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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ESG 시대 성과보상제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21-08-17 09:00:0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9: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의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실적에 기여하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다. 노동조합이 조직되는 이유도 근로조건뿐 아니라 보상 문제 때문이다. 그래서 합리적인 성과보상제도는 영리기업의 경영과 지배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또 성과보상제도의 전제는 정당한 평가시스템이다. 성과가 누구의 기여에 의한 것인지를 바로 알아야 보상할 수 있다. 회사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내 공을 남이 가로채는 것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회고록에서 근로자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임금 수준이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기 능력을 100% 발휘하려 하지 않는 법이다. 교육을 받았건 못 받았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 필요성, 실력을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 평가하며 살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성과보상의 중요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것이다. 정당한 평가와 보상 체계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누가 보지 않아도 최선을 다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적당히’ 하게 된다. 전자의 회사는 사람들의 ‘오버’를 통제하느라 진땀을 빼고 후자가 팽배한 회사는 잘 되지 못한다.

성과급, 기본급 인상, 진급과 보직 등을 포함 대기업에서의 성과보상제도가 논란의 대상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ESG 시대에는 새로운 숙제가 있다. 경영진과 임직원 성과보상제도에 ESG라는 새로운 지표도 반영해야 한다. 즉 기존의 KPI에 지속가능성 요소가 추가된다.

PwC에 따르면 애플, 로열더치셸 등을 포함 FTSE 100 기업의 거의 절반(45%)이 ESG를 경영진 성과보상에 반영한다. 이는 해당 기업 다수의 이사회(78%)가 ESG 지표의 달성이 기업가치에 기여하며, 금전적 인센티브의 제공이 회사가 ESG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기 시작한 결과다.

애플의 경우 이른바 ‘애플 가치’(Apple Values)의 구현에 관련된 성과를 최대 10%까지 경영진 보너스 산정에 반영한다. 애플 가치는 접근성, 교육, 환경, D&I(다양성과 포용성), 프라이버시, 협력기업에 대한 책임성 등을 포함한다. BP는 안전과 환경 두 요소를 연차 보너스와 장기성과급(LTIP) 산정에 각각 15%와 40% 비중으로 반영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모펀드 GP들의 성과급(20% 캐리)에 ESG를 반영하는 새로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LP들에게도 어필하기 때문에 투자펀드 조성에 도움이 된다. 이 추세가 본격화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이르지만 2020년 기준 미국 자산운용업계의 ESG 반영 투자자산 규모가 전년 대비 42% 늘어난 17조 달러에 달했고 그중 7160억 달러가 사모펀드를 위시한 대체투자 재원이라는 점에 비추어 보면 본격화할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다.

비단 사모펀드에 한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펀드매니저 선정에 ESG를 반영하는 경향이 증가한다면 투자성과에 대한 보상에 ESG 요소가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셈이 된다. 이는 ESG 관련 실적이 높은 매니저를 선정하거나 ESG를 배려하는 자산운용의무를 투자운용계약에 명기하는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다.

특정 기업이 ESG 지표를 성과보상제도에 반영하는지는 규제 당국과 자산운용사, 금융기관 등에게 해당 기업이 ESG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ESG의 성과보상제도 반영 비중과 그 세부적 구성은 주주와 회사 내부 구성원, 그 외 이해관계자들에게 회사가 경영과 기업문화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는지 알려주는 일종의 신호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서 지금 속속 설치되고 있는 ESG위원회는 성과보상위원회와 연계하여 이 과제를 다루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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