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IPO 후폭풍]다른 인터넷은행도 카뱅 시장가치 뒤따를 수 있을까⑤토스뱅크 원앱 전략 강점, 케이뱅크 플랫폼 역량 과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18 07:39:08
[편집자주]
주가는 주주의 심리를 보여준다. 카카오뱅크의 최근 상장(IPO) 성공을 눈여겨 봐야 하는 이유다. 기존 은행권과 확연히 다른 몸값을 인정받으면서 누군가는 오버슈팅을, 다른 이는 금융업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말한다. 이를 지켜보는 전통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속내는 복잡하다. 카카오뱅크 IPO 성공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파장이 예상되는지 등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1: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성공적으로 데뷔하면서 자연스레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에도 관심이 쏠린다. 케이뱅크가 이르면 2023년 상장에 나설 예정이고 토스뱅크 역시 IPO 옵션을 열어둔 가운데 카카오뱅크가 이들의 직접적인 비교기업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물론 추후 주가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현재 카카오뱅크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대감을 바탕으로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토스뱅크는 토스 애플리케이션(앱) 안에서 구동되는 만큼 그 덕을 볼 수 있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케이뱅크는 암호화폐 거래소 제휴를 넘어 자체 플랫폼 역량을 인정받기 위한 다른 경쟁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금리대출 시장 공략을 위해 얼마나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하는지도 시장의 중요한 관심사다. 카카오뱅크가 대출 시장을 선점한 만큼 다른 두 회사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터넷은행 척도 마련, 시장가치 유지 주목
카카오뱅크는 이번 공모에 앞서 희망공모가액을 산출하기 위해 네 곳의 비교기업을 선정했다. 로켓컴퍼니(Rocket Companies, Inc), 팍세그루디지털(Pagseguro Digital Ltd), TSC그룹(TCS Group Holding PLC), 노드넷(Nordnet AB Publ) 등 외국계 핀테크사들이 여기 해당한다.
이들 핀테크사는 전통 금융사들과 사업 영역 측면에서 다소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규모나 수익성 지표가 크게 다르지 않고 사업 영역이 유사하거나 지향점이 같은 곳들을 선정했다.
로켓컴퍼니는 100% 온라인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카카오뱅크가 출시할 예정인 온라인 기반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한 상품을 먼저 선보였다. 러시아 TSC그룹 자회사 Tinkoff Bank는 디지털 은행으로 출범해 고객에게 플랫폼 기반의 소매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비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자본총계 대비 기준시가총액으로 산출한 이들 4개사의 PBR 거래배수 평균치인 7.3배를 적용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PBR 거래배수는 0.34~0.48배 수준이다. 같은 '은행'이면서 확연히 다른 밸류에이션을 제시해 논란이 일었으나 상장 이후 PBR 거래배수 10배 이상을 유지하면서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상장으로 새로운 척도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다른 인터넷전문은행들도 추후 IPO를 하면 카카오뱅크의 주가나 시가총액 등을 시장가치를 추종할지 주목된다. 비교기업으로 국내 유일한 상장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를 거론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케이뱅크는 내부적으로 2023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조만간 영업을 개시할 토스뱅크는 아직 구체적인 상장 계획을 마련하진 않았다.
다만 홍민택 토스뱅크 대표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초기 사업이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기존 주주사들이 긴밀하게 증자할 수 있도록 합의가 됐다"며 "계속 증자하는 과정에서 기업공개를 통한 방식도 열려있는 옵션"이라고 말하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물론 카카오뱅크가 향후에도 지금과 유사한 시장 가치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섹터로 인정받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다만 시간이 흘러 '결국 은행'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도 플랫폼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많이 받고 있고 기존 은행들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기존 은행들과 크게 차별화된 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다만 카카오뱅크와 기존 금융권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에 대해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뱅 플랫폼 우위, 케뱅 주주사 시너지 기대
물론 단순히 인터넷전문은행 범주로 묶인다고 같은 평가를 받을 순 없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만의 자체 경쟁력도 중요한 평가 요소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인뱅 대장'으로서 처음 상장해 성과를 내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증권가 리포트 등 시장에서 제기하는 우려도 충분히 이해하고 은행으로서 플랫폼 가치를 높이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측면에서 보면 토스뱅크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올 6월 제3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를 획득하고 이르면 다음달 영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토스뱅크 지분의 34%를 갖고 있다. 토스는 현재 누적 가입자 수와 투자금액이 각각 2000만명, 1조원을 넘어섰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도 1000만명을 돌파하며 플랫폼으로서 가치를 높였다.
무엇보다 토스뱅크는 별도 앱을 출시하지 않고 토스 플랫폼 안에 들어가는 '원 앱(One-app)' 전략을 택했다. 기존 토스 고객층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보다 우위에 선 지점으로 평가받는다.
케이뱅크도 물론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제휴를 맺고 선보인 원화 입출금 전용계좌 서비스가 히트를 치면서 고객 몰이에는 성공했지만 지속적이고 독자적인 플랫폼 역량을 인정받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신 다양한 주주사들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는 점은 기대요인으로 꼽힌다. 케이뱅크는 최대주주 BC카드가 속한 KT그룹을 캡티브(captive) 기반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시즌(Seezn), 지니뮤직, 올레TV, KT 스카이라이프 등 관계사는 물론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과도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실적 개선세도 주목할 만하다. 케이뱅크는 올 상반기 709억원의 순이자손익을 냈다고 밝혔다. 1년 전 같은 기간 187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순수수료손익도 흑자 전환에 성공해 85억원이 됐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모두 중금리대출 확대를 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시중은행은 우량고객을, 제2금융권에서는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중저신용 고객만을 집중 분석하면서 '중간 지대'에 위치한 이들에 대한 신용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 회사는 나름의 CSS를 구축해 부실률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고객군을 포섭해야 하는 상황이다.
케이뱅크는 올해 안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1.5%로 맞추고 2023년 말까지 이 비중을 32%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현재는 통신료 수납이나 로밍실적 등 KT 통신 이용고객 정보 등을 주로 활용했는데 금융정보와 비금융정보(통신, 유통) 등 빅데이터를 활용해 머신러닝에 기초한 신용평가모형 개발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출범 첫해부터 신용대출의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하고 앞으로 3년간 이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토스의 카드·계좌 내역, 부동산 정보를 비롯해 고객의 대출상환 능력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안정보를 신용평가모형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추후 은행권 대출 부문 경쟁이 치열해지면 성장성이 약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선점하면서 다른 두 인터넷전문은행의 여신 먹거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이 역시 두 회사가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뱅킹 비즈니스를 놓고 보면 서로 경쟁 관계에 있어 성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다"며 "통상 모기지론을 받으면 3년 이내에 대출을 옮겨타면 중도상환수수료가 0.5~1.5% 정도 발생하는 만큼 후발주자들은 카카오뱅크의 선점·록인 효과에 따라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