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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가동률 급락' 기아가 실적 선방한 이유 [인벤토리 모니터]재고자산으로 '보복 소비' 따른 수요 급증 대응···재고자산 큰 폭 감소는 '요주의'

양도웅 기자공개 2021-08-19 07:40:39

[편집자주]

제조기업에 재고자산은 '딜레마'다. 다량의 재고는 현금을 묶기 때문에 고민스럽고, 소량의 재고는 미래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또 걱정스럽다. 이 딜레마는 최근 더 심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생산라인은 자주 멈춰서지만 1년 넘게 억눌린 소비 심리는 분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은 주요 기업들의 재고자산이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7일 15: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다른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기아도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예년보다 완성차 제작을 위한 부품 조달은 쉽지 않았고 전 세계에 있는 공장의 가동률도 뚝 떨어졌다. 판매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정확한 수요예측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기아가 받아든 성적표는 낙제점이 아니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 재고자산 관리 능력이 눈에 띈다. 실제 기아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 충분히 만들어놓은 제품들이 어려운 시기에 톡톡히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도 재고관리에 전사적으로 매달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복 소비'는 계속되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세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 전 세계 공장 평균 가동률 67.6%로 최근 5년래 최저치

기아는 현재 한국과 미국, 중국, 슬로바키아, 멕시코(2016년 양산 개시), 인도(2019년 양산 개시) 등에서 생산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다섯 곳의 생산시설의 가동률을 매년 사업보고서에 밝히고 있는데 지난해 전 세계 다섯 개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67.6%로 최근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동률이 가장 낮은 곳은 멕시코 공장(51.70%)이었고 전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곳은 슬로바키아 공장이었다. 2019년 생산능력인 33만대보다 1만4000여대(4.20%)를 더 만들었던 슬로바키아 공장은 지난해 26만82000대만을 만드는 데 그쳤다. 가동률은 81.30%였다. 전 세계 5개 공장 가운데 예년 수준의 가동률을 보인 곳은 없었다.

공장 가동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음에도 지난해 기아의 매출액은 59조16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제조기업의 매출액은 '가격(P)×수량(Q)'으로 정해진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수량이 많아지거나, 수량은 그대로인데 가격이 오르거나, 혹은 가격과 수량이 동반 상승하면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이 가운데 기아의 지난해 매출액 증가의 원인은 수량보다는 가격이었다. 특히 최근 전 세계 시장에서 주력 차종으로 자리잡은 쏘렌토, 스포티지, 니로, 셀토스 등 RV(레저용 차량)의 지난해 평균 가격이 3809만원으로 전년 대비 3.3% 오른 게 컸다. 같은 기간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0.6% 상승했다.

그렇다고 수요(판매수량)가 크게 줄어든 건 아니었다. 기업과 시장 모두 팬데믹 대응에 서툴렀던 지난해 상반기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영업이 크게 위축됐지만, 하반기엔 전년 대비 판매수량이 증가한 달(9월과 10월)도 있었을 만큼 영업이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 '보복 소비' 열풍으로 수요가 회복기에 진입한 것과 달리 기아의 공장 가동률은 그만큼 빠르게 올라오진 않았다. 이에 그간 만들어놓은 제품(재고자산)으로 급증한 수요에 대응했다.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매출액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러한 대응은 일정 부분 성공을 거뒀다.

◇ 재고자산 회전율 6.5회로 최근 5년래 최고치···수익성 악화도 '방어'

기아는 완성차와 부품을 제조 및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한다. 이 가운데 완성차 판매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절대적이다. 완성차를 뜻하는 제품과 재공품(제조 공정에 있는 미완성인 상태), 원재료 등 7개 항목으로 구성된 재고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제품이다. 다른 재고자산은 판매보다는 제품 제작을 위해 존재한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아의 재고자산은 7조93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5% 감소했다. 특히 7개 재고자산 가운데 제품의 소진 규모가 컸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아의 제품 재고자산은 5조324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4.2% 줄어들었다. 전체 재고자산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5.1%로 전년 대비 1.5%포인트(p)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율은 6.5회로 최근 5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재고로 있던 제품이나 상품 등이 판매로 전환되는 속도를 의미한다. 경영 효율성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기간(=365/재고자산 회전율)도 56.4일로 최근 5년래 최저치를 올렸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기아는 지난해 공장 가동률 급락과 수요 급증이 맞물린 상황을 재고자산으로 견딘 셈이다. 여기엔 지난해 새롭게 출시한 모델이 적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기아는 국내에선 쏘렌토와 카니발 신형을 내놓았지만 소형 SUV인 쏘넷(Sonet)을 인도에서 출시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선 별다른 신형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재고자산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제품은 신형 모델이 아닌 기존 모델의 완성차다. 이런 상황에서 수요가 신형 모델에 몰리면 재고자산으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공장 가동률이 팬데믹으로 낮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요가 재고자산으로 확보한 구형 모델에 몰리면서 이미 만들어놓은 제품으로 대응하기 용이한 환경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재고자산 회전율 상승으로 판매촉진비(판매관리비의 일부)가 전년 대비 5.7%(599억원)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소위 말하는 '악성 재고'를 평소보다 낮은 가격에 팔 필요성이 낮아진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3.5%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보였고 2018년보단 1.4%p 상승했다. 적절한 재고자산이 수익성 방어에도 기여한 것이다.

◇ 올해 하반기 실적 좌우할 키, 여전히 '재고관리'

다만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가 본격화하고 코로나19 확산세가 델타 변이 발생으로 누그러들지 않는 점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개를 든 자동차 수요도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기아의 전 세계 월별 판매량 가운데 전년 대비 감소한 달은 없었다.

일단 기아는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과 미국, 인도 공장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유럽 시장의 주력 차종인 시드(C'eed) 등을 생산하는 슬로바키아와 멕시코 공장의 가동률은 아직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출처=기아 사업보고서)
올해 1분기 재고자산 회전율은 7.3회로 지난해보다 더 빨라졌다. 재고자산 회전기간도 49.9일로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었다. 다행히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제품을 비롯한 재고자산은 올해 1분기 말에 지난해 4분기 말 대비 10.8% 증가한 7조8568억원을 보였다. 공장 가동률 정상화와 재고관리가 올해 하반기 기아의 실적을 좌우하는 '키(key)'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기아도 재고자산 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재경본부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기업설명회에서 "반도체 (공급 문제) 여파가 계속되고 있고 재고가 일단 낮다 보니까 세일즈에 분명히 영향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 상반기와 전년도에 실적으로 증명했듯이 이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돌파력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기아의 연결기준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4조9200억원, 2조563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4.6%, 33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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