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2년전 '순환경제론', SK지오센트릭은 기억했다 SK종합화학 사명 변경, 4년간 5조 투자 '원료→폐플라스틱→원료' 사업 모델 구축 계획
박기수 기자공개 2021-09-02 07:45:48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1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5월, 서울 광장동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에서는 SK그룹과 전국 각지의 사회적 기업이 한 자리에 모인 행사인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 SOVAC)'가 열렸다.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SK그룹 주요 인사와 크고 작은 수백 곳의 사회적 기업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회적 기업과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아이디어와 경영 철학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호텔내 수십 개의 부스가 꾸려지고 각 부스에서 자유로운 모임과 강연이 이뤄지는 등 당시 분위기는 그야말로 사회적 기업들의 축제였다. 꼬박 하루종일 사회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이 자리에 최 회장은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했던 보통의 참여자와 다르지 않게 최 회장은 차려진 부스를 종횡무진하며 사회적 기업 대표들과 함께 철학을 공유했다. 등받이 없는 낮은 의자에 앉아 둥글게 모여있던 '모임'에 자연스럽게 참석한 최 회장은 플라스틱과 관련한 아이디어를 담담하게 밝혔다.
최 회장은 당시 "지금까지 석유로 플라스틱을 만들었다면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무렵만 해도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친환경'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나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른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만을 고민하던 때였다.
최 회장의 '순환경제론'을 기반으로 한 역발상에 당시 사회적 기업 대표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역발상'은 2년 뒤인 현재 SK종합화학이 실현하려 하고 있다. SK종합화학은 31일 '브랜드 뉴 데이(Brand New Day)'를 갖고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의 구체적 실행 방안과 새로운 사명(SK지오센트릭)을 발표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고경영자(CEO)인 나경수 사장은 2년 전 최 회장의 역발상을 그대로 실현하겠다는 말과 같았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의 파이낸셜 스토리 핵심 방향은 '지구를 중심에 둔 친환경 혁신'"이라며 "석유로부터 만들어진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석유를 뽑아 내는 '세계 최대 도시유전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2년 전 최 회장의 '석유→플라스틱→석유' 시나리오를 현실화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나 사장은 "1차 목표로 SK지오센트릭의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에 해당하는 연산 90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할 설비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며, 2025년까지 친환경 소재 확대 등에 국내·외 약 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나 사장은 현장에서 실제로 플라스틱과 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원유 샘플 등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선별하는 비즈니스 모델부터 재정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AI와 DT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규모의 경제를 구축한다는 것이 나 사장의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와 중소업체와의 협력 모델 개발을 통해 상생 협력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나 사장은 여러 종류로 나뉘는 폐플라스틱들 각자의 처리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예컨대 복합재질 폐플라스틱의 경우 고도화한 열분해 기술과 이물질 제거 후처리 기술 등을 통해 화학 제품의 생산 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 대표적 예다.
SK지오센트릭은 △차세대 재활용 기술 확보 △재활용 클러스터 구축 △3R 솔루션 개발 △친환경 소재 확대 및 친환경 원료 도입 등 플라스틱 생산부터 분리수거 후 재활용까지 플라스틱 순환경제 체제를 갖추고,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 △친환경 소재로 대체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3R 솔루션을 통해 고객의 친환경 니즈를 충족시키기로 했다.
나 사장은 "폐플라스틱 이슈는 이를 가장 잘 아는 화학기업이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라면서 "순환경제형 사업 모델은 SK지오센트릭의 파이낸셜 스토리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이자 새로운 성장 방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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