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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지배구조 로드맵]삼성과 다른 길, 지주사 전환 가능할까㈜한화-한화에너지 인적분할·투자회사 합병 가능성...경영 승계 가장 안전한 방법

박상희 기자공개 2021-08-13 10:34:20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11:0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핵심 계열사로 손꼽히던 에이치솔루션이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에 역합병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아들 3형제가 지분을 전량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한화와의 합병이 유력한 것으로 예상됐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 되면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다음 단계에 관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의 사례에서 보듯 오너일가가 지분을 들고 있는 계열사 간 합병은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오인받아 사법 이슈를 비롯한 리스크가 크다. 시장 일각에서는 특혜 시비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한화와의 합병 시나리오 가능성 낮아져

에이치솔루션은 한화S&C가 물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회사다. 한화S&C는 2017년 회사를 에이치솔루션(존속법인)과 시스템통합업체인 한화S&C(신설법인)로 물적분할 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였던 한화S&C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의 사익편취 규제 타깃이 되기도 했다. 한화S&C의 물적분할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다.

한화S&C가 물적분할을 하자 관심은 에이치솔루션으로 옮겨갔다. 김승연 회장의 아들 3형제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가 한화S&C에서 에이치솔루션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의 후속 승계구도와 관련해 존속법인인 에이치솔루션과 ㈜한화(또는 금융부문을 제외한 ㈜한화)의 합병을 유력하게 점쳤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다시 한화종합화학 지분 39.2%를 보유하고, 한화종합화학은 한화토탈 지분 50%를 갖고 있다. ㈜한화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건설, 한화생명 등의 최대주주다. 에이치솔루션과 (주)한화가 합병할 경우 합병법인은 자연스럽게 한화그룹 전체를 지배하게 된다.

합병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경우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더욱 높아진다. ㈜한화는 김승연 회장이 보유한 22.6%를 포함해 오너일가 지분이 36%에 달한다. 시민단체 경제개혁연대는 "3세들의 지분이 100%인 에이치솔루션과 ㈜한화를 합칠 경우 합병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은 최소 60%에 달하고, 김 회장의 지분을 상속한 뒤에는 세금 부담을 감안해도 3세 지분이 40~50%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손쉬운 방법이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삼성그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그룹은 2015년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 4% 이상을 가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을 합병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적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사법 리스크로 비화됐다. 한화그룹도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비율과 관련한 불공정 시비를 피할 수 있을 거란 장담이 없다.

더욱이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사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합병 비율 산정 로직이 투명할 수밖에 없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도 합병 과정에서 주가 조작 의혹이 일었다. 에이치솔루션은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합병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상장사 대비 특혜 시비가 일 가능성이 더 높다.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된 이후 상황도 마찬가지다.

◇재계 "경영권 승계-지주사 전환 연계가 가장 안전"

한화그룹에서는 에이치솔루션과 ㈜한화의 합병 가능성이 언급될 때마다 이를 부인해왔다. 문제가 됐던 삼성그룹의 전례를 굳이 따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에너지에 흡수합병 되면서 ㈜한화와의 합병 시나리오 주체는 에이치솔루션이 아닌 한화에너지가 됐다. 다만 에이치솔루션이든 한화에너지든 최대주주가 여전히 김동관 3형제란 점에서 ㈜한화와의 합병 시나리오는 여전히 부담감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화그룹에서 지주사 전환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지주사 체제는 1997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재벌의 지배구조가 문제점으로 대두되면서 정부 차원에서 도입을 장려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LG, SK그룹 등이 선제적으로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SK, LG, 롯데, GS그룹 등 현재 총수가 존재하는 10대 대기업집단 대다수는 지주사로 전환했다.


지주사 체제가 아닌 곳은 삼성, 현대차, 한화그룹 정도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지배구조 개편 당시 사실상 지주사 전환을 검토했었다. 현대모비스를 투자 및 핵심부품 사업 부문과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으로 인적분할 한 뒤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에 합병시킨다. 남아있는 현대모비스 사업부문(존속법인)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배하면서 지주사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삼성그룹 역시 현재 삼성물산이 지배구조 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너일가의 사법 이슈 등으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올스톱 됐지만 종국에는 지주사 체제로 가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LG나 GS, 롯데그룹 등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곳은 오너일가의 지배구조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주사 전환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오너일가의 결단만 있다면 지주사 전환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한화와 한화에너지를 각각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 한 후 투자회사 2개를 합병해서 지주회사로 만드는 방안이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은 향후 주식 교환을 통해 지배력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관건은 시점과 재원 마련이다. 내년 대선이 예정돼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정권 말기에 지배구조에 급격한 지배구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 등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아직 지주사 전환 등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경영권 승계보다는 미래 사업 확장에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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