서 바뀌었다.
지난해 초 이화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화그룹은 이화전기공업과 이아이디, 이트론 등 상장사 3곳을 거느리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토대로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이화그룹은 디알인터내셔날을 앞세워 이디티에 곧바로 총 76억원의 자본금을 투입했다. 여기에 기존 재무적투자자(FI)들이 보유하고 있던 구주도 사 모았다. 그 결과, 단기간에 지분율을 26.8%까지 끌어올렸다. 이때 사명도 이디티로 변경됐다.
방산사업을 중심으로 시너지 창출 청사진도 그렸다. 이화그룹 핵심 계열사인 이화전기공업은 이디티와 마찬가지로 방위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천궁과 페트리어트 등에 탑재되는 전원장비를 공급하는 등 한국형 방어 체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디티는 미사일 '천무'의 제어 기술 장치를 납품하고 있다. 사업 접점이 확실한 만큼 다양한 협력이 예상됐다.
이제야 꽃길만 걷나 싶었지만 올해 초 다시 돌발 변수가 터졌다. 소명섭 전 이디티 대표이사가 대주주 이화그룹에 반기를 들면서 경영권 분쟁 사태가 촉발된 것이다. 소 전 대표는 실질 사주의 전횡을 문제 삼으면서 이사진 물갈이를 시도했다. 이에 이화그룹은 신주발행금지 가처분과 대표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주주총회 검사인 선임 등 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며 경영권 사수에 나섰다.
분수령은 올해 5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였다. 경영권 쟁취를 위한 표 대결이 펼쳐졌고 결국 소 전 대표가 웃었다. 경영진이 추천한 사내이사들이 대거 이사진에 입성하면서 이화그룹의 입지가 좁아졌다. 주도권을 잃은 이화그룹은 결국 보유 지분을 모두 팔면서 이디티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분쟁이 마무리된 이디티는 새 출발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임시주총을 다시 열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상호를 휴센텍으로 변경했다. 또 전웅 포스코 전 상무와 이주선 엠디바이오랩 이사를 새롭게 사내이사로 앉혔다.
화룡점정은 사업목적 추가였다. 항공기 및 발사체 설계 제조 사업에 더해 2차전지 소재 제조업, 반도체 재료 제조업, 연료전지 소재 제조업, 바이오 의약품 개발 제조업 등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점 찍었다.
신사업 진행을 위한 실탄도 확보했다. 우선 '제우스2호조합'을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8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4회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30억원을 추가로 조달했다. 투자자는 '포트해밀턴 조합1호'이다. 이디티는 향후 이 자금을 밑천 삼아 신사업 밑그림을 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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