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민간 아닌 관료 출신 선택한 까닭 '앙숙' 금융위·금감원 교집합 접점 찾아, 절묘한 인사 평가도
김민영 기자공개 2021-08-06 07:00:23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6: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차기 금융감독원장으로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대사(행정고시 28회)를 임명하면서 민간이 아닌 관료 출신 선임 배경도 관심을 끌고 있다.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금감원장은 모두 민간 출신이 도맡아왔다. 하나금융지주 사장 출신의 최흥식 전 원장부터 시민단체와 국회의원 출신 김기식 전 원장, 학자 출신 윤석헌 전 원장까지 출신도 다양했다.
1999년 금감원 설립 후 관료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금감원장 자리가 현 정부 들어 깨진 셈인데 정 신임 원장을 선임하면서 관료가 다시 금감원장 자리를 되찾아온 모양새가 됐다.
일단 ‘앙숙’인 금감원과 금융위의 이해관계가 원장 선임 과정에서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고, 금융위로선 관료 출신 자리였던 원장 자리를 내심 다시 찾아오고 싶어 했다.
윤 전 원장 퇴임 전부터 금감원 노조는 노골적으로 관료 출신 원장을 원했다. 윤 전 원장 후임으로 교수 출신이 하마평으로 거론되자 노조는 ‘껍데기는 가라, 교수는 가라’라는 성명서까지 내면서 교수 출신 원장 임명을 공식적으로 반대했다.
노조 외에도 여러 직원들이 관료 출신 원장을 원한다는 걸 정부에 직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직원들 사이에선 “윤 전 원장이 온화한 성품을 바탕으로 소비자보호를 위해 헌신한 것은 맞지만 거대한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금감원 입장에선 윤 전 원장 체제를 3년 간 겪으면서 인사와 예산권을 모두 쥔 금융위원회와 더 이상 껄끄러운 관계를 맺으면 안 된다는 여론이 크게 조성됐다. 힘 있는 관료 출신을 등에 업고 금융위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길 원했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관료 출신을 내려 보내고 싶긴 마찬가지였다. 금감원장은 초대 이헌재 전 원장부터 10대 진웅섭 전 원장까지 10명 모두 관료 출신이 독차지했다.
금감원장과 수석부원장은 관료 자리로 당연하게 여겼는데 현 정부 들어 3명의 원장을 내리 민간에 빼앗겼다는 인식이 있었다. 2017년 9월 물러난 진 전 원장(행시 28회) 이후 약 4년 만에 관료 출신 원장의 금감원 재입성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정권이 바뀌어 정 원장이 3년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바뀌더라도 한 번 되찾은 금감원장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관료들이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금감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금융위, 금감원의 아킬레스건인 ‘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논란도 수그러들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년 초 방만경영 등을 이유로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기재부에서도 오래 일한 정 원장이 세 기관과의 조율을 통해 금감원을 민간 기구로 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조율은 민간 출신 원장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다.
금융회사들도 금감원과 관계개선을 기대하는 눈치다. 정 원장은 취임 소감문을 통해 “법과 원칙에 기반한 금융감독에 주력하겠다”며 “내용적 측면은 물론 절차적 측면도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 원장은 “사후적 감독과 함께 선제적 지도 등 사전적 감독을 조화롭게 운영하겠다”고 했다.
전임 원장 시절 징계 중심의 금융감독 지도 방향을 근본에서부터 바꿔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사와 관계개선을 위한 파격 행보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일단 정 원장은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고 소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임기를 오래 채운 임원을 교체하면서 몇몇 국실장 전보와 승진 인사를 차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대강당에서 임원과 부서장들만 참석한 채 진행될 예정이다. 정 원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8월 4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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