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의 변신, 단순 투자에서 인수 전략으로 [제약바이오 M&A 전성시대]③오픈이노베이션 대안으로 부각…창업주 후대가 주도 '눈길'
강인효 기자공개 2021-08-18 08:08:43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M&A'는 더이상 낯선 키워드가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인수 또는 합병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성장 기대감과 우호적인 펀딩 환경으로 업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초기 바이오텍 창업자들의 세대교체, 대기업의 신사업 의지 등과 같은 이슈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IPO에 의존해 왔던 최대주주 입장에선 M&A를 새로운 엑시트 수단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더벨은 2021년 제약바이오 업계의 M&A 트렌드와 한계를 진단해 보기로 했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M&A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바이오벤처와의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위한 지분 투자 형식을 넘어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경영 참여로 좀 더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단행하고 사업적 시너지를 도모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녹십자그룹은 지난해 국내 1위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 유비케어를 계열사 중 한 곳인 녹십자헬스케어를 통해 2089억원에 인수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한 경영 판단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그룹 지주회사인 녹십자홀딩스도 유전자 진단시약 제조업체인 진스랩을 17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그룹 내 계열사인 녹십자랩셀과 녹십자셀간의 합병은 세포치료제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행보로 보인다.
동화약품은 창사 123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M&A를 단행하고 국내 척추 임플란트 시장 1위 기업인 메디쎄이를 200억원가량에 인수했다. 회사는 메디쎄이 인수에 앞서 다양한 바이오·헬스케어기업에 전략적 투자자(SI)로서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2018년 리브스메드(의료기기 제조업체), 비비비(헬스케어 스타트업), 제테마(에스테틱 바이오 기업), 필로시스(모바일 헬스케어 기업), 지난해 뷰노(인공지능 헬스케어솔루션 기업) 등이 주요 투자 기업이다.
전문의약품(ETC)에만 주력해왔던 대원제약은 ‘콜대원(감기약)’을 출시하면서 일반의약품(OTC)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출했다. 이러한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한 가운데, 올해 5월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인 극동에치팜을 141억원에 인수했다. 특히 콜대원에 이어 선보인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인 ‘장대원(유산균)’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일동제약그룹은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의 투자에 나섰다. 지주사인 일동홀딩스가 NRDO(No Research Development Only) 형태의 신약 개발 전문업체 아이디언스를 설립한 데 이어 국내 임상약리 컨설팅 전문 스타트업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17억원에 인수했다.
올해는 주력 사업회사인 일동제약이 신약 연구개발업체 아이리드비엠에스를 130억원에 인수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는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의 사내벤처 연구팀으로 출발해 작년 12월 스핀오프한 저분자화합물 신약 디스커버리 전문 바이오 벤처다. 이 회사가 도출해낸 신규 파이프라인 10여개에 대해 높게 평가하고 R&D 시너지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중견 제약사인 신풍제약도 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자 자기주식 처분으로 2000억원이 넘는 투자 재원을 확보한 상태다.
올들어 CEO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바이오 벤처에 대한 지분 투자뿐만 아니라 M&A 추진도 거론하면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앞서 신풍제약 최대주주이자 지주사인 송암사도 지난해 50억원을 출자해 NRDO 업체(이플라스크)를 신설하면서 바이오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도 했다.
중견 제약사 중 가장 활발히 오픈 이노베이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동구바이오제약도 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구바이오제약 오너 2세인 조용준 대표는 최근 132억원을 들여 씨티씨바이오의 지분 5%를 확보했다. 씨티씨바이오의 최대주주 측 지분율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조 대표는 앞서 6월에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블록딜로 씨티씨바이오의 지분 230억원어치를 처분할 당시 124억원을 들여 4.79%를 확보한 이후 후속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블록딜 당시 한국투자파트너스에 씨티씨바이오 시가 대비 40% 웃돈을 주고 주식을 매수한 점을 들어 향후 M&A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풍부한 자금력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업계의 특성상 M&A에는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최근 사업다각화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M&A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녹십자와 동화약품처럼 창업주에서 후대로 경영 승계가 이뤄지면서 M&A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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